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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전기 떨어지면 엔진 돌리면 되긴 하는데… 2% 아쉬웠던 프리우스 프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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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전기 떨어지면 엔진 돌리면 되긴 하는데… 2% 아쉬웠던 프리우스 프라임

입력
2017.04.1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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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우스 프라임은 전기 모드로 최고 135㎞/h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사진 토요타 코리아 제공
프리우스 프라임은 전기 모드로 최고 135㎞/h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사진 토요타 코리아 제공

전기차의 장점은 많다. 우선 충전 비용이 기름값보다 훨씬 저렴해 경제적이고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아 환경에도 좋다. 엔진 대신 전기모터가 구동력을 만들어 잔진동과 소음이 적다. 바꿔 말해 내연기관과 비교할 수 없이 차가 부드럽고 조용하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렇게 매력적인 전기차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주행 거리에 대한 불안감이다. 일반적으로 완전 충전 상태에서 전기차가 달릴 수 있는 실제 거리는 약 100㎞ 내외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전기차 충전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선 주행 가능 거리가 30~20㎞ 밑으로만 떨어져도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을 키우거나 발전기를 돌리는 엔진을 붙이기도 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역시 전기차의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장르다. EV 모드로 전기만 사용해 달릴 수 있고, 전기가 떨어지면 엔진이 나선다. 전기모터의 출력이 아쉬울 땐 하이브리드 모드로 바꿔 달려도 된다. 일반 하이브리드차와 다른 점은 전기를 충전할 수 있고 배터리 용량이 커 전기 주행 거리가 길다는 것이다. 동력이 떨어져 차가 도로에 설 걱정이 없다.

토요타의 PHEV 모델 프리우스 프라임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2017 서울모터쇼에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바로 이어서 지난 11일 공식 출시했다. 기존 프리우스에 ‘플러그’만 달았겠거니 생각했지만, 디자인이 확 바뀌었다. 그리고 눈에 띄는 몇 가지가 있었다.

달라진 프리우스 프라임의 모습. 헤드램프엔 4개의 LED가 박혔고, 리모컨엔 에어컨 버튼이 달렸고, 무엇보다 충전 플러그가 생겼다. 사진 조두현 기자
달라진 프리우스 프라임의 모습. 헤드램프엔 4개의 LED가 박혔고, 리모컨엔 에어컨 버튼이 달렸고, 무엇보다 충전 플러그가 생겼다. 사진 조두현 기자

우선 토요타 최초로 구동을 담당하는 모터와 발전을 담당하는 모터가 동시에 출력을 높이기 위해 움직이는 ‘듀얼 모터 드라이브’ 시스템을 달았다. 이 시스템은 늘어난 배터리 용량 덕에 가능해졌다. 역시 처음 소개된 ‘가스 인젝션 히트 펌프 오토 에어컨’은 기름을 아끼기 위해 전기의 힘으로만 달릴 때 엔진의 도움 없이 에어컨을 작동하는 기능이다. 또한, 프리우스의 니켈 메탈 배터리 대신 리튬 이온 대용량 배터리(8.8㎾h)를 달았다. 배터리 용량이 커졌으니 주행 거리는 전 세대보다 두 배 늘었다. 토요타 코리아는 프리우스 프라임의 EV 모드 최대 주행 거리를 40㎞라고 밝혔다. 일본에선 68.2㎞라고 소개되고 있는데, 이는 일본의 도로 제한 속도(40~80㎞/h)가 한국보다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 토요타 코리아는 배터리와 가솔린을 합한 프리우스 프라임의 최대 주행 거리는 약 960㎞에 달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프리우스 프라임을 시승할 기회가 있었다. 서울 잠실에서 신행주대교까지를 오가는 코스였다. 차에 오르기 전 생김새를 유심히 봤다. 토요타는 ‘킨 룩(Keen look)’ 디자인이라는 어려운 말을 썼지만, 내 눈엔 길게 빠진 아르마딜로의 얼굴이 보였다. 차체 길이는 프리우스에 비해 105㎜ 길어졌고 높이와 폭은 기존 4세대 프리우스와 같다. 네 개의 LED 램프가 촘촘하게 이어진 헤드라이트는 강한 첫인상을 만들었다. ‘더블 버블 백도어 윈도’라고 부르는 해치 쪽 리어 램프 부분은 사람의 미간을 생각나게 하는데, 공기 저항을 줄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꾸미기 위해 디자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실내에 앉아서 룸미러로 뒤를 보면 가운데 시야를 가려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4인승이다. 그래서 뒷자리는 독립된 시트로 구분돼 있고 2열 시트 가운데에는 컵홀더와 수납공간이 있어 편리하다.

어떤 이는 프리우스의 디자인을 두고 너무 과한 시도가 아니냐고 혹평한다. 하지만 내 눈엔 개성으로 보인다. 프리우스 프라임 역시 마찬가지다. 독특하며 고유의 디자인 언어가 있다. 튤립 모양을 본뜬 기어 레버라든가, 욕조가 떠오르는 수납함도 그렇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타고 싶은데 튀는 게 싫으면 현대 아이오닉 PHEV를 사면 되고, 세단이 좋다면 쏘나타 PHEV를 사면 된다.

EV 모드로 달릴 때 남은 주행 가능 거리와 함께 에너지의 흐름과 효율을 한눈에 보여준다
EV 모드로 달릴 때 남은 주행 가능 거리와 함께 에너지의 흐름과 효율을 한눈에 보여준다

달릴 시간이었다. EV 모드로 최대 40㎞까지 갈 수 있다고 하니 올림픽대로를 통해 EV 모드로 신행주대교까지 달렸다.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약 36㎞. 길이 막히면 오히려 회생 제동으로 조금씩 전력이 충전될 테니 걱정할 필욘 없었다. 전기차는 브레이크 페달에서 처음 발을 떼었을 때, 그러면서 바퀴가 “스르륵”하고 움직일 때의 느낌이 가장 좋다. 그 부드러움은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감미롭다.

그런데 이 부드러움과 속삭임은 오래 가지 않는다. 도심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 모를까 뻥 뚫린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면 바람 소리와 노면에서 일어나는 마찰음이 그대로 들어온다. 프리우스 프라임 역시 이 숙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프리우스보다 바닥 흡음재를 더 많이 사용했다고 하지만 들려 오는 소리는 예상보다 약간 거칠었다. 평소에 1.4ℓ 가솔린 해치백을 타고 다니는데, EV 모드에서의 고속 정숙성은 그 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전에 시승했던 닛산의 전기차 리프의 느낌과 비슷했다.

‘듀얼 모터 드라이브’ 시스템에도 너무 큰 기대를 걸었던 걸까? 어디선가 “으으으으으응”거리는 신음이 그윽하게 들려오긴 하는데 그에 비해 느껴지는 힘에선 아쉬움이 크다. 화장실에서 괄약근에 힘은 열심히 주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았을 때와 비슷하다. 마음속에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가 수없이 울려 퍼졌지만, 끝내 날 만족시키진 못했다. 전기모터는 돌아가는 순간 최대토크가 발휘되기 때문에 초반 가속력이 뛰어나다. 퍼포먼스 중심의 고성능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전기모터를 붙이는 이유다. 그런데 프리우스 프라임은 안타까웠다. 프리우스 프라임에 달린 전기모터의 최고출력은 각각 31마력, 72마력이다.

만회할 기회는 남았다. 프리우스 프라임엔 ‘엔진’이 있기 때문이다. 잠실로 돌아가는 길엔 처음부터 엔진의 봉인을 해제했다. EV 모드에서도 135㎞/h 이상 속도에선 엔진이 작동하는데, 도로교통법에 따라 도심 도로에선 시도할 수 없었다. 엔진에 불이 붙자 엔진과 배기구에서 신나는 소리가 난다. EV 모드에서 아쉬웠던 힘은 엔진이 충분히 만회했다. 엔진은 3세대 프리우스에서 사용하던 앳킨스 사이클 방식 1.8ℓ 가솔린 엔진을 유지했다. 전기모터와 함께 시스템 출력 122마력을 발휘한다.

아쉬운 건 핸들링이다. 프리우스에 비해 차체가 좀 더 길어서 그런지 프리우스보다 쫄깃한 맛은 덜하다. 스티어링 응답 속도도 3분의 2박자 정도 굼뜨다. 시승과 함께 만난 토요타의 요히치 스기우라 기술 부수석은 “현재 일본에서 프리우스 프라임의 라이벌은 프리우스인데, 그래서 디자인을 바꾸고 정숙성과 상품성을 한 단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운전 재미는 프리우스가 더 낫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프리우스보다 일상에서 경제적인 풍요로움에 도움을 주는 이동 수단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신행주대교에서 잠실까지의 평균 연비는 41.2㎞/ℓ였다. 프리우스 프라임의 공식 복합 연비는 가솔린 21.4㎞/ℓ, EV 모드일 땐 6.4 ㎞/㎾h다.

프리우스 프라임의 충전 모습
프리우스 프라임의 충전 모습

충전은 완속 전용 충전기 혹은 가정용 220V 전력을 사용하면 된다. 소요 시간은 각각 2시간 30분, 4시간 30분이 걸린다. 공용 충전기를 사용하면 완전 충전까지 약 2,500원의 비용이 든다. 장소의 여건만 괜찮다면 개인 전용 충전기도 설치할 수 있다. 또한, 기본 구매 보조금으로 최대 500만원(지역별로 다름)을 지원받을 수 있고, 개별소비세와 취·등록세 등 최대 270만원의 세금 감면 혜택도 있다. 서울 남산 터널 등 도심혼잡통행료는 면제고, 수도권 공영주차장은 50% 할인받을 수 있다. 배터리는 10년·20만㎞까지 무상 보증해준다.

프리우스 프라임의 가격은 4,830만원이다. 일본에서는 최대 6.1㎞까지 전기 주행 거리를 추가해주는 태양열 전지판 선택 사양이 있는데, 국내엔 도입되지 않았다. 만약 태양열 전지판 옵션이 더해졌더면 가격은 5,000만원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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