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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도 당했다” 종교계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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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도 당했다” 종교계 전전긍긍

입력
2018.02.26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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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수원교구 인터넷 캡처.
천주교 수원교구 인터넷 캡처.

“이번 일을 거울 삼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릇된 것들을 바로 잡아 나갈 것입니다. 여성 인권과 품위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 그에 걸맞은 합당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며 모든 사제들이 이 교육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25일 천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수원교구 홈페이지에 ‘수원교구민에게 보내는 교구장 특별사목 서한’을 통해 최근 불거진 성폭력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문화계를 중심으로 터져 나온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폭로가 성당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KBS는 신자 김민경씨의 폭로를 보도했다. 김씨에 따르면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선교 활동 중 A 신부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 여러 차례 성폭행 시도가 있었고 김씨가 완강하게 저항하자 A 신부는 “내가 내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네가 좀 이해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동료 신부들에게 호소했으나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모두가 고생하는 선교개척 일의 특성상 이 문제를 더 이상 공론화하지 못했다고 했다. A 신부는 귀국 뒤 수원교구 소속 성당의 주임신부로 일했다. 김씨의 요청으로 수원교구는 진상조사 끝에 A 신부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수원교구는 머리를 조아렸지만, 이 처분이 미약하다는 우려와 비판도 있다. 철저하게 교구 중심으로 움직이는 천주교는 사제의 비위사실이 적발됐을 때 교구장이 신도들의 의견을 수렴해 징계여부와 수준을 정한다. 면직은 사제 옷을 벗기는 것이고, 정직은 보직 등 모든 직무에서 배제시킨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5~6년에 이르기까지 격리된 상태에서 반성하고 뉘우치는 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복직 여부를 다시 판단한다. 천주교의 한 관계자는 “김씨는 생업을 접으면서까지 봉사활동에 자원하는 등 아주 믿음이 깊으신 분으로 알고 있다”며 “그 분이 피해사실을 공개하면서도 ‘그래도 내 종교를 사랑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에 교회가 충분히 대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미투 물결이 종교계로 넘어오자 개신교계도 불안해하고 있다. 다음달 2일 ‘교회 내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가 교회개혁실천연대 주최로 열린다. 7월 ‘기독교 반(反)성폭력센터’ 개소를 앞두고 준비한 행사다. 솔직하게 한번 터놓고 이야기해보자는 자리다. 온라인으로 사례 접수를 받고 비공개로 행사를 진행한다. 미투 바람을 타고 이미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미투 폭로가 터져 나왔을 때 제일 먼저 용의선상에 오른 분야가 종교계였다. 영적 관계라는 이유로 사제나 목사를 지나치게 추종하고 이견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종교계의 특성 때문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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