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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리스트의 선율을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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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리스트의 선율을 들려드릴게요"

입력
2017.01.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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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탄 코치슈, 안드라스 쉬프와 함께 ‘헝가리 트로이카’로 불린 데죄 란키는 “같은 시기 같은 음악원에서 같은 스승을 사사했지만 서로의 개성은 달랐다”며 “57년간 우정을 쌓은 졸탄의 죽음은 이해할 수 없는, 너무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시향 제공
졸탄 코치슈, 안드라스 쉬프와 함께 ‘헝가리 트로이카’로 불린 데죄 란키는 “같은 시기 같은 음악원에서 같은 스승을 사사했지만 서로의 개성은 달랐다”며 “57년간 우정을 쌓은 졸탄의 죽음은 이해할 수 없는, 너무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시향 제공

지난해 11월 타계한 졸탄 코치슈, 비슷한 시기 한국을 찾은 안드라스 쉬프와 함께 ‘헝가리 트로이카’로 꼽히지만 유독 한국과의 인연이 적었다. 1970년대 꽃미남 같은 외모로 일본에서 ‘클래식계 아이돌’ 돌풍을 일으켰던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66) 얘기다. 지휘를 병행한 코치슈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국내 클래식계에도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2000년대 내한으로 친숙해진 쉬프가 바흐 연주의 대가로 추앙 받는데 반해 1986년 한국을 딱 한번 찾은 란키는 훨씬 더 폭넓은 레퍼토리와 대중적인 연주에도 국내 인지도가 낮았다.

31년 만에 그가 한국을 온다. 20,21일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그는 자신의 특장인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이달부터 서울시향 객원수석을 맡은 마르쿠스 슈텐츠의 첫 공연이다. 그는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서울 독주회를 1986년 5월 31일로 기억한다. 모차르트 소나타들과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를 연주했다. 당시 독주회 포스터를 지금도 갖고 있지만 한국어로 쓰여있어 읽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시향과의 협연에 큰 기대를 갖고 있어요. 3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으니까요. 시향이 연주한 라벨의 라 발스를 음반으로 들었는데, 정말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8세에 피아노를 시작해 13세 때 프란츠 리스트 음악원에 입학한 뒤 쉬프, 코치슈와 함께 명 피아니스트 페렌츠 라도시에게서 배웠다. 피아니스트인 아내 에디트 클로콘과 함께 두 대의 피아노, 네 손을 위한 리사이틀을 정기적으로 연다. 그는 “지난 30년간 듀오 콘서트를 수 백회 가지며 바흐, 슈베르트, 드뷔시, 메시앙, 리스트의 작품을 함께 연주했다. 이건 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두 아들 중 작은 아들이 역시 피아니스트 길을 걷고 있어요. 아들이 원할 때만, 작품과 연주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데, 반대로 우리 부부가 아들로부터 엄청난 조언을 받을 때는 있죠.”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 서울시향 제공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 서울시향 제공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작곡가가 바로 리스트라는 말도 덧붙였다. “조국 헝가리 출신의 작곡가 중에서도 리스트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독특한 성향의, 무척 획기적인 음악가죠. 리스트 초기 작품에서 헝가리적인 특징을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그는 늘 헝가리인의 자부심이 무척 강한 작곡가였고 후대 음악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 분이죠.”

서울시향과 협연하는 피아노협주곡 1번은 “진정한 대곡”이라고 소개했다. “이 곡은 악보대로만 읽어서, 신체 능력을 보여주는 구실로 이용해선 안 된다”며 “리스트가 꾸준히, 심열을 기울여 작곡했듯이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를 따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주가로 살아온 50년 중 1~2년 정도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어요. 기존 연주와는 다른 스타일을 시도해봤는데, 편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저만의 스타일을 되찾은 후 리스트가 쓴 곡을 봤죠. 구조의 일관성이나 멜로디, 하모니가 예전보다 더욱 명징하게 보이더군요, 30년만의 한국 무대에서, 이런 변화를 들려드릴게요.”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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