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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한은의 ‘金테크’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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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한은의 ‘金테크’ 어찌하오리까

입력
2016.01.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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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중수 전 총재 시절 공격적 매입 후 대거 손실

“국제금값 낮을 때 추가매입 해야” 목소리 불구, 이주열 총재 취임 후엔 아예 논의 중단

“합리적 투자 목표ㆍ기준 만들고 그에 맞는 전략 세워야”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 규모는 작년 말 현재 104.4톤. 이중 90% 가량(90톤)은 국제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31.1035gㆍ이하 온스) 당 1,500달러를 훌쩍 넘었던 2011년 7월~2013년 2월 사이(2011년 40톤, 2012년 30톤, 2013년 20톤)에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김중수 전 총재 시절이었다.

이 기간의 평균 매입단가는 온스당 약 1,628달러. 지난 15일 기준 국제 금 시세(뉴욕상업거래소 거래)가 온스당 1,091.5달러까지 떨어진 걸 감안하면, 불과 3~4년 새 수익률이 무려 마이너스(-) 33%까지 떨어졌다. 원화로 치면, 금 90톤을 매입(장부가 47억1,000만달러ㆍ약 5조7,151억원)해 1조8,860억원을 날린 셈이다.

국제 금 가격이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은의 금 투자 손실액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누구보다 정교한 전망을 토대로 투자에 나서야 할 한은이 ‘상투’를 잡으며 국부(외환보유액)를 갉아먹었다는 비난이 비등한 상황. 이미 본 손해야 어쩔 수 없더라도, 애초 외환보유액 투자 다변화라는 매입 목적에 비추면 금값이 많이 떨어진 지금이 추가 매입 타이밍 아니냐는 지적도 쏟아지지만 한은은 뒷짐만 진 채 ‘몸 사리기’로 일관하고 있다.

12일 한은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한은은 김 전 총재 시절 매입한 금을 포함해 전체 금 보유량(104.4톤)의 장부 가격을 47억9,000만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온스당 약 1,428달러에 해당하는 것으로, 금 보유량 전체로 봐도 약 23.6% 가량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중앙은행의 투자 성적표로는 낙제점에 가까운 수준이다.

한은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건 금 가격이 당분간 크게 오르기 어렵다는 점. 미국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는 한, 통상 달러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 가격이 장기간 약세를 면치 못할 거란 비관론이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다.

문제는 고점 근처에서 여론에 떠밀려 집중적으로 금을 매입한 이후 금값이 크게 떨어진 현재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값이 꾸준히 오르던 2010년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왜 금을 사지 않느냐”고 한은을 몰아붙였다. 당시만 해도 금 매입에 신중했던 김 전 총재는 이후 금값이 2,000달러를 넘을 거란 전망이 확산되자 금 매입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한은은 당시 내부적으로 현재보다 더 높은 보유목표를 세웠으나 금값이 급락세로 돌아서자 결국 매입을 중단했다. 이후 이주열 현 총재가 부임한 뒤, 금 관련 논의는 한은에서 자취를 감췄고 당시 금 매입이 간여했던 직원들은 현재 대부분 지역본부로 전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미 발생한 투자 손실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한은이 금 투자에 대해 책임 회피에만 일관하고 있을 뿐 전략적인 접근이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일각에선 이런 상황을 이용해 한은이 오히려 금 보유량을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실제 국제 금값 하락을 틈타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들은 작년에 금을 대거 매입했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한은의 금 투자목적에 따르면 지금도 투자를 계속하고 있어야 맞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현실에 대해 한은은 앵무새 같은 공식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금 매입은 외환보유액의 투자 다변화 차원에서 장기ㆍ전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단기적인 가격변동에 따른 손실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서명국 외자기획부 운용기획팀장)는 것이다. 서 팀장은 또 금 추가 매입 계획을 묻는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만 답했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는 “적정 금 보유량에 대한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외환보유액(세계 6위)과 금 보유 순위(34위)가 지나치게 차이 나는 것은 문제”라며 “애초 금을 왜 집중 매입했는지, 이후엔 왜 안 사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도 비정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재나 정권에 따라 금에 대한 입장이 바뀔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금 관련 기본 정책과 기준을 만들고 그에 맞는 매입ㆍ매도 타이밍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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