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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로봇’은 한국에도 있다

입력
2017.08.2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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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무기가 테러에 악용되면 수많은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할 것입니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 개발 경쟁을 막아야 합니다.”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연구를 선도하는 116명의 기업가와 전문가들이 20일(현지시간) 유엔에 자동화무기, 일명 ‘킬러로봇’ 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전기차 제조업체이자 인공지능(AI) 연구의 선두주자인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이세돌과 바둑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AI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설립자 무스타파 슐레이먼도 서한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 참여한 전문가들은 21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릴 ‘재래식무기에 관한 유엔 회의(CCW)’가 참여부진으로 취소되자 서한을 공개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처음으로 로봇형 무기에 대한 의제를 다룰 예정이었다.

영화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의 한 장면. 영화 스틸컷.
영화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의 한 장면. 영화 스틸컷.

‘킬러로봇’ 이라는 말은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온 로봇병기 ‘T-800’을 연상시킨다. 이미 수 많은 영화와 소설에서 로봇이 인류를 공격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알파고조차 신체를 갖추지 못하고 인간의 손을 빌려 바둑돌을 옮기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경고가 기우라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지키는 ‘센트리 가드 로봇(SGR)-1’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상당 수준의 자동화무기가 사용되고 있다.

[센트리가드로봇(SGR)-1의 홍보영상]

SGR-1은 삼성테크윈이 2007년 개발한 지능형 감시경계용 로봇이다. 로봇은 내부에 장착된 4개의 카메라로 좌우 반경 180도 이내에서 주간 4km, 야간 2km까지 움직이는 물체를 탐지한다. 형상인식장치가 내장돼 주간 2km, 야간 1km 안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사람인지, 차량인지, 동물인지 가려낼 수도 있다. 다만 공격 판단은 로봇이 스스로 하지 않고 기지의 군인들이 한다. 공격용 로봇 분야 전문가인 알렉스 발레즈-그린 신미국안보센터 연구원은 2015년 이 로봇을 초기 형태의 ‘킬러로봇’으로 분류했다.

이밖에도 실제 사용되는 로봇형 자동화무기는 많다. 미국의 정찰로봇 팩봇은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쟁에 2,000대 이상 투입됐다. 미국 국방부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중동 힌두쿠시 산맥에 숨어 있던 극단주의 무장세력 탈레반과 알 카에다를 공격하는 ‘힌두쿠시 작전’에 스스로 적을 탐지하는 드론을 사용했다.

더욱 발전된 형태의 무기도 등장하고 있다. 영국이 개발한 타라니스 드론은 자동으로 상황을 판단해 공격까지 수행한다. 미국의 펫맨, 러시아의 이반 등은 인간처럼 생긴 전투로봇으로 2025년 이후 상용화될 전망이다. 일본 스이도바시 중공업은 2012년 인간탑승형 거대 전투로봇 쿠라타스를 개발했다. 아직까지 여가용으로 판매하지만 애니메이션 ‘건담’ 속 전투로봇도 머지않아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고등연구재단이 지난해 개발한 로봇병사 이반(왼쪽). 일본 스이도바시 중공업이 개발한 레저용 전투로봇 쿠라타스(오른쪽). 위키피디아.
러시아 고등연구재단이 지난해 개발한 로봇병사 이반(왼쪽). 일본 스이도바시 중공업이 개발한 레저용 전투로봇 쿠라타스(오른쪽). 위키피디아.

전문가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자동화무기 개발경쟁이 시작되면 테러는 물론 전쟁까지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무시무시한 살상력 때문만은 아니다. 킬러로봇이 다른 인간의 생명을 뺏는 행위를 가상현실처럼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힌두쿠시 작전’에 참가했던 전직 조종사 브랜던 브라이언트는 2013년 CNN과 인터뷰에서 “복무기간 중 혼자 1,623명을 죽였다”며 “드론 공격을 하는 동안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 폭탄을 터뜨렸다”고 밝혔다. 작전과 관련된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드론 폭격 사망자 중 90%는 민간인이었다. ‘드론이 정밀 타격을 한다’는 기존 발표와 전혀 다른 결과였다.

전문가들은 기술에 대한 더 세심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공동서한을 주도한 인공지능 전문가 토비 월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는 “사람들은 킬러로봇 개발을 특수 분야로 생각하지만 현재 유행하는 자율주행차 개발이 곧 자동화무기 기술”이라며 “개발경쟁으로 값싼 킬러로봇이 등장해 테러에 악용되기 전에 각국이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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