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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낙하산이 자초한 ‘홍기택 망신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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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낙하산이 자초한 ‘홍기택 망신살’

입력
2016.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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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 복수 후보 요청 무시하고

현장 경험 없는 친박 추천 무리수

부총재 확보에 총력전 기울였지만

국제적 웃음거리 부메랑으로

유일호, 부총재 후임 지원 선언에도

다른 나라에 놓치면 후폭풍 커질 듯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한국일보 자료사진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한국일보 자료사진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리스크 담당 부총재가 취임 4개월 만에 휴직서를 내고 사실상 사퇴 수순을 밟으면서 “국제적 웃음거리가 됐다”는 비판이 들끓는 가운데 ‘정부 원죄론’이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파견되는 국제기구 임원 자리에 후보 추천권을 가진 정부가 제대로 검증도 안 된 인사를 앞뒤 재지 않고 ‘낙하산’으로 내리 꽂으면서 애당초 예고된 파행이었다는 것이다. 만약 홍 부총재의 사퇴 후 우리나라가 후임 부총재 자리를 다른 나라에게 내주게 될 경우, 정부 책임론이 더욱 들끓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AIIB 가입을 결정한 이후 정부는 부총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방한한 진리췬(金立群) 총재를 직접 만나 “부총재 자리를 한국에서 맡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고,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각종 자리에서 중국 측 인사를 만날 때마다 이를 읍소하기까지 했다. 다섯 자리의 부총재 자리 중 한 자리를 확보한 것은 이런 노력에 더해 AIIB 내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37억 달러(약 4조3,400억원)에 달하는 분담금의 대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차지한 AIIB 부총재 자리는 결국 ‘낙하산’에게 돌아갔다. 홍 회장은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으로 30년간 교수로만 재직하다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거쳐 산은 회장에 발탁된 대표적인 ‘친박’ 인사. 특히 부인인 전성빈 서강대 교수는 박 대통령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홍 부총재 스스로도 2013년 산업은행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가 낙하산으로 왔기 때문에 전 부채가 없다. 오히려 제가 어떤 의미에서 적임자까지는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까지 했을 정도다.

정부는 특히 AIIB 측이 전문성 등을 고려해 부총재 자리에 복수 후보를 추천할 것을 요청했으나 홍 부총재만 단수 추천하는 무리수까지 뒀다. 당시 정부와 금융계 안팎에서는 “어떻게든 홍 부총재가 선임돼야 한다는 윗선의 강력한 뜻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파다하게 나돌았다. 치열한 국제경제 외교의 현장에 경험이 없는 학자 출신을 추천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추천 과정에서 제기됐음에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후임 부총재도 한국에서 맡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만에 하나 자리를 놓치게 되는 경우 그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직 정부 고위 관료는 “직접적인 원인은 언론에 대우조선해양 부실 등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인터뷰를 하고 무책임하게 휴직계를 던진 홍 부총재에게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정부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국내도 아니고 해외 국제기구에 낙하산을 내리 꽂는 행태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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