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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추첨’…긴장 속에 국ㆍ공립 유치원 원아 추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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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추첨’…긴장 속에 국ㆍ공립 유치원 원아 추첨

입력
2015.12.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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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공립유치원 신입생 추첨이 이뤄진 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휘경유치원에서 학부모가 추첨에 붙은 뒤 기뻐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서울지역 공립유치원 신입생 추첨이 이뤄진 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휘경유치원에서 학부모가 추첨에 붙은 뒤 기뻐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꺅! 경쟁률이 높아 기대도 안 했는데 ‘로또’ 당첨된 기분이에요.”

2일 오후 서울 강동구 암사동 공립 명일 유치원. 내년도 신입 원아 추첨이 진행된 이 곳에서 당첨자로 자신의 번호가 호명된 최은실(30)씨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79명(만 3~5세)을 모집하는데 607명의 지원자가 몰려 7.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4세 딸을 이곳에 입학시킬 수 있게 됐다는 최씨는 “공립 유치원은 비용이 저렴하면서 시설도 좋아 꼭 보내고 싶었다”고 활짝 웃었다. 반면 최씨의 자녀와 같은 어린이집에 아들을 보내다 함께 지원한 황수아(30)씨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황씨는 “아쉽지만 사립유치원에 보낼 생각은 없다”며 “다음 기회를 기다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2시간 가량 추첨이 진행된 유치원에서는 당첨자와 낙첨자 사이에 환호와 탄식이 교차, 국공립 유치원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른바 ‘로또 추첨’으로 불리는 국공립유치원의 입학추첨 진풍경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 좋고 학비 부담이 덜한 국공립유치원의 인기가 더욱 뜨거워진 것이다.

이 같은 국공립유치원 ‘입학대란’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 지원금을 제외하고 실제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은, 사립유치원의 경우 한 달에 21만4,900원(방과 후 과정 포함)이지만, 공립유치원은 1만원 안팎(단설 2만6,000원ㆍ병설 9,700원)이다. 특히 서울, 부산 등 대도시지역이 심각하다. 전국의 유치원 8,930곳(올해 4월 기준, 국공립 4,678곳ㆍ사립 4,252곳) 가운데, 유아교육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의 유치원은 888곳(10%) 정도인데, 관내 국공립은 197곳으로 전국 대비 4.2%에 불과하다. 여기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배정 문제를 두고 정부 여당과 야당의 줄다리기가 반복되면서 이미 예산이 편성돼있는 국공립유치원에 대한 수요는 날로 치솟고 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있거나 입학시킬 계획인 학부모들이 유치원으로 상당수 몰리면서 이날 서울 일부 지역에선 경쟁률이 20대1에 달하기도 했다. 만 3세 쌍둥이 자녀를 둔 김진주(36)씨는 “공립 유치원을 동시에 3곳 넘게 지원해 다른 곳엔 할아버지, 할머니, 남편이 추첨을 하러 가 있다”며 “정부 지원이 불투명해진 어린이집에 보내기엔 마음이 불안해 온 가족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불만을 토로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경기 하남시 거주하는 박우리(32)씨는 “유치원 학부모가 고3 수험생 부모보다 더 하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며 “단순 뽑기로 보육료 몇 백만 원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 정상이냐”고 반문했다.

물론 당국이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관내 유치원을 가ㆍ나ㆍ다 군으로 분류하고 총 지원횟수를 최대 4회로 제한하는 내용의 원아모집 개선안을 내놨지만 중복지원자들을 단속하지 못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교육청은 지난 9월 국공립과 사립유치원의 모집기간을 각각 11월 말과 12월로 이원화하는 개선책을 다시 마련해 이번에 처음으로 시행했다.

학부모들은 이런 땜질식 처방보다는 국공립 유치원 확충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마침 지난 30일 국회에선 도시개발구역ㆍ택지개발예정지구 등 유치원 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이나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공립유치원 설립을 촉진하도록 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다만 지난 9월 입법예고 된 같은 법 시행령이 공립유치원을 세우는 최저기준을 현행 신설 초등학교 정원의 4분의 1에서 8분의 1로 완화하도록 해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시ㆍ도교육청이 일정 규모 이상의 공립 유치원 신설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3세 딸을 둔 신현정(35)씨는 “몇 달간 유치원 수십 곳을 알아봤는데 국공립 유치원은 한 달 비용이 3,000원에 불과한 곳도 있지만 사립 유치원은 최소 40만~50만원이 든다는 걸 알았다”며 “국공립 유치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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