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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공장? 진실 고백의 장?… 평가 엇갈리는 ‘네이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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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공장? 진실 고백의 장?… 평가 엇갈리는 ‘네이트판’

입력
2017.11.0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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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더러운 여자이지만,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2015년 네이트판에 올라온 이른바 ‘세 모자 사건’의 첫 번째 게시물. 네이트판 캡처
“저는 더러운 여자이지만,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2015년 네이트판에 올라온 이른바 ‘세 모자 사건’의 첫 번째 게시물. 네이트판 캡처

“한국이 얼마나 비정상인지 알고 싶다면 네이트판에 가세요”

요즘 온라인에서 돌고 있는 ‘웃픈’ 농담이다. SK 커뮤니케이션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하루 수백 건 넘는 글이 쏟아진다. 그러나 여론의 도마 위에 던져지는 글은 소수다. 그것도 대부분 “시아버지가 손자에게 모유 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해요”, “와이프가 저를 때려요” 등 평범한 사람은 일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내용들이다.

글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익명 기반이라 원 글쓴이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네이트판은 온라인에서 이런 별명이 있다. ‘판춘문예’. 소설에 나올 법한 내용의 글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세 모자 사건’이 판춘문예의 대표적 사례다. 2015년 네이트판 ‘도와주세요’ 게시판에는 충격적인 글이 올라왔다. “저는 더러운 여자이지만,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10대 아들 둘이 있는 여성이 시댁 식구들에게 성(性)노예로 부려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건에 알려지면서 대중은 분노했다. 당장 남편과 시댁 식구를 소환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다음 ‘아고라’ 같은 시민 청원 게시판에서는 관련 글이 쏟아졌다. 하지만 경찰은 얼마 뒤, 세 모자 사건이 친한 무속인 꾀임에 넘어간 글쓴이의 자작극이라고 발표했다. 한쪽 말만 들었다가 애꿎은 사람을 잡을 뻔한 셈이다.

네이트판이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샘 직원 성폭행 논란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이곳에 폭로되면서다. 하지만 네이트판을 바라보는 네티즌의 시선은 마냥 곱지는 않다. 가짜 뉴스가 판치는 ‘논란 공장’이라는 평가와, 익명성에 기대어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드러낼 수 있는 ‘진실 고백의 장’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판춘문예가 또… VS 용기 있는 고백

지난달 29일 네이트판은 사무용품 기업 ‘한샘’의 직원 A씨가 올린 글로 발칵 뒤집혔다.

자신이 올 초 동료 남직원에게 ‘몰카(몰래카메라)’ 피해를 당해 사내 성폭력 피해를 담당하는 남직원 B씨와 상담을 진행했는데, B씨마저 자신을 성폭행했고 나아가 해당 사건의 뒷수습을 담당한 인사팀장에게까지 성폭행 당할 뻔 했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29일 네이트판에 올라온 ‘한샘’ 직원의 성폭행 피해 주장 게시물.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달 29일 네이트판에 올라온 ‘한샘’ 직원의 성폭행 피해 주장 게시물. 온라인 커뮤니티

가해자로 지목된 남직원들을 향한 비난이 온라인에서 쏟아졌다.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심지어 한샘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 조짐까지 포착됐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경찰이 ‘몰카’ 범죄와 인사팀장 사건에 대해선 일부 혐의를 인정했지만, 사실상 논란의 중심이었던 B씨 사건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한 것이다.

하지만 피해 주장 직원과 B씨가 사건 당일 나눈 메신저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여론은 조금씩 B씨의 무고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A씨 또한 변호사를 선임해 재 반박에 나섰다. 현재도 이 사건은 A씨 측과 B씨 측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어 정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사건을 지켜본 네티즌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판춘문예’가 또 한 건 해냈다”는 반응과 “용기 있는 고백”이라는 반응이었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네이트판에서 여론 몰이하려는 글에는 꼭 반전이 있더라”면서 “이제 글 출처가 네이트판이면 99%는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글을 남겼다.

반면 또 다른 네티즌은 이번 사건을 “사내 성폭행을 공론화해 많은 여성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며 A씨의 고백이 용기 있는 행동이라 치켜세우기도 했다. 실제로 한 네티즌은 “최근 한샘 성폭행 사건을 보고 용기를 내게 됐다”며 자신이 현대카드에서 겪은 사내 성폭행 피해를 폭로해 또 다른 논란에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다만 이 사건 역시 현대카드 측과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반박을 내놓으며 진실 공방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결국 언론의 태도가 중요”

전문가는 네이트판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언론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8일 “처음에 어떤 이슈가 터지면 언론이 사실 관계 확인 없이 무조건 받아쓰는 경향이 있다”면서 “언론이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해, 제대로 보도해야 대중이 폭발적 반응으로 치닫는 걸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 평론가는 “특히 성범죄 사건의 경우에는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대부분 여성”이라며 “(언론이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정말 억울한 사람이 ‘꽃뱀’으로 몰리는 경우도 있다. 대중 또한 어떤 사건이 터지면 한쪽 말만 듣지 말고, 양쪽 말을 다 들을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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