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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난국’ 투명한 정보 공개로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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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난국’ 투명한 정보 공개로 풀어라

입력
2016.07.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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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장관이 13일 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컨벤션센터에서 경북 성주군 주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원들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설명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13일 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컨벤션센터에서 경북 성주군 주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원들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설명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청와대ㆍ국방부 등 정책 담당자들

비밀주의ㆍ불통으로 ‘괴담’ 초래

국민 ‘사드 안정성’ 불안 가중

군사기밀이라 쉬쉬하던 국방부

뒤늦게 레이더 전자파 공개

이제라도 사드 관련 정보 밝혀야

황교안 총리ㆍ한민구 국방장관 오늘 성주 방문

정부가 13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발표하면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과 별개로, 배치 결정 과정에서 보인 정부의 비밀주의와 국민 소통 부재가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 국방부 등의 정책담당자들은 조율되지 않은 해명으로 ‘사드 괴담’ 같은 불필요한 의구심까지 키우고 있다.

경북 성주군 주민들은 14일부터 군청에서 촛불집회에 이어 릴레이 삭발로 사드 배치 반대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선영이 있는 성원1리의 할머니 10여명은 마을회관에 걸린 박 대통령의 걸개 사진을 떼내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사드 배치 찬반론에 가세, 이번 논란이 보수ㆍ진보 대결로 옮겨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07년 확정된 제주 해군기지 사업의 경우 논란 속에 4년 넘게 표류, 이른바 ‘강정마을 사태’를 낳은 바 있다.

이 같은 반발 확산에 정부도 뒤늦게 주민 설득에 총력을 펴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15일 오전 한민구 국방장관과 성주를 직접 찾아 주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총리가 직접 찾아 사드 전자파 유해성 여부와 정부 대책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림 2국방부 배포자료

/그림 3미 육군 교범

사드 논란의 핵심은 유해 전자파를 뿜어내는 레이더다. 국방부는 전방 5도 각도로 쏘는 전자파의 아랫부분에서 거리 100m까지만 위험하다고 설명한다.(그림 1) 이를 벗어난 나머지는 안전구역이라는 것이다. 반면 사드를 실제 운용하는 미국 육군교범에는 100m까지는 위험지역, 3.6㎞까지는 ‘허가 받지 않은 인원 출입금지’라고 명시돼 있다.(그림 2) 성주포대가 해발 400m고지에 위치해 있고 레이더가 최소 5도 각도로 하늘을 향해 빔을 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평지에 사는 주민들은 무해하다. 하지만, 인구 1만4,000여명의 성주읍이 포대에서 불과 1.5㎞거리인 점을 감안하면 ‘허가 받지 않은’ 주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3일 상경시위를 벌인 성주군민들 앞에서 “사드가 배치되면 제일 먼저 레이더 앞에서 제 몸으로 시험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사드 논란이 불거진 이후 전자파 피해 우려에 대해 국방부가 “100m 밖은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해 온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하지만 레이더는 오랜 시간 전자파와 소음이 누적돼야 주민 피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장관의 시험 약속은 ‘실제 상황’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급해진 국방부는 이날 우리 군이 충청의 한 지역에서 운용하는 ‘그린파인 레이더’를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탐지거리가 500km를 넘어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지상에서 궤적을 탐지하는 무기다. 충청에 2대가 있고, 연말에는 부산에 성능이 더 향상된 슈퍼 그린파인 레이더를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그 동안 그린파인 레이더의 존재 자체를 군사기밀로 분류, 기지의 위치에 대해 함구해왔다. 그럼에도 돌연 공개로 돌아선 것은, 사드 레이더보다 3배 이상 많은 유해 전자파를 방출하기 때문이다. 사드 보다 위험한 레이더도 문제없이 작동한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보여주려 한 것이다. 그린파인 레이더의 전자파 위험거리는 520m로, 국방부 주장대로라면 사드 레이더(100m)의 5배에 달한다. 정부 관계자는 “국방부가 현재 얼마나 코너에 몰렸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또 국방부는 17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미국령 괌에 있는 사드 포대를 공개할 예정이다. 사드 지지여론을 넓히기 위해 미국의 전략자산까지 한국에 공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괌의 포대는 레이더가 바다를 향해 있는데다 사전 주민설명회와 환경영향평가를 1년 이상 진행하며 이해를 구하고 있어, 정부가 일방통보 식으로 배치 부지를 발표한 뒤 주민들에게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 같은 이벤트성 행사로 성주군 주민과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설명 방식이나 근거가 과학적이거나 객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구ㆍ경북 지역 30여개 시민ㆍ사회단체로 구성된 사드성주배치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기존에 사드가 배치된 괌이나 일본은 레이더가 모두 바다 쪽을 향한다”며 “인구가 밀집된 민가를 향해 내륙으로 배치되는 성주포대 사드 레이더의 안전을 누가 어떻게 검증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성주=최홍국기자 hk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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