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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그늘에 갇힌 알뜰폰… 사라진 공정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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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그늘에 갇힌 알뜰폰… 사라진 공정경쟁

입력
2018.06.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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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알뜰폰 자회사 3곳 신규 가입자 70% 휩쓸어

모회사 지원 아래 파격 요금제로 출혈 경쟁

자금력 없는 영세 업체들 “불공정 경쟁” 비판

정부 “장기적 알뜰폰 활성화 위해 사후조치 검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주로 영세업체들이 영업을 하고 있는 알뜰폰 시장에서 이동통신3사가 알뜰폰 자회사를 활용해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영세 알뜰폰 업체들은 시도할 수 없는 파격 상품을 연달아 출시하며 장기적 성장을 막는 출혈 경쟁을 일으킬 뿐 아니라, 가입자까지 휩쓸어가고 있어 공정경쟁 환경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23일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774만4,113명이 이용하고 있는 알뜰폰 시장에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 SK텔링크, KT엠모바일, U+알뜰모바일 점유율이 30%에 달한다. 국내 알뜰폰 업체들이 작년 말 기준 40여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3개 회사의 시장 장악력을 체감할 수 있다. 2015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3년 동안 번호이동으로 신규 가입한 전체 수 중 자회사 3곳이 확보한 비중은 무려 70%다.

이들 업체들이 건전한 방식으로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게 알뜰폰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U+알뜰모바일과 KT엠모바일은 음성통화를 무제한 제공하고 월 단위 데이터를 10~11기가바이트(GB) 지급하는 3만원대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다 써도 매일 2GB가 추가로 제공된다.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의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업체는 그 대가로 요금제 판매 수익의 일정 부분(약 55%)을 이통사에 떼 줘야 한다. 3만원대에 월 10~11GB를 넘는 데이터를 제공하려면 적자가 날 수밖에 없고, 이통3사 자회사들은 모회사의 우회적인 지원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1,000억원, 1,500억원 이상을 유상증자 등으로 알뜰폰 자회사에 지원한 바 있다. 단순히 가격만 싸게 내리는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으로는 알뜰폰 시장의 장기적 성장도 위협 받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도 알뜰폰 시장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경쟁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은 지난 21일 열린 알뜰폰 활성화 토론회에서 “이통사 자회사를 뺀 나머지 알뜰폰 업체들은 흑자를 내고 있다”며 “이통사 자회사들이 장기적으로 시장에 어려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공정경쟁이나 이용자 차별 방지 차원에서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심도 있게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알뜰폰을 출범한 취지는 이통3사를 견제할 만한 저렴한 서비스를 등장시키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이통사들이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회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가 요금제 시장은 이통사 상품으로, 저가는 알뜰폰 자회사로 ‘쌍끌이’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도 이통3사 자회사의 독과점을 우려했지만 ‘합산 점유율 50% 금지’ 기준만 세워둬 지금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우회적 자금 지원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동등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게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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