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재판서
각각 유리한 내용 끌어와 공방
국정농단 관련 사건의 1ㆍ2심 판결이 이어지면서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재판의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박영수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은 항소심 재판에서 서로 유리한 내용이 담긴 판결문을 증거로 제시하며 혐의 입증과 변론 근거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정형식)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항소심 공판에서 특검은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의 2심 판결문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른바 ‘삼성 합병’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의 거래가 있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함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는 문 전 장관은 1ㆍ2심에서 모두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 1심은 청와대의 개입 여부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던 것에 반해, 최근 판결이 난 2심은 박 전 대통령이 문 전 장관에게 범행을 지시한 공범이라고 못박았다. 해당 판결문이 증거로 채택되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합병을 ‘청탁’했고, ‘대가’로 최순실씨 일가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특검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그러자 이 부회장 측이 다른 판결문을 들어 보이며 “청탁이 이뤄진 바 없다”고 반격했다. 일성신약 등 합병 전 옛 삼성물산 주주 측에서 제기한 합병 무효소송 1심 판결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삼성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합병이 포괄적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더라도 경영권 승계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었다”며 “특정인의 기업 지배력 강화가 법적으로 금지된 것이 아닌 이상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이라는 사정만으로 그 목적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도 이날 “합병 무효 소송에서 원심은 포괄적 승계와 합병이 관련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청탁이 이뤄진 바 없다고 판단했다”며 “법원은 합병에 대한 경영상 합목적성이 인정되며 계열사 이익에 기여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특검 주장에 맞섰다. 변호인은 또 “합병 청탁이 없었으며 박 전 대통령이 합병과 관련한 지시가 없었다고 인정했다”고 강조하는 등 서로 판결문으로 치고 받는 양상이 전개됐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