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권경성 기자

등록 : 2017.11.29 17:31
수정 : 2017.11.29 20:57

“핵 완성 선언, 이제 협상하자는 대미 신호”

전문가들, 北 의도 분석

등록 : 2017.11.29 17:31
수정 : 2017.11.29 20:57

국면 전환 모색에도 美 호응 않자

애매한 강도의 도발로 공 넘겨

당분간 도발 뜸해질 가능성

북한이 29일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리춘히 아나운서가 조선중앙TV를 통해 이런 내용의 정부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9일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 주장하는 ‘화성-15형’을 쏴 올리고 곧장 국가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한 건 의미가 적지 않다.

핵무기 완성 때까지 당분간 도발을 멈추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명분을 스스로 만들려는 의도가 가장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9월 15일 ‘화성-12형’ 발사 뒤 70일 넘게 추가 도발을 하지 않았는데도 미국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데 우선 주목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도발은 아직 북한이 ‘살아 있다’는 건 보여주되 유엔의 추가 제재나 미국의 군사적 압박은 피할 수 있을 정도의 교묘한 수위”라며 “정말 핵무력을 완성했고 자신감도 있었다면 정상 각도로 일본을 관통해 5,000㎞ 넘게 미사일이 날아가도록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쌍중단(雙中斷ㆍ북한 핵ㆍ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제안을 의식해 먼저 중단하고 협상 국면 전환을 모색했는데 미국이 호응하지 않자 애매한 강도의 도발을 벌여 미국에 공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북한의 주장을 액면대로 수용할지 판단하려면 더 심도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면서도 “어차피 기술적 논란이야 불식되지 않을 테니 일찌감치 선언하고 제재ㆍ압박을 줄이는 선택을 한 듯하다”고 했다.

돌파구 마련이 북한의 노림수라면 당분간 도발이 뜸해지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핵무력 완성 선언은 곧 더 도발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완성이 임박했으니 이제 협상하자는 대미(對美) 신호”라고 했다. 조한범 연구위원도 “핵무기 완성 선언을 해버림으로써 위축됐다는 조롱을 피하면서 도발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다음 수순이 핵 동결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곤 교수는 “미국이 협상 가능 전제로 제시한 ‘도발 동결 이후 60일’이라는 조건이 발효하려면 북한의 핵 동결 선포가 불가피하다”며 “미국의 반응에 따라 고체 연료를 쓰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지상형인 ‘북극성-3형’ 시험 발사 등을 거쳐 핵 동결을 선언하고 미국을 다시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과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무력 완성 선포는 대외용이라기보다 대내 선전용일 가능성이 더 크다”며 “올 신년사에서 핵무력 완성이 막바지라고 한 만큼 연내 어떻게든 선포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내외 무력 과시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도발에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 미국의 추가 압박에 대한 반발적 성격과 더불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귀순병 사건, 경제난 악화 및 권력 기관 숙청 등 북한 내부 불안 요인 확산에 따른 체제 결속 도모 용도도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기술적 보완을 위해 도발이 이뤄졌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고도나 비행거리를 볼 때 단순한 반발 차원이 아니라 계획된 미사일 발사로 봐야 한다”며 “미국과 일본을 덜 자극하면서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핵무력을 완성한 만큼 ‘약한 고리’인 한국을 상대로 회담 제의를 수용하겠다는 식의 평화 공세를 펴면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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