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또…” 눈살이 찌푸리게 만드는 ‘정치인 막말’ 소식이 들려온다. 신중하지 못한정치인들의 발언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정치 혐오로까지 번진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막말’은 매번 비난을 받으면서도 반복되고 있다. 2017년 상반기에 화제가 된 정치인들의 ‘막말’을 유형별로 모아봤다.
“국민들은 ‘레밍’같다” 동물비유형
“국민들이 레밍(나그네쥐라고 불리는 설치류)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 있잖아요”
‘민중은 개ㆍ돼지’ 이은 희대의 망언이 탄생했다. 김학철 충북도의원은 지난 16일 300mm 이상의 집중 호우로 최악의 수해 피해를 본 청주 주민을 뒤로 한 채 유럽연수에 나서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김 의원의 ‘레밍’ 발언은 성난 민심에 불을 지폈다. 김 의원 조기 귀국 여부를 묻는 KBS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민을 맹목적인 집단행동을 하는 ‘레밍(lemming)’에 빗대 말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레밍은 ‘집단 자살 나그네쥐’로 불리는 설치류로 우두머리 쥐를 따라 맹목적으로 달리는 습성이 있는 동물이다. 맹목적인 집단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빗댈 때 사용하기도 한다. ‘레밍’ 발언은 지난해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ㆍ돼지’ 발언으로 상처를 입었던 국민에게 다시 한번 상처를 입혔다. 지난 22일 김 의원은 유럽연수에서 귀국하자마자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김학철 의원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장문의 글을 남겨 논란이 재점화됐다. 김 의원은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에 대해 “외유라는 언론의 비판에 정말 서운했다”며 “추호도 놀러 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김 의원은 “레밍이라는 말에 분노했다면 레밍이 되지 말라”며 언론·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남겨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참 맛깔난다”, “설거지는 여자가” 여성 비하형
“참/맛깔나는”
“여체의 신비함에/보능적(본능적) 관능미가”
지난 18일 김기춘 국민의당 광명시 시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으로 반나체 여성 사진에 댓글을 남겨 논란을 빚었다. 여성을 음식에 비유하고, 성적 묘사가 담긴 김 의원의 댓글은 여성비하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지난 21일 광명시 여성단체협의회는 광명시의회 건물 앞에서 김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여성단체협의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일반인도 아니고 시의원이 여성을 음식에 비유한 발언, 여성의 반라 사진에 ‘참 맛깔좋다’라는 표현은 자질을 의심케 한다”며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설거지를 어떻게 하느냐. 하늘이 정해놓은 것인데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에게 시키면 안 된다”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한다”, “돈을 영감탱이(장인어른)와 나눠쓰면 한 푼도 안 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9대 대선 후보 시절 ‘막말 제조기’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홍 대표의 ‘설거지 발언’은 TV토론에서 공개사과까지 하게 만든 비하 발언으로 꼽힌다. 지난 4월 16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는 ‘설거지는 하늘이 정한 여성의 일’이라는 성차별성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잡일만 하는 사람을 얘기하는 것”이라 말해 비판을 부채질했다. 결국 홍 대표는 4월 19일 2차 TV토론에서 당시 대선 후보들에게 비판을 받자 ”내가 스트롱맨이라 하니 세게 보이려 했다”며 “그 말이 잘못됐다면 제가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밥하는 동네 아줌마” 직업 비하형
“미친X들이야(중략)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이다. 별 게 아니다. 왜 정규직화가 돼야 하냐"
원색적인 표현까지 사용한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 부대표의 비하 발언은 전국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게 아픈 상처를 남겼다. 이 의원은 지난 9일 파업에 돌입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해 “밥하는 아줌마, 그냥 어디 간호조무사보다도 더 못한 그냥 요양사 정도라고 보시면 된다”라 말한 녹음 파일이 SBS 보도로 공개되며 파문이 일었다. 급식노동자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까지 함께 폄하한 이 의원의 막말에 국민은 분개했고 지난 11일 이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기자회견 후 마주친 급식노동자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빛나 인턴기자(숙명여대 경제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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