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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 "진한 모성애 덕에 공포영화 다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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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 "진한 모성애 덕에 공포영화 다시 도전"

입력
2017.08.1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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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개봉하는 영화 '장산범'의 출연배우 염정아는 "공포 영화지만 모성애에 끌려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17일 개봉하는 영화 '장산범'의 출연배우 염정아는 "공포 영화지만 모성애에 끌려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장산범’ 대본 읽고 울어”

공포 영화 ‘장화, 홍련’(2003)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건만, 배우 염정아는 스스로 “실제론 겁이 많다”고 했다. 촬영할 때 숙소에서 여성 스태프와 꼭 같은 방을 쓴단다. 혼자선 무서워 잠을 잘 자지 못해서다. 그런 염정아인데 17일 개봉할 공포영화 ‘장산범’은, 대본을 보자마자 욕심을 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염정아는 그 이유를 “모성애에 끌렸다”고 밝혔다. “대본보고 엄청 울었다”고도 했다.

“자극적이기만 한 공포 영화완 달랐거든요. 모성애가 영화를 끝까지 끌고 가죠. 그래서 지난해 1월 영화 촬영을 끝낸 뒤에도 여운이 남아 후유증을 겪었죠”

염정아는 ‘장산범’에서 아들을 잃은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한 엄마 ‘희연’ 역을 맡았다. 아들을 잃고 서울에서 장산으로 내려간 희연은 숲 속에서 정체불명의 여자아이(신린아)를 만난 뒤 아들의 환청에 시달린다. 그토록 듣고 싶어 했고, 그리워했던 그 목소리에 이끌려 발길이 닿은 곳은 온통 비극뿐이다. 비극인 걸 알면서도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는 건 그가 엄마였기 때문.

실제 두 자녀를 두고 있기도 한 염정아는 의문의 위협에서 자신의 딸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영화 속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장산범’은 한 가족이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리고 죽음으로 내모는 악귀 장산범의 덫에 빠져 벌어지는 소동을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 '장산범' 속 한 장면. 배우 염정아는 아들을 잃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엄마 희연을 절절하게 연기한다. NEW 제공
영화 '장산범' 속 한 장면. 배우 염정아는 아들을 잃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엄마 희연을 절절하게 연기한다. NEW 제공

‘카트’ 이후 넓어진 연기 보폭

미스코리아 선 출신인 염정아는 화려한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였다.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1991)으로 데뷔해 ‘모델’(1997), 영화 ‘범죄의 재구성’(2004) 등에서 차갑고 도회적인 모습을 주로 보여줬다. 염정아는 “젊었을 땐 외모 때문에 역할이 한정적으로 주어졌다”고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필모그래피에도 살이 붙었다. 영화 ‘카트’(2014)가 대표적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가장으로 정규직 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해고당하는 ‘선희’ 역을 맡아 연기의 보폭을 넓혔다. 염정아는 “20대엔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만 굴뚝 같았고, 어떻게 해야 잘 하는 지를 몰랐다”고 되돌아봤다. 각성 계기는 ‘장화, 홍련’이었다. “ ‘배우가 캐릭터를 입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란 걸 처음 경험했거든요. 그 이후 나이가 들고 여러 작품을 하며 연기를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요.”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염정아도 일상으로 돌아가면 평범한 엄마다. 2006년 결혼해 열 살 된 딸과 아홉 살 난 아들을 둔 그는 “‘학원 라이딩’도 하고 있다”며 웃었다. 두 자녀가 학원 가는 데 운전기사 노릇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염정아는 아이들 학교를 찾아 녹색어머니회와 배식 활동을 하기도 한다.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아이들과 놀이동산을 다니기도 한다. 경기 동탄 신도시에 사는 학부모들과 모임을 만들어 육아 얘기도 공유한다. 염정아는 “아이들이 내 연기하는 모습을 많이 못 봤다”며 “화제가 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나면 ‘강호동 아저씨도 봤어?’라며 더 놀란다”고 말했다. 염정아는 최근 JTBC 예능프로그램 ‘한끼줍쇼’에 출연했다.

배우 염정아의 바람은 "로맨틱 코미디 작품을 만나는 것"이다.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배우 염정아의 바람은 "로맨틱 코미디 작품을 만나는 것"이다.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워킹맘’이라 행복” 설 자리 좁아진 여배우의 소소한 바람

염정아는 최근 배우 정우성이 대표로 있는 연예기획사 아티스트컴퍼니로 이적했다. 새 둥지를 찾은 뒤 변화에 대해 염정아는 “작품에 대해 의논할 수 있어 좋더라”고 했다. 같은 배우다 보니 아무래도 작품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다. 정우성은 염정아를 응원하기 위해 ‘장산범’ 언론시사회를 찾아 다니며 힘을 보탠다. 염정아는 소속사에선 대장 역할을 맡아 여배우들간 친목을 다진다. 고아성, 고아라, 이솜, 이엘 등이 한 식구다.

며칠 전 아이들을 데리고 키즈 카페를 다녀왔다는 염정아는 “일하는 엄마라는 게 너무 좋다”고 했다. ‘워킹맘’이라는 사실에 “감사하다”는 표현까지 썼다. 영화계에서 40대 여배우가 설 자리는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염정아는 “여배우들이 다양한 작품을 했으면 좋겠고 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염정아의 바람은 로맨틱 코미디 연기 도전이다.

“저 코미디 연기 하는 거 정말 좋아하거든요. 믿기 어렵겠지만 제 성격과도 잘 맞고요. 하하하.”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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