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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작가 “보편적 검사 그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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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작가 “보편적 검사 그리고 싶었다"

입력
2017.08.0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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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는 다른 장르물과의 차별점에 대해 "사건이 왜 일어났는가를 중요시 했다"며 "어떤 형태의 권선징악이 될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다른 장르물과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 E&M 제공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는 다른 장르물과의 차별점에 대해 "사건이 왜 일어났는가를 중요시 했다"며 "어떤 형태의 권선징악이 될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다른 장르물과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 E&M 제공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은 여러 화제거리를 낳았다. 새 정부의 검찰개혁 과제가 화두로 떠오른 시기에 검경 비리를 다뤄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았다. 어릴 적 수술 후유증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검사 황시목(조승우)의 정의구현 과정도 흥미로웠다. 배우 조승우 배두나 등의 연기 앙상블도 호평 받았고, 빼어난 장면 연출과 편집도 갈채를 받았다.

무엇보다 드라마 구성의 치밀함이 눈길을 끌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결말에 이르기까지 서스펜스를 빚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남달랐다. 더군다나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는 신인이라 그의 정체에 시청자들의 호기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 작가는 신상 공개를 꺼렸다. 서면 인터뷰의 조건으로 얼굴과 나이 비공개를 내걸었다.

이 작가가 제한적으로 밝힌 자신의 소개는 이렇다. 드라마의 사실적 묘사 때문에 ‘검찰에 있었다’는 소문이 떠돌았지만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퇴직했고, 5,6편의 습작을 집필했다. 데뷔작인 ‘비밀의 숲’은 3년 전부터 준비했다. 배우 송승헌 김현주 채정안 등이 소속된 씨그널엔터테인먼트와 지난달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손으로 남을 가리킬 때 검지손가락 하나는 상대를 향해 뻗어있지만, 나머지 손가락들은 모두 나를 향해 있다는 말, 들은 적 있으신가요? 결국 모든 것은 나로 인해 비롯된다는 것, 그게 ‘비밀의 숲’을 통해 말하려고 했던 것이죠.”

‘비밀의 숲’에선 현실에서 본 듯한 장면과 인물이 등장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는 검사 이창준(유재명)은 검사 스폰서 박무성의 살인사건을 사주한 뒤 황시목이 사건을 조사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검찰과 대기업 한조의 비리를 고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작가는 “이창준을 구체적인 인물을 모델 삼아 만든 건 아니다”며 “과거 있었던 부장검사 스폰서 사건이 가장 많은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비밀의 숲’의 소재(검찰)와 장르(추리 스릴러)는 유별나지 않다. 하지만 방영 초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고, 안방에 추리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마지막 회는 시청률 6.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다. 이 작가는 “중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는 게 아니라 과정을 즐기는 것”이라며 “등장인물이 극에 어떤 의미를 갖고, 서로 어떤 관계를 맺는지, 시청자가 전반적인 메시지에 집중한 모습을 보면서 제 의도가 잘 맞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극의 주제는 제목에서도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이 작가는 “사건이 벌어지는 검찰을 보통 사람들은 들여다볼 수 없는 거대하고 울창한 숲으로 표현했다”며 “주인공들은 숲을 헤치고 들어가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것을 세상에 끄집어낸다”고 설명했다.

tvN '비밀의 숲'에서 이창준(유재명) 청와대 민정 수석은 검찰의 비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tvN 방송화면 캡처
tvN '비밀의 숲'에서 이창준(유재명) 청와대 민정 수석은 검찰의 비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tvN 방송화면 캡처

이 작가는 “마지막 회에서 이창준이 남긴 유서와 황시목이 뉴스 방송에 나가 언급한 대사에 기획의도가 담겨있다”고 밝혔다. 내부고발자로 밝혀진 이창준은 “부정부패가 해악의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이제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 나의 이것이 시작이길 바란다”라며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발했다. 국민이 현실 속 검찰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이창준과 황시목을 통해 나오면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검찰 비리를 밝혀내는 검사 황시목은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열혈검사는 아니다. 지극히 이성적이고, 말수도 없으며 오직 사실에 따라 일을 처리한다. 이 작가는 “정의와 불의의 분별, 편법 없이 오직 진실만을 향해 나아가는 꾸준한 걸음의 가치를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시목 주변에는 다른 사람들과 교감하는 따뜻한 마음씨의 형사 한여진(배두나)을 배치해 “철저한 이성(황시목)과 정의로운 감성(한여진)의 대비”를 극대화했다.

“단순히 일이기 때문에 성실하게 임하는 검사의 모습이었으면 했어요. 업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결과에 온전히 책임을 지는 캐릭터를 보고 싶었던 거죠. 드라마에선 화려한 활약을 보이는 검사들이 많지만, 실제론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검사들이 더 많을 테니까요.”

황시목 주변 인물들은 사실성에 공을 들였다. 비리검사 서동재(이준혁)는 이창준의 유언을 듣고 무언가를 깨우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검사 자리로 복귀하자 비열한 성향을 다시 드러낸다. 이 작가는 “등장인물 대부분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이면을 가진 캐릭터라 여러 모습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면서도, 튀지 않게 묘사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악인은 이렇다’, ‘정의로운 주인공은 이렇다’는 공식을 적용하고 싶지 않았다”며 “모두 각자의 논리대로 움직인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눈물도, 웃음도 없었던 황시목이 크게 미소 짓는 마지막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온라인에서는 시즌 2에 대한 복선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 작가는 “특별히 시즌 2를 위해 설정한 열린 결말은 아니다”고 말했다. “시즌2는 매우 많은 요건이 맞아야 가능한 일이거든요. 그래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얘기가 나오는 것은 큰 영광이죠. 사람의 존재가 가지는 의미에 천착해 작품을 바라본 시청자 덕분에 그동안 저는 참 기뻤습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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