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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학생 자살사건, 결국 학교폭력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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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학생 자살사건, 결국 학교폭력 결론

입력
2017.09.1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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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위, 두 차례나 사건 덮어

교장 담당경찰 매수 혐의도 수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 두 차례나 ‘무혐의’ 판정을 받았던 울산지역 중학교 1학년의 자살 사건이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동급생들로부터 폭력에 시달린 데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해당 학교장은 교육청의 문책을 면하기 위해 담당 경찰관을 매수하려 한 정황도 포착돼 경찰과 교육당국이 사건 초기에 제대로 대응했다면 아까운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지난 6월 청소년 상담센터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진 울산 동구 A중 B모(13)군에 대한 재수사 결과 B군이 동급생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던 것으로 밝혀내고, B군을 때리거나 괴롭힌 동급생 9명을 폭행 등 혐의로 12일 울산지법 소년부로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3월 학기 초부터 책상에 엎드린 B군의 튀통수를 툭툭 치고 지나가고, 모자를 잡아당기거나 점퍼를 발로 밟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서 온 B군의 말투가 이상하다고 따라 하는 등 놀리고, 앉으려는 순간 의자를 뒤로 빼기도 했다.

이를 견디지 못한 B군은 지난 4월 28일 학교 3층 복도에서 밖으로 뛰어내리려 하다 학생들에게 제지됐다.

B군은 이런 사실을 청소년 정신건강증진센터 상담사에게 털어놨고, 센터 측이 학교 측에 알렸다.

그러나 지난 5월 A중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었으나 B군이 ‘정신과 치료 전력이 있고 돌발행동을 자주한다’는 이유로 ‘동급생들의 학교폭력 혐의는 없다’는 결론이 났다. 학교는 발생 14일 이내에 학폭위를 열어야 하지만 18일이 지난 5월 16일에 열었으나 B군의 아버지에게는 참석하라는 통보서조차 보내지 않았다.

학폭위는 또 B군에게 정신과 치료와 함께 대안학교에서 교육을 받도록 병원 진료 및 학업중단 숙려제 실시를 통보했다. 학폭위의 조치에 실망한 B군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 6월 울산의 한 청소년문화센터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이 과정에서 B군의 아버지는 지난 5월 20일 등 두 차례에 걸쳐 학교폭력을 신고했으나 학교전담경찰관(스쿨폴리스)는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으며, 이후 B군의 죽음도 단순 변사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B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울산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지난 7월 이마저 기각됐다.

그러나 B군의 죽음 이후 울산경찰청은 학교폭력 전문 조사관 C경사를 학교로 파견해 수사를 본격화한 결과 학교폭력을 확인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경찰 조사에서 해당 학교 교장 D씨는 이번 사건의 수사를 맡은 담당 경찰관인 C경사에게 수사 무마를 대가로 뇌물을 주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7월 D교장은 C경사에게 전화를 걸어 “덮고 끝내 주면 좋겠다. 한두 사람이 다치더라도 다른 사람은 좀 살아야 되지 않겠나”라고 부탁하고, C경사를 만나 차에 태워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 무릎을 꿇고 손가락 두 개를 올리며 “이거면 되겠느냐. 제발 살려달라”고 매수를 시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D씨를 뇌물공여 의사표시죄 등의 혐의로 입건 조사하는 한편 학교전담경찰관에 대해서도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수사과정에서 A군의 아버지가 만든 가짜 유서를 C경사가 가짜라는 점을 알고도 이를 수사팀에 알리지 않아 수사에 혼선을 준 것으로 밝혀내고 유서 위조나 묵인 가담여부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D씨는 경찰 조사에서 “손가락을 편 적이 없고 음주여부를 묻기 위해 엄지 손가락을 올렸을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B군의 아버지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소중한 자식을 두 번 죽였다”며 “가해학생 뿐만 아니라 학교와 시교육청, 시청 재심위원 등 모두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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