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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ㆍ쿠바 관계개선을 위한 과제

입력
2016.03.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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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ㆍ문화 협력이 수교로 직결되진 않아

과거 ‘중간단계 없는’ 원칙으로 호기 날려

정치적 결단 이끌 빅딜 이슈 발굴해 내야

최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국은 ‘쿠바화(Cubanization)’ 정책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복귀를 현실화하고 있다. 이는 양국 간 외교관계 회복이라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서반구 전체를 아우르는 미주체계의 성격을 바꿀 만한 정치적 사건이다. 탈 미국적 라틴아메리카ㆍ카리브 공동체의 활성화를 저지하고 역내에서 미국의 관심과 개입을 확대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쿠바는 라틴아메리카 33개국 중 한국의 유일한 미수교 국가이나 북한과는 1960년 외교관계를 수립해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쿠바가 미국과 지난 54년 동안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관계를 정상화한 라울 카스트로의 실용적 외교노선을 감안할 때 한국과 쿠바 간 수교도 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북한과 쿠바의 동맹관계로 인한 한ㆍ쿠바 간 외교관계 수립에 주는 영향은 예전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다. 쿠바의 대한 외교관계 수립에 대한 미온적 자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경제통상, 문화, 영사 등 분야를 중심으로 실질적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그러나 단순히 이런 노력만으로 쿠바와의 수교가 가능하리라고 믿는 건 오산이다.

그 동안 한국 정부는 대쿠바 관계 개선에 있어 중간단계가 없는 외교관계 수립 입장을 견지해왔다. 미국의 대쿠바 금수조치 해제 결의안 표결에서도 항상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주권행사를 한 결과 쿠바는 한국이 미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태도에 불만을 가졌다. 한국은 기존의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꿔 1999년 이래 유엔 총회에서 대쿠바 금수조치 해제 결의안에 찬성표를 행사하면서 쿠바의 태도에 변화가 일어났다. 한국을 독자적 외교노선을 가진 국가로 인식하면서 2000년대 초 쿠바는 한국 정부에 통상관계 증진을 위한 중대한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간단계 없는 외교관계 수립이라는 유연하지 못한 대응으로 쿠바 측의 통상대표부 개설과 같은 획기적 제안을 수용하지 못해 그 동안 쌓아온 신뢰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했다. 차선책으로 2005년에 가서야 아바나에 코트라 무역관을 개설하여 통상 및 일부 영사 조력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쿠바 측으로부터 불필요한 의심을 사고 있다.

쿠바는 라틴아메리카의 좌파 국가 및 비동맹 외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제 한국 정부가 과거와 달리 이념과 체제를 초월하여 모든 국가와 관계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주권 국가로서의 면모를 확고하게 보여줘야 한다. 이번 미국과 쿠바 간의 관계정상화는 한-쿠바 관계개선을 위한 환경조성에 긍정적 신호임은 분명하다. 이제 대쿠바 관계개선에 있어서 더 이상 미국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만만치 않다. 한국 정부의 대쿠바 외교정책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을 아는 만큼 그에 대한 기대치가 더 커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쿠바와 미국 간의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대쿠바 금수조치 해제,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 쿠바 인권 개선 등 풀기 힘든 난제에도 불구하고 ‘새 시대’를 향한 대승적 결단을 내린 양국 정상의 의지는 결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한 쿠바는 ‘가깝고도 먼 나라’이지만 한국민에게는 ‘멀고도 가까운 나라’이다. 1905년 멕시코 유카탄 반도로 이주한 1,030명의 한인들이 4년 후에 계약이 끝나고 멕시코 여러 지역으로 흩어졌다. 그 후 1921년 약 300명의 한인이 쿠바에 도착해서 사탕수수 농장에 정착한 것이 최초의 이민이었다. 한국의 대라틴아메리카 외교정책 퍼즐의 완성을 의미하는 쿠바와의 국교수립을 위해서는 상대국 국익에 직결되는 국제관계 이슈의 발굴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지지 표명으로 쿠바가 우호적 조치로 해석하게 해 정치적 결단을 이끌어 내야 한다. 즉, 쿠바가 한국과 관계 개선을 할 가치가 있다고 깨닫게 할 빅딜 이슈와 모멘텀을 찾는 독자외교를 펼쳐야 한다.

/유영식 단국대 교양학부 교수(아시아아메리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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