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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 '먹통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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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 '먹통 나침반'

입력
2015.05.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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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방미 계기 미일은 新밀월

미중은 경쟁ㆍ중일은 관계 개선

동북아 기상도 급변에도 어정쩡

외교 당국은 청와대 눈치 보기만

3일 막을 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6박8일 미국 방문으로 ‘미일 신(新)밀월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한국 외교 위기론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일 밀착, 미중 경쟁, 중일 개선’ 구도 속 동북아 외교지형이 급변하고 있지만 한국 외교는 여전히 어정쩡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비전과 전략이 없다는 평가를 쏟아내는데도 귀를 닫은 외교 수장은 아전인수식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정부차원에서도 뾰족한 묘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큰 틀의 전략변화를 제시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박근혜 외교의 위기는 지난해 11월부터 감지됐다. 당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일이 합종연횡하면서 한국만 고립무원이 될 수 있다는 정치권, 학계, 언론의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부는 귀를 닫았다. 연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논란에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미중 러브콜은 축복’이라는 한가한 발언만 나왔다.

결국 아베 총리 방미를 계기로 미중일 삼각파도를 맞은 한국 외교는 갈 길을 잃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따라 중국 견제를 위해 한일관계 개선을 압박하는데 우리는 기류를 제대로 못 읽고 ‘최상의 한미관계’만 외쳤다. 박 대통령이 밀어붙인 일본군 위안부 과거사 프레임에 갇혀 한일관계 개선 타이밍을 놓치다 보니 상황이 꼬였고 미국은 불편해 했다. 중일이 지난해 말부터 관계를 개선하고, 미일은 군사 경제적으로 밀착하자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서 한국은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은 한일관계는 진퇴양난 상황이다. 일본의 과거사 영토 도발이 잇따르는데 일본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관계개선 여부를 두고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미국 주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 등 눈치보기로 일관하다 실리를 놓친 외교 현안도 수두룩하다. 한국 외교의 핵심 변수인 북한 문제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다 보니 미중일과의 관계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측면도 다분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외교안보 당국은 청와대와 국가안보실 눈치를, 장관들은 대통령 심기만 살피기 일쑤다. 더 큰 문제는 국민들의 우려가 증폭돼도 외교안보의 콘트롤 타워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여당까지 나서 외교장관을 질타했지만 윤 장관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외교적 상상력도 부족하다. 판에 박힌 미국 중국 유럽 중동 기타대륙 순방 중심 정상외교가 외교부의 주 업무다. 주요 민주국가 정상들이 전부 모인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장례식이나 반둥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등 비동맹 외교를 강화할 수 있는 현장에서 한국 대통령의 광폭 외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총체적인 외교 전략과 액션 실종 상태”라고 지적했다.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외교부가 주도적 외교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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