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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의 은행화’ 선제 대응도 배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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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의 은행화’ 선제 대응도 배임이라니...

입력
2017.12.19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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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ATM사업’ 선점한 롯데

관련 계열사 부당 지원한 혐의로

신동빈 회장 10년형 구형 받아

檢은 ‘실적 등 하락세’ 판단 불구

편의점 ATM사업은 높은 성장률

재계 “무리한 배임죄 적용” 지적

은행이 편의점으로 들어오고 있다. 편의점의 ATM을 활용한 금융서비스가 크게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을 찾은 고객이 매장 내 ATM을 이용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은행이 편의점으로 들어오고 있다. 편의점의 ATM을 활용한 금융서비스가 크게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을 찾은 고객이 매장 내 ATM을 이용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시장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은행 영업점은 비용을 줄이려 ATM을 없애지만, 편의점은 앞다퉈 늘리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 편의점과 시중은행 사이에 금융 서비스 제휴도 늘고 있다. 편의점 입장에선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매장으로 데려올 수 있고, 은행으로선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윈윈’ 할 수 있는 협력모델이다. 15일 세븐일레븐이 KB국민은행과 금융편의 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그 일환이다. KB국민은행 고객들은 앞으로 전국 세븐일레븐 ATM을 통해 기존 은행 ATM기와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세븐일레븐은 현재 입ㆍ출금이 모두 가능한 ATM을 전국에 약 4,000여대 보유하고 있다. 전체 편의점 업계 ATM의 약 80%를 차지한다. 일반 현금지급기(CD)까지 포함하면 보유 대수는 총 6,000여대다. 세븐일레븐이 다른 편의점보다 앞서가는 것은 미리 준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의점의 금융플랫폼 진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롯데는 그 때문에 그룹 총수가 배임의 죗값을 치를지도 모를 처지다. 22일 신동빈 롯데 회장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재계에선 배임죄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신 회장은 총수 일가에 부당하게 회삿돈을 줬다는 횡령 혐의와 함께 ATM 운영사업을 하는 롯데피에스넷에 대한 계열사 부당 지원에 대한 배임 혐의로 10년형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신 회장이 사적 이유로 롯데피에스넷 유장증자를 포함해 499억원의 불법지원을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롯데피에스넷 실적이 계속 하락세이고 ATM 이용 인구가 줄어 미래 성장 가능성도 낙관적이지 않은데 신 회장이 계열사를 동원해 지원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의 ATM 사업은 편의점의 변신 덕에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롯데피에스넷 또한 회복세다.

편의점 ATM기에 대한 러브콜은 올해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더욱 커졌다. 일반 시중 은행과 달리 오프라인 접점 자체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 입장에서는 편의점 ATM기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뿐만 아니라 GS25도 신한은행, 우리은행과 금융 서비스 제휴를 맺고 수수료 면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K뱅크와도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ATM 시장의 이런 변화는 일본 대만 등에선 이미 한발 앞서 진행됐다. 일본의 세븐일레븐은 지난 2001년 인터넷은행 세븐뱅크를 설립하고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매장에 2만3,000여대의 ATM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하루 평균 이용 고객은 220만명에 달한다.

일본도 은행 ATM이 빠르게 줄고, 그 자리를 편의점 ATM이 대신한 것이다. 은행의 본점이나 지점조차 자체 ATM 대신 세븐뱅크의 ATM을 들여놓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세븐뱅크의 ATM 설치 대수는 대형은행 3곳의 총 설치 대수보다 더 많다고 한다. 세븐뱅크뿐만 아니라 다른 편의점 브랜드인 훼미리마트가 가입한 넷트가 1만3,272대, 로손이 1만2,350대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처럼 국내 편의점과 금융기관의 전략적 제휴는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의 ATM 육성 사업은 일본 대만 등의 사례를 검토해 장기적 안목으로 시작한 것”이라며 “검찰이 금융플랫폼의 변화 등 시장의 변화를 외면한 채 무리하게 배임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의 사익을 위한 행위가 아닌 적절한 절차를 거친 경영 판단까지 배임으로 보는 것은 기업 경영의 자율권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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