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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방 불안에 떠는 ‘미국 입양 한인 2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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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방 불안에 떠는 ‘미국 입양 한인 2만명’

입력
2017.06.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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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사망한 미국 입양인 고 필립 클레이(김상필)씨의 빈소 모습. 중앙입양원 제공
지난 21일 사망한 미국 입양인 고 필립 클레이(김상필)씨의 빈소 모습. 중앙입양원 제공

‘어린 시절 입양돼 한 평생 미국에 살았지만 미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국적 불명의 존재.‘

국내에선 성공한 입양인 사례가 주로 부각되지만, 강제 추방의 불안감을 평생 떠안고 살아야 하는 입양인 역시 적지 않다. 이들 중 일부는 실제 한국으로 강제 추방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 해외 입양이 민간기관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결과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통계가 관리되기 시작한 1958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으로 입양된 입양인 수는 총 11만1,148명이다. 이중 미국 국적(시민권) 취득이 확인된 이는 9만1,719명이다. 해외입양인 단체들은 나머지 1만9,429명 중 상당수가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채 국적 불명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영주권만 있을 뿐 시민권은 없다 보니 성인이 된 이후 여권 발급 과정에서 뒤늦게 자신이 미국인이 아님을 깨닫고 당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들이 계속 미국에서 살기 위해선 다른 해외 이민자와 마찬가지로 깐깐한 미국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과거 범죄 경력 등이 있는 입양인은 시민권 취득이 어려운 것은 물론 한국으로 추방되기도 한다.

지난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입양인 필립 클레이(43ㆍ한국명 김상필)씨가 그런 경우다.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맡겨진 클레이씨는 열살 때인 1984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 하지만 양부모가 시민권을 얻어 주지 않아 미국 국적이 없었다. 이후 클레이씨는 폭행 사건에 연루됐다가 시민권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 2011년 7월 한국으로 추방됐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던 클레이씨는 국내에서 노숙자 쉼터와 복지시설, 정신병원, 교도소 등을 전전하다가 며칠 전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끝내 투신 자살 했다. 그의 한국 생활을 도왔던 중앙입양원 관계자는 “클레이씨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한국 생활에 적응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1979년 네 살 나이로 미국에 입양돼 시민권도 없이 양부모 슬하에서 학대를 받다가 2016년 한국으로 강제 추방된 아담 크랩서(42)씨, 미국에서 강제 추방돼 한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다 폭행 사건을 일으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Y(43)씨 역시 비슷한 처지다.

이들은 과거 무분별하게 이뤄진 해외 입양의 피해자다. 2012년 입양특례법 시행 이전까지 해외 입양은 정부 개입 없이 민간기관에 의해 이뤄지며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미국인 양부모들이 입양인의 시민권 취득을 위해 필수인 미국 내 입양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한국 정부와 입양기관은 손을 놓고 있었다.

해외 입양인 인권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미국 정부는 2001년부터 ‘아동시민권법’(Child Citizenship Act)을 시행, 1983년 2월27일 이후 출생한 입양인은 자동으로 시민권을 인정해 줬다. 하지만 클레이씨처럼 1983년 2월26일 이전 출생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연령에 상관 없이 입양인 시민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논의가 한창이지만 아직 결론은 불투명하다. 미국의 일부 상ㆍ하원 의원들이 2015년부터 관련 법안을 내기도 했지만 지난해 말 회기 만료로 법안이 자동 폐기된 상태다. 지난 3월 미국 의원실을 돌며 입양인 시민권 법안의 조속한 재발의를 요청한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정부 역시 책임이 없지 않은 만큼 앞으로도 미국 정부와 소통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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