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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마음 편히 일하는 사회로 나아가는데 일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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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마음 편히 일하는 사회로 나아가는데 일조하겠습니다

입력
2017.12.0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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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은 대구시여성단체협의회장 인터뷰

정기은 대구시여성단체협의회장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정기은 대구시여성단체협의회장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저게 가능할까 싶었구요.”

정기은(54)대구시여성단체협의회장은 2000년 무렵 미국을 방문했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디트로이트에서 길다스클럽을 방문했을 때였다. 길다스클럽은 암으로 사망한 유명 코미디언을 기려 만든 곳으로 암환자와 회복과정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세웠다. 정 회장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암을 극복한 이들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전문 분야에서 무료 봉사를 하고 있었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에도 이런 형태의 전문적 봉사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가능했다. 정 회장이 이를 직접 증명했다. 그가 설립한 분홍빛으로 복지연구소와 힐링센터를 통해서다.

정 회장의 남편은 대구에서 유방암 전문의다. 1999년, 정 회장에게 가슴을 절제한 환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서줄 것을 부탁했다. 대중목욕탕 이용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대중 목욕탕을 빌려서 단체로 목욕을 했다. 2008년에는 아예 병원에 전용 목욕탕을 만들고 연구소를 세웠다.

이후 연구소에서 하는 일이 조금씩 늘었다. 목욕을 비롯해 심리 치료, 웃음 치료, 미술ㆍ음악ㆍ독서 치료, 가곡교실, 기체조, 라인댄스, 에어로빅, 부종체조까지 힐링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봉사자는 모두 길다스클럽처럼 무료로 재능기부를 한다. 유방암을 겪은 봉사자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직업도 교수를 비롯해 전문직이 많지만 전적으로 환자를 위해 무료로 헌신하고 있다.

“대구 여성들이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요. 길다스클럽이 여기에 재현되었으니까요. 의심했던 제가 다 미안할 정도입니다.”

‘대구 여성’으로 국한하는 이유가 있다. 전용 목욕탕 지을 때 얼마 안 가 전국에 환자를 위한 목욕탕이 생길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까지도 대구가 유일하다. 정 회장은 “국채보상운동과 금모으기 운동 등 역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시민운동이 대구에서 일어난 이유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유방암 환자를 위한 봉사활동을 계기로 다양한 단체에서 손을 내밀었다. 특정인을 위한 봉사에서 봉사의 영역이 조금씩 넓어졌다. 2008년 <사>소비자교육중앙회 대구지회에 가입한 것을 시작으로 소비자교육중앙회 대구지회 이사, 중구회장, 핑크리본복지연구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구시중구여성분과위원장, 대구 중구여성단체협의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그 사이 대구시장 표창, 대구중구청장 표창, 행정자치부장관 표창, 대구시목련상을 받으면서 지역 사회에 이름을 알렸다.

다양한 사회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 3월 대구시여성단체협의회에 역대 최연소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여성단체협회의 회장은 마지막 명예로 인식되는 자리였고, 그렇다 보니 역대 회장들은 대부분 고령이었다. 정 회장은 단일후보로 출마해 33개 회원단체의 만장일치로 당선됐다. 쟁쟁한 선배들이 있었지만, 젊은 회장을 뽑아서 여성회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대의적 차원에서 출마를 포기했다. 기대에 부응해 취임 후 역동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성단체의 이미지 개선이 급선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자신도 여성봉사단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중구여성단체협의회장 등으로 활동하던 시절에 생각이 확 바뀌었죠. 아무런 대가 없이 오로지 봉사정신 하나로 헌신하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봉사단체들이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 노동에 가까운 봉사 외에 핑크리본복지연구소처럼 전문분야 봉사, 혹은 뒤에서 따라가는 봉사가 아닌 앞장서서 흐름을 주도하는 봉사단체로 위상을 정립하려고 애썼다. 정 회장은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5월17일부터 20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북아 관광학회 및 포럼에서 한국 대표로 나서 ‘대구의료관광의 발전’이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정 회장이 기조연설을 신청했고 학회에서 이를 수렴하면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취임 후 첫 대외활동이었다.

“러시아분들은 대구에 의료관광 기반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모르더군요. 서울과 비교해서 의료비가 저렴하다는 장점도 강력하게 어필했습니다. ‘정말 좋은 정보 감사하다’는 말을 듣고 뿌듯했죠. 여성들이 앞장서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도 얻었습니다.”

당면 활동 목표는 일ㆍ가정 양립 확산 운동 참여다. 여성이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인 만큼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정 회장은 “대구의 여성일하기센터에서 밝힌 취업 실적이 작년과 비교해 올해 54.5% 증가해 전국 17개 시ㆍ도에서 1위 성적을 기록했다”면서 “보수적인 도시 분위기를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라고 밝혔다.

“우리 여성단체협의회에서도 일ㆍ가정 양립 확산 운동에 동참하자는 취지로 올해 직원 채용 공고를 낼 때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했어요. 시간이 자유로워 그랬는지 유능한 구직자들이 다수 몰렸어요. 그리고 실제로 근무를 시켜보니 시간 조정이 업무에 큰 차질을 초래하지도 않더군요.”

정 회장은 “성평등 임금공시제, 근로환경 조성, 직장 내 가족친화제도 확산, 탄력적 근무시간제도 등 여성의 경제활동을 확대한 제도적 개선과 인식 변화 캠페인 등에 적극 동참해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사회로 나아가는데 일조하겠다”면서 “당장 이 세대에 모든 걸 이루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노력한 만큼 다음 세대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생각으로 멀리 보고 천천히, 그러나 내실 있게 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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