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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3번ㆍ3백번ㆍ3kgㆍ3번째’ 新황제 윤성빈을 탄생시킨 '3'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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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3번ㆍ3백번ㆍ3kgㆍ3번째’ 新황제 윤성빈을 탄생시킨 '3'의 기억

입력
2018.02.1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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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스켈레톤 신성' 윤성빈/사진=OSEN

아이언맨 마스크를 벗은 윤성빈(24ㆍ강원도청)을 옆에서 보면 참 평범하다.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일 때면 영락없는 일반 대학생이다.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 엄청나게 부풀어 올라있는 하체이다. 한국 썰매 종목의 선구자로 꼽히는 강광배(45)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허벅지 둘레만 24인치(약 61cm) 정도 된다”고 했다. 웬만한 여자 허리둘레에서 그 동안의 엄청난 훈련량을 짐작할 수 있다.

윤성빈은 설날이던 지난 16일 강원도 평창의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1~4차 시기 모두 압도적인 기록(3분 20초 55)으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설상 종목 메달이자 썰매 종목을 통틀어 아시아 최초의 금메달이다. 2위인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니키타 트레부고프(23)와 격차(1.63초)는 역대 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역사상 최다다. 명실 공히 스켈레톤 신(新) 황제로 우뚝 선 윤성빈이 탄생하기까지 여러 가지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어우러져있다.

◇ 3개월, 삼 세 번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윤성빈은 2012년 평범한 인문계 고교(신림고)를 다니다가 체육교사의 추천으로 강광배 교수를 만나 스켈레톤에 입문했다. 그러나 모든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윤성빈은 “그때는 쫓는 꿈이 없다 보니까 한번 시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이 가장 힘들었다. 다행히 그 시기가 짧았다. 국가대표를 3번 정도 시도해보려고 했다. 두 번 떨어지고 발탁됐는데 3번째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떨어졌다면 지금쯤 군대에 가 있었을 것”이라고 웃었다.

강 교수는 “윤성빈을 테스트하는데 가능성이 보였다”면서 “3개월 훈련 후 선배 국가대표를 다 이기고 1등을 했다”고 떠올렸다. 제자리 점프로 농구 골대 림을 잡을 만큼 운동신경이 탁월했던 아이가 좋은 스승을 만나 스타트 대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꺾고 우승하는 파란을 일으키기까지는 불과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 300회, 트랙을 외우다

천재적인 재능은 타고는 성실성과 화학 작용을 이루면서 급성장을 거듭해나갈 수 있었다. 윤성빈이 얼마나 노력하는 선수인지에 대해 김정수 봅슬레이ㆍ스켈레톤 대표팀 코치는 “윤성빈이 8차 월드컵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트랙을 300회 이상 탔다”고 증언했다. 극심한 체력 소모 때문에 하루에 많아야 2~3차례 주행 훈련을 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어떨 때는 8번이나 트랙을 돌기도 했다. 윤성빈은 “몸이 저절로 익히도록 하고 싶었다”고 했다.

황제로 군림하기까지 12년이 걸린 마르틴스 두쿠르스(34ㆍ라트비아)에 비해 윤성빈은 반 토막인 불과 6년 만에 대관식을 성공리에 치른 배경이다. 이용(40) 봅슬레이ㆍ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은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윤성빈이라는 대형 선수가 탄생했다”고 강조했다.

윤성빈의 남다른 의지는 가정환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강 교수는 “어릴 적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면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홀어머니 밑에서 힘들게 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감격해 했다.

◇ 3kg, 투자하면 3번째 베이징도

윤성빈은 온 신경을 집중한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뜻밖의 변수를 맞닥뜨린다. 지난 1월 초 노로 바이러스에 걸려 배탈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고생했고 최악의 컨디션으로 연습에 임했다. 몸무게는 금세 3kg이나 빠졌다.

이걸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세심한 것 하나하나까지 챙긴 아낌없는 지원이다. 윤성빈 금메달 프로젝트를 위해 정부와 대한체육회의 후원 및 각종 스폰서가 물심양면 재정적인 지원을 해줬다.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외부 강사를 초빙했고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는 2016년과 2017년 여름 두 차례 비시즌 동안 진천선수촌에서 스포츠 과학 분석을 토대로 한 집중훈련을 도왔다.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윤성빈에게 최적화된 맞춤 훈련을 제시한 결과 좌우 근육 균형을 맞추면서 윤성빈의 100m 기록을 0.58초(11초 06)나 단축했다. 뜀틀을 넘는 반복훈련을 통해 서전트 점프는 107㎝로 키웠다. 선임 연구위원인 민석기 박사는 “최근 몇 년간 두각을 보인 썰매 종목(봅슬레이ㆍ스켈레톤)은 평창을 대비해서 4년간 장기적으로 지원했다”고 확인했고 윤성빈은 “진천에서 훈련 효과를 제대로 봤다”고 화답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투자라는 걸 몸소 경험한 윤성빈부터가 잘 알고 있다. 이제 본인의 3번째 올림픽이 될 4년 뒤 베이징을 기약하는 윤성빈은 “이번 메달로 스켈레톤이라는 종목을 알리고 많은 인재들을 발굴했으면 한다. 나 이후 선수들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평창=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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