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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수천억 재산 축적 경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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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수천억 재산 축적 경위는…

입력
2016.12.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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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과 관련 있나” 의혹

최근까지 최순실씨와 정유라씨가 묵은 것으로 추정되는 독일 슈미텐 비덱타우누스 호텔. 현관이 굳게 닫혀 있다. 슈미텐=연합뉴스
최근까지 최순실씨와 정유라씨가 묵은 것으로 추정되는 독일 슈미텐 비덱타우누스 호텔. 현관이 굳게 닫혀 있다. 슈미텐=연합뉴스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가 독일 등 해외에 보유 중인 차명재산이 수천억원대에 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처럼 막대한 부(富)를 축적하게 된 경위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최씨는 유치원장 정도를 제외하곤 특별한 경력도 없는데다 수백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한 자금 은닉 수법으로 볼 때, 막대한 재산의 형성 과정 전반이 불법 행위로 점철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최씨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해당 재산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뒤 최씨의 재산규모나 재산 형성과정이 조금씩 드러났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최씨와 딸 정유라(20)씨 명의의 국내외 재산은 주로 부동산 형태로 총 340억원가량 정도다.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육영재단 부설 유치원과 초이유치원 등을 운영하면서 주요 수입을 올렸고, 90년대 이후부터 서울 강남 일대의 부동산에 집중 투자해 재산을 대폭 늘렸다. 유치원장 수입만으로 강남 땅을 사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부동산 매입자금의 원천은 ‘다른 돈’일 개연성이 크다.

최씨의 재산 추적을 위해선 그의 부친인 고 최태민(94년 사망)씨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최태민씨한테서 물려받은 재산이 바로 최씨의 국내 부동산은 물론, 해외로 빼돌려진 수천억원대 차명재산의 ‘종잣돈’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최태민씨는 1970년대 중반 박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였던 시절 ‘구국봉사단’의 총재를 맡게 되면서부터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의붓아들인 조순제(2008년 사망)씨는 2007년 작성된 녹취록에서 “70년대 초중반 생계가 아주 어려웠다. 그러다 (박 대통령을 명예총재에 앉힌 이후엔) 돈 천지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돈 다 냈다. 돈은 최태민이 관리했다” “10ㆍ26 박정희 대통령 서거 직후, 수백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왔다” 등의 증언도 남겼다.

최태민씨는 80년대 들어 더욱 재산을 불렸다. 박 대통령은 80년 4월 스물 여덟 나이에 영남대 이사장에 취임했는데, 이 학교의 전신인 대구대학 설립자 고 최준 선생의 손자 최염(83)씨는 최근 “박 대통령이 영남대를 장악했던 8년간 최태민 일가는 학교 운영을 좌지우지하며 법인 재산을 팔아치웠다”고 폭로했다. 학교 소유의 땅을 헐값에 판 것과 관련, “매각 과정에서 리베이트가 최태민에게 흘러갔고, 그 돈이 최순실 재산의 한 부분이 됐다고 본다”고도 했다. 최씨가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상속재산은 애초부터 ‘검은 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탓인지 최씨는 국내보다는 해외, 특히 독일에서 많은 일을 벌였던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1992년 9월 최씨는 전 남편 정윤회(61)씨와 함께 독일 현지에서 ‘유벨 수출입’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가 98년 2월 문을 닫았다. ▦96년 12월~99년 1월 JH ▦98년 9월~2001년 9월 ‘동나마’(DONGNAMA) ▦2003년 6월~2005년 9월 ‘럭셔리-무역ㆍ유통’ 등의 회사들도 운영했었다. K스포츠재단 자금의 세탁 창구로 의심받는 비덱스포츠(지난해 7월 설립)와 더블루K 독일법인(올해 2월 설립) 등과 마찬가지로, 최씨가 오래 전부터 해외에서 돈 세탁을 해 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향후 특검 수사로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하지만, 일각에선 박 대통령 또한 최씨 일가의 불법 재산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의심도 나온다. 94년 최태민씨 사망을 전한 한 중앙일간지의 부음 기사엔 “최(태민)씨가 최근까지 (박)근혜씨의 생활비를 대주며 재산관리인 행세를 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대목이 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최태민씨 사후에 그의 후계자로 알려진 최씨가 그 역할을 이어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수사팀장은 최근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MB) 후보 캠프에서 ‘박근혜 후보 검증’을 맡았던 정두언 전 의원을 만나 최태민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 박 대통령과의 인연 등을 캐물었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최태민 일가의 재산 형성과정에 대한 의혹도 수사대상에 포함돼 있어, 여러 정황 증거들을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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