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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들, 베트남서 공격적 M&A... '아세안 금융 시너지' 전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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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들, 베트남서 공격적 M&A... '아세안 금융 시너지' 전초로

입력
2018.02.20 18: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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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베트남, 현지화로 답 찾는다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신한베트남은행 본점. 현지에서 26개 점포를 갖고 있는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재 자산과 지점 수 기준으로 외국계은행 1위다. 신한금융그룹 제공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신한베트남은행 본점. 현지에서 26개 점포를 갖고 있는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재 자산과 지점 수 기준으로 외국계은행 1위다. 신한금융그룹 제공

#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하자마자 ‘영토 확장’을 강조했다. 성장과 수익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호주계 안츠(ANZ)은행의 베트남 리테일부문을 인수ㆍ합병(M&A)하고 신한카드도 올초 베트남의 소액대출 업체를 인수하는 등 베트남 지역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달 2박3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다녀왔다. 새해 첫 해외 출장지로 베트남을 택한 것은 매물로 나온 현지 금융회사 가운데 M&A 할 만한 것이 있는지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현지 대형 은행들과 전략적 제휴를 위해 숨가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외교와 경제의 과도한 ‘대(對) 중국’ 비중을 줄이기 위해 ‘신(新) 남방정책’을 선언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및 인도와의 외교 관계를 기존의 ‘전략적인’ 수준에서 4강 외교에 준하는 ‘공동체’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였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아세안 회원국은 2010~2020년 경제성장률이 연 평균 5.6%로 예상될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자원부국이란 공통점도 갖고 있다.

정부의 달라진 외교 정책에 맞춰 금융권에서도 ‘신 남방정책’을 가동하고 있다. 아세안 지역에서 공격적인 M&A로 현지화를 꾀하고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금융회사들이 국내에서 은행, 카드, 증권 등 계열사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이익을 내듯 아세안에서도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동남아 중에서도 국내 금융사의 진출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금융사가 아세안과 인도에 세운 점포는 총 121개에 달한다. 이중 베트남 점포가 34개로 가장 많고, 미얀마(20개)와 인도네시아(18개)가 그 뒤를 이었다.

최근 금융사의 베트남 진출은 현지에서 단계별(사무소→지점→현지법인)로 규모를 키우기 보다는 상품성이 있는 매물을 직접 M&A하는 방식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현지 안츠은행의 베트남 소매금융 사업부문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베트남 진출 24년 만에 HSBC은행을 제치고 외국계 은행 1위(자산, 지점 수 기준)에 올라섰다. 현재 신한베트남의 총 자산은 33억달러(3조6000억원), 점포수는 26개에 이른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보다 24.4%나 급증, 5,678만달러(606억원)를 기록했다.

과거 은행 업종 진출에만 집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비은행 쪽을 공략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NH농협금융그룹은 베트남 ‘우리CBV증권’을, KB금융그룹은 ‘매리타임증권’을 각각 인수해 현지 증권시장에 진출했다. KB증권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자산 기준 27위인 중소형 증권사인 매리타임증권을 선두권 증권사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M&A 자문, 자금조달 주선 등의 서비스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도 “2022년까지 글로벌 사업의 비중을 전체의 1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또 지난달 신한카드를 통해 ‘푸르덴셜 베트남 파이낸스 컴퍼니(PVFC)’ 지분 100%를 인수했다.

베트남 정부가 부실 금융사를 솎아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도 국내 금융사의 베트남진출엔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현재 ‘금융산업 구조개혁계획’에 따라 금융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2015년 말 기준 50여개에 달한 은행을 20개로 축소한다는 게 골자인데, M&A를 통해 단기간에 현지화를 원하는 국내 금융사 입장에선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현지 고객을 대상을 한 서비스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주택담보대출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 은행들은 대출 시 연 5%대로 약정 후 해마다 이자를 올려 3년 후부터는 10%대 금리를 적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처음부터 연 7%대 고정금리를 적용했다”며 “주로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현지 직장인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외국계은행 최초로 미니버스를 개조한 ‘방카’를 운용하면서 찾아가는 서비스도 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지 상황에 맞는 부동산담보대출과 할부금융, 신용대출, 비대면 채널활성화 등 상품을 개발해 개인고객 영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에는 태블릿PC를 활용해 방문영업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또 베트남 내 금융권 최초로 자동차 딜러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 자동차 구매고객의 대출을 1분 안에 신청ㆍ접수하는 ‘써니뱅크 마이카 서비스’를 출시(2016년 6월)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 하는 것도 업무의 일부다. 호찌민과 하노이에 지점을 두고 있는 기업은행은 현지 차세대 리더로 성장할 공무원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펴고 있다. 또 주기적으로 금융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금융산업 및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은행ㆍ보험연구실장은 “신남방 정책 아래 정부가 아세안 금융 당국과 긴밀한 관계를 만든다면 국내 금융사가 해외에서 인ㆍ허가를 받을 때 시간 단축 등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금융사도 현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끼리 과당경쟁하기 보다 그룹 내 계열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역과 상품을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지난 2016년 11월 우리은행은 베트남 현지법인 신설 본인가를 받았다. 베트남하노이지점에 있는 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지난 2016년 11월 우리은행은 베트남 현지법인 신설 본인가를 받았다. 베트남하노이지점에 있는 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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