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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다" 삐딱한 교수의 유쾌한 뒤섞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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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다" 삐딱한 교수의 유쾌한 뒤섞기

입력
2014.07.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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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강의

장하준 지음ㆍ김희정 옮김

부키 발행ㆍ496쪽ㆍ1만6,800원

"주류 맹신 말고 섞어야 이해" 주장, 전작 이어 주류 경제학 모순 꼬집기

"쉽지만 내 책 중 가장 급진적" 자평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고, 앞으로도 과학이 될 수 없다.” 경제학자의 입에서 이토록 솔직한 고백이 나온 적이 있을까. 그것도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의 모국이자 주류 경제학의 심장부인 영국에서 경제‘학(學)’을 가르치는 교수가 이 같은 거친 화두를 꺼내 들지 누가 알았을까.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또 한 번 주류 경제학에 일침을 가했다.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 저자는 “경제학은 과학이 아닌 정치적 논쟁”이라고 단언한다. 한 발 더 나아가 “과학적 분석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는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덧붙인다. 여기서 장 교수가 말하는 경제학은 현재 경제학계 주류를 차지한 신고전주의 학파를 뜻한다. 저자는 “신고전학파는 경제학을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이라고 정의하고 이 같은 접근법을 세상 모든 일에 적용한다”고 꼬집는다. 자연과학과 달리 인간의 가치판단이 개입하는 경제학은 경제를 파악하기 위한 수많은 도구 중 하나일 뿐인데 이를 물리학 법칙처럼 절대불변의 진리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책은 자연스럽게 신고전학파에 가려졌던 경제학 사조들을 조명한다. 특히 4장 ‘백화제방’에서 저자는 ‘경제학파 칵테일’이라는 참신한 발상을 통해 독자가 다양한 경제학 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오스트리아 학파(A), 행동주의 학파(B), 고전주의 학파(C), 개발주의 전통(D), 제도학파(I), 케인스 학파(K), 마르크스 학파(M), 신고전주의 학파(N), 슘페터 학파(S) 등 이름만 들어도 골치 아픈 9개 학파를 한 문장 요약으로 정리한 후 “집단, 특히 계급이 어떻게 이론화되는지를 맛보려면 CMKI”,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다양한 견해를 맛보려면 CAN”식으로 경제학 사조간 유사점과 차이점을 혼합해 독자 앞에 내놓는다. 이를 통해 저자가 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어떠한 경제학 사조든 홀로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독자들 역시 한 가지 경제학 이론에 함몰되지 말고 다양한 사조를 결합하고 보완해 전체 경제를 조망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신간은 선진국들의 위선(‘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주류 경제학의 허점(‘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을 꼬집었던 전작들에 비해 보다 근원적인 물음을 끊임 없이 던진다. 생산과 세계(7장), 불평등과 빈곤(9장), 정부의 역할(11장) 등을 다룬 장에서는 신자유주의를 부추긴 주류 경제학의 이론적 문제점을 파헤친다. 또 생산량, 소득, 행복(이상 6장), 금융(8장), 일과 실업(10장) 등을 다룬 장에서는 주류 경제학이 세뇌한 경제학의 개념부터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경제학 교과서들이 주장하던 관점을 다양한 반례를 통해 완벽하게 뒤집는다.

경제학이라는 어려운 소재를 496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담은 탓에 ‘어려운 책’이라는 선입견이 생길 수 있지만 일단 손에 잡으면 신기하게도 쉽게 읽히는 책이다. 생소한 경제용어를 일상에 비유해 알기 쉽게 풀어주고, 복잡한 경제현상은 유명한 영화와 소설 속 상황을 통해 예를 들어 설명한다. “내용은 쉽고 말투는 순하지만 내 책 중 가장 래디컬한(급진적인) 책”이라는 저자의 자평이 딱 들어 맞는 책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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