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경제 살리고 개헌 띄우기' 잰걸음 나선 아베

알림

'경제 살리고 개헌 띄우기' 잰걸음 나선 아베

입력
2017.10.23 17:19
3면
0 0
일본 총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신조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도쿄의 집권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개헌과 관련,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과 함께 폭넓게 논의해 가겠다고 밝혔다. 도쿄=AP=연합뉴스
일본 총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신조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도쿄의 집권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개헌과 관련,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과 함께 폭넓게 논의해 가겠다고 밝혔다. 도쿄=AP=연합뉴스

일본 중의원 선거(22일)에서 자민ㆍ공명 연립여당이 개헌 발의선(310석)을 넘어서는 313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둬 극적으로 집권기반을 되찾게 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민생 안정과 경제 살리기로 민심을 수습하고 헌법개정 숙원을 달성하기 위한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23일 아베 총리가 내놓은 첫 일성은 민생 안정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정책을 통해 결과를 내겠다”는 것이었다.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응이 아베노믹스 최대의 도전이라며 민생에 주력할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는 자민당 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 내내 입술을 깨물며 마치 폭풍이 지나간 듯 무겁고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여야 관계없이 국민과 함께 폭넓은 (개헌)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여당이 압승했지만 여전히 자신에 대한 국민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경제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시장은 곧바로 아베의 메시지에 반응했다.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1.1% 상승한 21,696.65에 거래를 마쳤다. 1996년 7월 이후 21년여만에 최고치다.

아베 총리는 일단 제4차 내각 발족 준비와 줄줄이 예정된 외교일정 소화에 나선다. 내달 1일 특별국회에서 총리지명절차를 거친 뒤 새 내각을 발족한다. “어려운 순간 당이 결속해 이뤄낸 승리”라는 판단에 따라 현 각료들을 전원 연임시킬 방침이다. 특히 북한 위협에 맞선 ‘강한 아베 외교’를 선거화두로 띄운 만큼 내달 5~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일일정이 최대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미국이 가장 신뢰하는 우방이자 정상간 밀월의 주인공임을 과시한다는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해 “대승리를 축하한다. 국민으로부터 강한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축하를 받았다. 내달 중순 베트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접촉해 북한에 외교적 압박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자민당은 아베 총리의 의지대로 연말부터 헌법9조에 자위대 근거를 명기하는 등 ‘전쟁 가능한 나라’를 위한 본격적인 개헌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본인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날 압승이 예상된 출구조사가 나온 직후 TBS방송에 나가 “희망의당 여러분은 개헌에 긍정적이다. 건설적인 논의를 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추파를 던졌다. 여권 핵심부가 중시하는 것은 최종 국민투표까지 무사히 통과하는 정교한 개헌전략이다. 이번에 전열을 재정비한 입헌민주당 등 호헌세력이 개헌반대 여론을 부추길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합의없이 개헌발의가 가능한 3분 2의석(310석)을 겨우 넘는 자체 세력(313석)만으로 개헌안을 내놓을 경우 국민투표 과정에서 거센 국론분열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야당을 끌어들여 개헌 세력을 최대화 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각당의 개헌관련 입장을 보면, 아베 총리의 구상인 헌법 9조 자위대 명기 방안은 자민당과 우익야당 일본유신회만 적극적이다. 따라서 “야당과 국민의 이해가 수반돼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인 공명당을 설득하고, 개헌 필요성에 동의하는 희망의당을 끌어들여 내년 초 정기국회 발의를 목표로 삼는 기류다. 내년이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가 완성될지 성패가 달린 한 해인 셈이다. 참의원선거가 있는 2019년으로 넘어가면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처럼 만만치 않은 개헌 추진은 아베 총리 본인의 구심력이 강하게 유지돼야 가능하다. 내년 9월 당총재 선거와도 맞물려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결과를 아베 총리에 대한 국민신뢰가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야당분열에 따른 승리로 평가하는 의견이 주류다. 총리 측이 야유를 경계해 연설일정을 공표하지 않았던 점부터 이를 반증한다. “총리가 가장 미움받고 있었지만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 때문에 두 번째가 됐다. 고이케 지사에 감사해야 한다”고 자민당 간부가 지적했을 정도라고 아사히(朝日)신문은 전했다. 교도(共同)통신 출구조사에선 아베 총리를 ‘신뢰하지 않는다’(51%)는 응답이 ‘신뢰한다’(44.1%)를 앞서는 모순된 결과도 나왔다.

총선 승리에도 자신에게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아베 총리는 이날부터 민생우선주의를 앞세웠다. 아베 총리는 ‘사람만들기 혁명’을 실현하기 위해 2018년 예산안 편성에 주력하면서, 유아교육 무상화 등 육아세대 혜택에 중점을 둔 ‘전세대형 사회보장’ 등을 실행과제로 자민당에 주문했다. 이런 과정을 동반하면서 개헌 당위성을 지원하는 수순으로, 북한을 핑계로 한 자위대 전력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위대의 ‘적(敵)기지 공격능력’ 보유론 띄우기가 그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