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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낳으면 정선군 1230만원 vs. 서대문구 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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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낳으면 정선군 1230만원 vs. 서대문구 50만원

입력
2018.07.04 04:40
수정
2018.07.04 08: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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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출산지원정책 수 56% 급증 

 총 746개… 수혜자 90만명 육박 

 출산율 최하 서울, 지원금 최저 

 지자체 곳간 사정 따라 격차 극심 

 첫째 출산 지원금도 늘리는 추세 

 정책포퓰리즘ㆍ먹튀 부작용 지적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충남 서천군에 사는 김모(43)씨는 올해 초 다섯째 늦둥이 아들을 낳아 군으로부터 출산지원금 1,0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서천군이 지난해 조례를 개정해 원래 80만원 수준이었던 다섯째 출산지원금을 12.5배 늘린 후 나온 첫 최대 지원 사례다. 김씨는 서천군이 출산지원금 제도를 도입한 2009년 이후 낳은 셋째와 넷째에 대해서도 각각 80만원(현재 각각 300만원, 500만원)의 지원을 받은 상태. 김씨가 양육 지원비나 출산 선물 등을 제외하고 출산지원금 명목으로만 받은 금액이 1,160만원에 달한다.

전국 광역ㆍ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이 출산지원금제도를 잇따라 새롭게 도입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227개 시군구가 운영하는 출산지원정책(현금ㆍ현물ㆍ서비스 등)의 수는 전년보다 56.1%(268개) 늘어난 746개로, 수혜자는 89만6,289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출산지원금은 현금으로 일시ㆍ분할 제공된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아 자치단체들도 앞다퉈 도입하는 추세. 하지만 지자체 주머니 사정이나 저출산 극복 의지에 따라 지원금 격차가 극심해 아이가 여러 명이라면 어느 지역 주민이냐에 따라 지원금이 수천만원씩 차이가 나는 등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송정근 기자

지난해 시ㆍ도별 합계출산율이 하위권에 머물렀던 부산(0.98명ㆍ17개 시도 중 16위)ㆍ인천(1.01명ㆍ15위)ㆍ대구(1.07명ㆍ13위) 등은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공격적으로 출산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구 중구 거주민은 올해 기준 첫째만 낳아도 구에서 50만원을 받을 수 있고, 둘째부터는 310만원(시비 140만원ㆍ구비 170만원), 셋째 이상부터는 870만원(시비 410만원ㆍ구비 460만원)을 받게 된다. 인천시는 첫째부터 다섯째까지 각각 100만원을 지급하는데, 특히 연수구는 이에 더해 둘째 100만원, 셋째 240만원, 넷째 1,000만원, 다섯째 3,000만원을 지급한다. 만약 연수구 주민이 아이 5명을 출산한다면 시와 구에서 받는 지원금이 모두 4,840만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지난해 조출생율(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 최하위인 강원에서는 정선군이 이례적으로 셋째부터 1,230만원씩 출신지원금을 지급한다. 양양군의 경우엔 넷째부터 각각 1,900만원씩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각 자치단체는 출산율이 1명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지금까지는 거의 없던 ‘첫째 지원금’을 최근 들어 늘리는 추세다. 경기 군포시는 원래는 지급하지 않던 첫째 아이부터 50만원을 주기로 올해 조례를 바꿨고, 경남 창원시도 지난해 첫째 아이 지원금 50만원을 신설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창원 지역 신혼부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출산ㆍ육아에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경제적 부담’이 꼽혀 내린 결정”라고 설명했다.

반면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서울의 경우에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최하위를 기록했음에도 출산지원금이 적은 편이다. 시 차원의 지원금은 없고, 25개 구가 각각 지급하는 지원금 규모도 크지 않다. 둘째ㆍ셋째 아이 기준으로 중구가 100만원ㆍ200만원을 지급해 가장 많고, 나머지는 대체로 20만~50만원ㆍ35만~200만원을 오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대문구는 첫째에 10만원, 둘째 20만원, 셋째 이상부터 50만원을 지급하는데, 셋째를 기준으로 정선군과 비교하면 24.6배 차이가 난다.

다만 일각에서는 높은 출산지원금이 출산율 증대와 직결되지 않는 데다 정책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지원금 확대 기조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는다. 더욱이 지원금이 커지면서 돈만 챙긴 뒤 타지로 떠나는 ‘먹튀’ 부작용도 있는데, 지난해 우승희 전남도의회 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남지역 22개 시ㆍ군에서 출산장려금을 받고 떠난 수혜자는 1,584명이나 된다. 김나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치단체 차원의 출산지원금 정책은 각 지역의 소득수준이나 생활형태를 면밀하게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높다”며 “다만 재정자립도에 상관 없이 경쟁적으로 확대되는 측면도 있는 만큼 중앙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정혜지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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