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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무산되면 여의도 각오하라”… 시민들 직접 정치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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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무산되면 여의도 각오하라”… 시민들 직접 정치 나섰다

입력
2016.12.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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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당사 앞 2만명 몰려

당 이름 현수막 찢으며 거센 항의

광화문도 문화제 시간 줄이고

“민심은 탄핵” 비장함 더해

9일 탄핵안 통과 무산 땐

집회참가자 300만 넘을 수도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시민들이 새누리당 로고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주성 기자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시민들이 새누리당 로고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주성 기자

시민집회의 역사를 새로 쓴 3일 6차 촛불집회에서 분출된 민심은 ‘국회는 하루 빨리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라’는 것이었다. 9일 본회의에 오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 “정치권도 각오하라”는 엄중한 경고음이 집회 현장 곳곳에서 들렸다.

촛불은 이날 오후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인 여의도에도 상륙했다. 2만여명의 시민들은 새누리당사 앞에서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정치적 계산에만 골몰하는 여당을 맹렬히 비난했다. 10월 29일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는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밝히면 탄핵안 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새누리당을 향한 분노는 상상 이상이었다. 주최 측이 준비한 가로 15m, 세로 8m 크기의 새누리당 현수막이 찢겨졌고 ‘국민에게 한없이 죄송하다’고 적힌 당사 현수막도 계란세례를 받았다. 집회 참가자 김로빈(43)씨는 “촛불로는 부족하니 정치권에서 탄핵을 하라는 게 국민의 준엄한 명령인데도 국회는 정략적으로 탄핵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야당도 예외가 아니었다. 광주 촛불집회에 참석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탄핵 연기에 실망한 주최측이 연설을 제한해 짧은 인사말밖에 하지 못했다.

‘촛불 성지’ 광화문광장의 민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와대로 향하는 촛불 행렬이 내뱉는 구호는 ‘박근혜 즉각 퇴진’이 아닌 ‘탄핵이 애국이다’ ‘새누리당 해체’ ‘박근혜 구속’ 등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동시에 압박하는 문구로 대체됐다. 직접 제작한 ‘당장 탄핵’ 피켓을 든 주부 김은영(39)씨는 “탄핵안을 놓고 좌고우면하는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그나마 남은 믿음마저 송두리째 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엄숙한 대정부 투쟁을 축제로 승화시켰던 풍자ㆍ패러디물에도 한층 비장함이 묻어났다. 시민들은 탄핵에 반대한 의원들의 얼굴을 공에 새겨 손으로 두드리면서 분노를 표현했고, 박 대통령이 구속된 모습을 형상화한 대형 인형은 밤 늦게까지 광장을 누볐다. 1~5차 촛불집회 당시 3시간에 달했던 문화제도 1시간30분으로 줄여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줬다. 고교 3학년 정수민(18)양은 “국민은 분노의 농도를 더욱 짙게 만들 준비가 돼 있다”며 “국회는 국민과 박 대통령 중 누구의 편에 설지 결단해야 한다”고 당차게 생각을 밝혔다.

10일 7차 촛불집회의 성격과 참여 규모는 박 대통령 탄핵안 표결 결과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표결결과 탄핵소추안 가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 6차 집회보다 더 많은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폭력을 누르고 유지돼 온 평화집회가 임계점을 넘을 수도 있다.

탄핵안 가결을 압박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표결 하루 전인 8일부터 국회와 새누리당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박 대통령 퇴진이 본래 목적인 만큼 투쟁 동력이 정치권으로 분산되는 데에 우려도 나오지만 헌법질서 안에서 조속한 퇴진을 이끌어 내려면 정치권을 겨냥해 행동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핵이 무산되면 7차 촛불집회에서 300만명 참여를 예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며 “민심에 반하는 결정에 촛불은 박 대통령과 정부에 이어 제도권 정치 전부를 공격 대상으로 삼고 전면적인 정치개혁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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