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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유학파 푸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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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유학파 푸대접

입력
2014.12.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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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리그 출신도 취업 '찬밥'...외국계 기업까지 국내파 선호

초중고 유학생 7년새 반토막

미국 예일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의 줄리아 주프코 부학장이 지난 10월 국내 헤드헌팅 업체 A사에 이메일을 보냈다. 한국인 졸업생 취업이 어려운데 도와준다면 한국인 학생정보 열람권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예상치 못한 제안에 놀랐지만 A사는 결국 주프코 부학장의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글로벌 순위 10위권인 예일대 MBA의 부학장을 주선을 거부한 것은 국내 반응이 신통치 않은 까닭이다. 얼마 전까지 해외파, 그것도 미국 명문대 출신이면 앞다퉈 입도선매하던 대기업들이 달라진 것이다.

2000년 조기유학 자유화 조치 이후 해외에서 초ㆍ중ㆍ고교를 거치거나 대학을 나온 유학생들이 속속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부모의 외국파견에 동행하는 학생을 뺀 순수 유학 중 고교생만 연간 4,000~6,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매년 현지 대학을 나온 유학생도 수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외국 현지에선 한국인 신분이라 취업이 어렵고, 막상 귀국해보니 한국에서는 유학파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다. 이미 취업시장에서 조기유학생은 미국 아이비리그(동부 명문사립 8개 대학) 출신이라도 육두품으로 대우된다. 오히려 국내대학을 거쳐 해외에서 학위를 마친 만기(晩期) 유학파가 성골ㆍ진골로 대접 받는다. 그 이유에 대해 대기업 B사 인사담당자는 “국내파보다 뛰어날 걸로 믿고 조기유학생들을 뽑았는데, 우대할 정도의 능력이 아니라는 평가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조차 네트워크가 중요한 한국 영업을 위해 국내파를 선호, 유학파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미국계 다국적기업 C사 임원은 “올해 유학파를 뽑을 계획이 없다, 여러 면에서 특별히 그들이 낫다고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헤드헌팅 업체 커리어케어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해외유학을 필수경력으로 원하는 기업들이 20% 가량 줄었다. 아예 ‘해외파는 피해달라’고 주문하는 기업까지 있다. “해외에서 공부했다고 스티브 잡스인 것도 아니니, 차라리 국내파를 훈련시켜 쓰겠다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조기유학파가 환영 받지 못하자 해외대학 재학 중, 또는 졸업 이후 국내 대학으로 편입하려는 학생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편입학원 위드유에 따르면, 올해 대학 편입시험에 해외파는 서울 주요 대학에 약 300명 씩 응시했는데 2010년보다 2,3배 늘어난 수치다. 반면, 2008학년 해외대학에 133명을 입학시킨 대원외고에서 2014학년 해외대학 입학자는 3분의 1 수준인 46명에 불과했다.

조기유학 붐을 이끈 한 축인 대학입시의 이점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재외국민특별전형이나 외국어특기자전형 요건이 강화되거나 축소된데다, 외국어고 입시나 대입에서 영어 비중은 축소됐다. 대학 진학까지 바라보기 보다 초ㆍ중학교 때 1,2년 단기유학을 보내는 게 새로운 조기유학의 추세가 되고 있다.

조기유학이 단점만 있거나 모두 실패하는 건 아니다. 일찍 외국문화를 접하며 외국어까지 익힌데다 앞선 학문을 전공해 국내에서 확고한 위치에 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며 조기유학 붐은 점차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3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조기유학에 오른 초ㆍ중ㆍ고교생은 1만2,374명으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6년 2만9,51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금융위기 때도 버티던 조기유학의 열기는 이처럼 식고 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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