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에 만족하지 않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끊임없이 배울겁니다”
대전지역 대학들의 졸업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이를 잊고 아들, 손자뻘의 학생들과 경쟁하며 학업에 몰두해 영광의 학사모를 쓰는 만학도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22일 배재대 2017학년도 전기학위수여식에서 공로상을 받는 허영남(75)씨는 70세이던 2013년 복지신학과 새내기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배움에 목말랐던 그는 매 강의마다 교수 바로 앞에 앉아 필기를 하고 질문을 하는 등 대학생활 내내 높은 학구열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는 중학교 졸업 후 군에 입대해 30여년간 직업군인 생활을 하고 원사로 제대했다. 군 생활을 하며 월남전에 참전하는 등의 공로로 화랑무공훈장도 받았다. 그는 “군에 있으면서 배움에 대한 갈망이 컸었다”며 “제대 후 생활전선에서 일을 하다 더 늦으면 안될 것 같아서 학력인정 학교에 들어가 고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3학년때 갑작스런 건강악화로 1년간 휴학을 하기도 했지만 공부에 대한 그의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시험때에는 도서관에서 새벽까지 어린 학생들과 함께 공부했다. 그 결과 평점 평균 3.5점을 넘는 성적으로 무난히 졸업할 수 있었다.
졸업 후 그는 배운 지식을 남을 위해 쓸 계획이다. 대학생활을 하며 복지관에 나가 현장실습을 하며 또래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그는 앞으로 어르신들의 문해교육 봉사에 나설 계획도 갖고 있다.
23일 한밭대 2017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사모를 쓰는 장장길(64)씨는 60세이던 2014년 경영회계학과 야간과정에 입학했다. 충남 공주에서 양돈농장을 운영하는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생업전선에 나선 뒤 바쁜 생활로 좀처럼 배움의 기회를 가지 못하다 50대가 되어서야 학력인정학교에 입학해 중ㆍ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그는 양돈분야에서 충남농어촌발전대상, 한국양돈대상 생산자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농림수산식품부 신지식 농업에 선정되는 등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장씨는 “양돈업으로 사업에는 성공했지만 마음속에는 늘 학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며 “배움에 대한 염원과 한을 풀겠다는 생각으로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야간과정에 입학한 그는 성적장학금을 두번이나 받을 정도로 학업에 대한 남다른 열의를 보여줬다. 학부 졸업후에도 배움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기 위해 그는 창업경영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학위에 도전하기로 했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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