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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 “아내 몰래 여행도 예약 했는데…” 유가족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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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 “아내 몰래 여행도 예약 했는데…” 유가족 오열

입력
2017.12.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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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마친 예비 대학생, 어머니 할머니와 사우나 찾았다 참변

연기 가득 건물 안 아내 있는데 발만 굴러야했던 남편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노블 피트니스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천=연합뉴스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노블 피트니스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천=연합뉴스

“5년 만에 아내와 여행을 가려고 했어요, 다음달에 일본 여행을 가려고…”

58명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로 아내 정모(56)씨를 떠나 보낸 윤모(53)씨는 22일 사망자 시신이 안치된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 2층 유가족 대기실에서 아내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아내가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몰래 여행을 예약했는데, 그렇게 물거품이 됐다. 윤씨는 “어제 목욕탕에 간 아내가 ‘불이 났다’며 전화를 해왔다. ‘아무것도 안 보이고 유리창도 안 깨진다’기에 ‘수건을 적셔 입에 대라’고 했는데 ‘숨을 못 쉬겠다’는 말만 하더라”며 오열했다.

화재로 숨진 사망자 29명이 안치된 장례식장은 밤새 유족 통곡과 오열로 가득했다. 22일 충북도소방본부와 제천시 재난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화재 사망자는 29명(오전 7시 30분 기준)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망자는 서울병원장례식장, 명지병원장례식장, 제일장례식장, 세종장례식장, 보궁장례식장 등으로 분산돼 안치됐다.

손녀 대학 입학을 앞두고 함께 집을 나섰던 어머니와 할머니가 함께 목숨을 잃기도 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거주하는 민모(49)씨는 지난달 대입 수능을 마친 딸 김양(18)을 데리고 어머니 김모(80)씨가 있는 친정 제천을 찾았다. 이들은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목욕탕을 찾았다 비극을 맞았다. 유족 박모(47)씨는 “조카가 꿈도 펼치지 못하고 죽었다. 자주 여행을 가는 단란한 가정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내가 있는 건물이 불타는 것을 손도 못 쓴 채 지켜봐야만 했던 남편의 사연도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망자 박모(68)씨 아들 김모(43)씨는 “원래 이른 오전에 헬스장에 가시는 어머니가 그날 따라 왜 오후에 가셨는지 모르겠다. (헬스장이 아닌) 7층에서 발견됐다고 하니 불이 나자 피하려다 돌아가신 것 같다”고 했다. 화재가 난 건물 맞은 편 헬스장에 다니다 화재를 목격한 남편 김모(69)씨는 “러닝머신을 하고 있는데 불이 나는 게 보이더라. (당시엔) 소방차가 곧 도착해 구할 줄로만 알았다”며 “아내가 안에 있는데 꺼내질 못했으니 억울해 죽겠다”고 통곡했다.

간신히 사건현장에서 빠져 나온 부상자들은 당시 아찔한 상황을 전했다. 사우나에 갔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황모(35)씨는 “누군가 ‘불 났으니 나가라’고 해 나왔더니 소방차가 불법주차로 인해 진입을 못하고 있더라”며 “비상구가 아니면 탈출하기 힘든 상황인데 2층 비상구도 닫혀 있고, 스프링쿨러는 작동하지 않더라”고 했다. 당시 “현장에 연로한 분이 많아 빠른 판단이 힘들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제천=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니스센터에서 화재가 발생, 일부 이용객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되지 못한 이용객의 지인이 오열하고 있다. 제천=연합뉴스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니스센터에서 화재가 발생, 일부 이용객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되지 못한 이용객의 지인이 오열하고 있다. 제천=연합뉴스
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박모(68)씨 아들 휴대폰 캡처. 화재 소식을 듣고 어머니에게 연락했지만 답이 없다. 유족 제공
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박모(68)씨 아들 휴대폰 캡처. 화재 소식을 듣고 어머니에게 연락했지만 답이 없다. 유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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