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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그 많은 소녀상은 왜 세워졌을까

입력
2017.08.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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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그 많은 소녀상은 왜 세워졌을까

돌이켜보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2015년 12월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체결을 과거사 사죄보다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에 방점을 둔 것 같다. “많은 고통을 겪고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위안부들에게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내용을 담은 본인 명의의 사죄는 단 한번도 하지 않고 한국 정부에 소녀상 철거와 위안부 합의가 착실히 진행돼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은 아베 총리의 의도와는 달리 예상 밖의 사태로 접어들고 있다.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는커녕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인근에 새로운 소녀상이 자리했고, 전국적인 소녀상 건립 붐이 일어나고 있다. 자고 나면 소녀상이 생겨나 이제는 그 수를 세는 것조차 무의미해졌다. 해외에서도 소녀상 건립이 확산될 정도다.

급기야 문재인 정부는 당시 위안부 합의 과정을 검증하겠다고 나서면서 일본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아베 정권은 수년 전 일본의 위안부 연행과 모집에 강제성이 개입됐음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검정하겠다고 나서 담화를 한일 양국간 외교적 산물로 폄하한 전력이 있어 이런 사태가 재연될 것이 신경 쓰일 만도 할 것이다.

막강한 1강 독주체제를 지속하던 때와는 달리 지지율 20,30%대로 추락한 지금으로서는 이마저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고노 담화를 낸 주역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아들을 굳이 외교장관으로 내세워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꾀하고 있지만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과거사 청산문제가 수면위로 떠 오른 또 하나의 케이스가 군함도이다. 1970년대 폐광된 나가사키현 군함도는 한때 도쿄보다 인구밀도가 높았던 일본의 근대 석탄 산업을 지탱한 곳이다. 일본 최초의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가 들어설 정도였으니 일본으로서는 자랑할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유산 등재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합의한 조선인 강제 징용 이야기는 지금까지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고 있어 많은 한국인의 공분을 샀고, 오히려 한국인들이 군함도에 관심을 갖게 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영화 군함도가 만들어 진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강제 징용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광주지법은 8일 일제 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1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11일에도 또 다른 소송에 대한 선고공판이 기다리고 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 징용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는 달리 국내법에 근거한 청구권 소송은 이어지고 있다.

덮고 싶은 과거를 숨기려고 할수록 상황이 정반대로 전개되는 현실이 일본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도 있겠다. 이에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일화를 하나 소개할 까 한다. 2013년 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위안부 제도는 필요했다” “왜 일본의 위안부 제도만 문제가 되느냐”는 망언을 했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 이야기다. 당시 자신이 내뱉은 메가톤급 발언이 신경이 쓰였는지 뒤이어 계속된 회견에서 “피해자가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위안부 제도 발언에 묻혀 언론에 단 한 줄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발언이야 말로 전쟁과 폭력 속에서 벌어진 가해자와 피해자간 문제를 해결하는 보편타당한 진리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많은 돈을 낸들, 그럴듯한 논리로 포장한들, 진심 어린 사과로 피해자를 납득시키는 것 이상의 결과를 낼 순 없음을 일본 정부는 언제쯤 깨달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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