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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계사 명물 미소불상 두 동강 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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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계사 명물 미소불상 두 동강 날 뻔

입력
2016.07.2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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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부착한 조현병 남성

“불교에 대해 안 좋은 꿈 꿨다”

땅바닥에 내던지며 난동 피워

지난 10일 서울 종로 조계사에 침입한 조현병 환자가 훼손한 미소불상 정면 모습.
지난 10일 서울 종로 조계사에 침입한 조현병 환자가 훼손한 미소불상 정면 모습.
몸체와 다리부분이 두 동강 난 대웅전 앞 코끼리상
몸체와 다리부분이 두 동강 난 대웅전 앞 코끼리상

“신도들이 한두 푼씩 모아 금박을 씌워 만든 불상인데….”

27일 오전 불공을 드리러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은 신도들은 대웅전 앞에 있는 ‘미소불상’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누군가 불상을 번쩍 들어 바닥에 내동댕이친 것마냥 곳곳에 상처가 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한 점은 미소불상만이 아니었다. 대웅전 동서남북 방향에 배치된 8개의 ‘코끼리상’도 온전한 형태가 아니었다. 동편 코끼리상은 긁힌 흔적투성이였고, 북쪽 코끼리상은 아예 두 동강이 난 채 방치돼 있었다. “대체 조계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는 수군거림이 들려 왔다.

미소불상은 조계사 신도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왔다. 가로 50㎝, 세로 25㎝, 높이 80㎝ 크기인 불상은 올해 5월 석가탄신일을 기념해 특별 제작됐다. 종교예술 작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조각가 오채현(54)씨가 특별히 경주 불국사 인근에서 돌을 가져와 만들었고, 신도 2,000여명이 십시일반 사서 모은 금붙이로 덧입힘(개금)도 했다. 오 작가는 2005년 바티칸에 안치돼 화제가 됐던 ‘한복 입은 성모마리아상’을 제작한 주인공이다. 개금 비용 500만원 등 총 제작비 1,000여만원이 들었지만 신도들은 “작품성을 고려할 때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코끼리상 역시 개당 250만원 정도의 제작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지난 10일 오후 9시쯤 발생했다. 경찰과 조계사에 따르면 당시 조계사를 찾은 한 남성이 아무런 이유 없이 미소불상을 땅바닥으로 던졌고 이어 대웅전 코끼리상 두 개도 밀어 넘어뜨리는 등 난동을 부렸다. 사찰경비원이 즉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범인은 사라진 뒤였다.

경찰은 경내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범인이 지하철을 이용한 사실을 밝혀내고 교통카드 명의자를 추적한 끝에 18일 피의자 김모(40)씨를 서울 자택에서 검거했다. 조사 결과 성범죄 전과가 있던 김씨는 사건 당시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였으며, 3년 전부터는 조현병(정신분열증)까지 앓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교에 대한 안 좋은 꿈을 꿔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글ㆍ사진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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