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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목표 처음으로 낮춘 현대차… 자동차 업체들 수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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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목표 처음으로 낮춘 현대차… 자동차 업체들 수출 비상

입력
2016.01.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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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에서 열린 2016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에서 열린 2016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판매 목표량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년보다 낮춰 잡았다. 판매 목표량은 실적과 달리 많이 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어서 이를 낮춘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방증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4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서 시무식을 갖고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 820만대보다 7만대 적은 813만대로 설정했다. 2003년부터 판매 목표를 공개한 현대차는 지금까지 목표를 낮춘 적이 한 번도 없다. 세계 경제위기로 환율 전망치가 요동치면서 판매 목표를 발표하지 못한 2009년을 제외하고 매년 판매 목표량을 조금씩 늘려왔다. 실제 판매 실적이 목표치를 100% 달성한 적이 한 번도 없고 85.4~96.1% 사이를 오간 2003~2008년에도 이런 기조는 줄곧 유지됐다.

[현대기아차 연도별 판매목표 및 실적](단위: 만대)

자료: 현대자동차그룹

그만큼 현대차의 올해 목표치 하향 조정은 산업계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판매실적이 목표치를 뛰어넘어 101.8~106.5% 초과 달성했고 지난해 잠시 주춤한 직후 취해진 조치여서 더 심각하게 보는 분위기다. 정 회장도 신년사에서 “중국 경기 둔화와 저유가 기조,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 시장의 불안 등으로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위기 상황을 강조했다.

따라서 지난해 현대차의 발목을 잡았던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를 우려해 “어두운 작년, 더 어두운 올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우려는 지난해 판매 실적을 보면 여실히 나타난다. 현대기아차의 작년 판매 목표는 820만대였다. 그러나 이날 현대차가 발표한 판매대수는 801만대로 목표치의 97.7% 달성에 그쳤다.

특히 수출실적이 크게 후퇴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수출 대수는 425만716대로 전년대비 0.6% 감소했다. 기아차는 252만3,408대로 전년보다 2.1% 후퇴했다. 그나마 지난해 한시적으로 적용된 승용차 개별소비세 면제로 내수가 늘어나 총 판매대수는 전년 800만대와 비슷하게 유지됐다.

비단 현대차뿐이 아니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전반적으로 수출 부진을 겪었다. 위탁 생산하는 닛산 로그 덕분에 수출이 증가한 르노삼성을 제외하면 한국GM과 쌍용차 모두 지난해 수출 실적이 전년보다 줄었다. 한국GM은 지난해 46만3,468대를 수출해 전년대비 2.7% 하락했고, 쌍용차는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수출 실적이 2014년 7만2,000대에서 지난해 4만5,100대로 37.4%나 떨어졌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지난해 수출실적(단위: 대)

자료: 각 사 종합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 판매량을 지난해 대비 2.9% 증가한 8,850만대로 전망했다. 지난해 성장률(1.8%)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4%가 넘었던 2011~2014년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3.2%보다도 낮다.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이 계속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지난해 실적을 견인한 미국의 신차 대기 수요도 어느 정도 해소돼 선진시장까지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자원 수출국의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도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걸림돌이다.

엔화 및 유로화 약세가 계속되고 달러 등 주요 통화 대비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은 영업이익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은 “위기 요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내 자동차 업계가 더 어두운 올해를 보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불안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각국 안전 및 환경 규제 강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정보통신과 전자기술을 융합한 미래 기술개발을 강화할 방침이다. 올해 출시하는 친환경차와 하반기 미국에 처음 선보이는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해외 수출의 새 교두보로 꼽힌다.

또 기아차 멕시코공장, 현대차 중국 창저우공장 등 10개국 34개 생산공장을 활용해 현지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최고의 품질과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차를 내놓아 브랜드 가치를 획기적으로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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