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아침을 열며] 한반도의 봄과 김정은의 선택

입력
2018.05.02 18:34
31면
0 0

인터넷시대의 정상회담에 비해 SNS시대에 거행된 2018 남북 정상회담의 폭발력은 엄청났다. 북한에서 열려 우리가 통제할 수 없었던 지난 정상회담들과 달리 하나에서 열까지 우리 측이 기획하고 생중계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반응은 차원이 달랐다. 세밀한 기획에 더해 도보다리 한편 군사분계선 표지판 앞 테이블에서 나눈 30분간의 대화는 클라이막스를 찍기에 충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과 간곡함이 묻어나는 뒷모습과 심각, 곤란, 답답함, 걱정, 체념, 웃음, 썩은 미소 등 온갖 표정을 보여 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앞모습이 빚어낸 앙상블은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은 30분이 화살처럼 지나가는 듯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반면, 이 도보다리 회담과 동시에 작성되었음직한 판문점 선언문은 사실 기대에 못미치는 부분이 많았다. 핵무기 포기를 명문화한 과거의 성명서나 합의문과 달리 가장 중요한 핵 분야가 후반부로 밀렸다. 그나마도 평화체제 분야의 세부 내용에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다소 애매한 문장으로 가름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선언문에 담기지 않은 그 도보다리 30분간의 회담을 보면서 한반도의 ‘봄’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 봄은 우리가 부를 수 없고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다행히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의 승리와 2년 후 대통령 선거에서 북한 문제 해결을 적극 이용하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어 ‘봄’이 올 가능성을 좀 더 높이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얼마 후 치러질 북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그것만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는 물론 우리 민족 전체에 평화와 번영을 안겨 줄 수 있다. 북한은 이미 다섯 번에 걸쳐 미국을 기만했기 때문에 신뢰회복이 필요하다. 1차 북핵 위기를 넘긴 1994년 제네바합의를 한 후 북한은 파키스탄의 칸네트워크와 접촉, 고농축 우라늄 핵무기 개발에 착수하여 약속을 깼다. 두 번째로 2005년 9ㆍ19공동성명에서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복귀를 약속했으나 다음해 대포동2호 발사와 1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어 세 번째, 네 번째 약속인 2007년 2ㆍ13합의와 10ㆍ3합의를 통해 9ㆍ19공동성명의 이행을 합의했으나, 2009년 광명성2호 발사와 2차 핵실험을 감행해 다시 국제사회를 분노케 했다. 다섯 번째 약속으로 2012년 2ㆍ29합의를 통해 장거리미사일, 핵실험 등 모든 핵 활동의 모라토리움을 약속했지만 그 해 4월과 12월 은하3호 장거리로켓 발사를 한 후 2013년 2월 12일 성공한 핵실험으로 평가받는 3차 핵실험을 했다.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안에도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6차 핵실험까지 진행하며 인도, 파키스탄보다 더 강력한 핵무기를 완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정권과 달리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또 경제적 압박을 위해 해상 밀무역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첨단 해상초계기들을 배치하고 있다. 한국에 최강의 전투기인 F-22 8대를 배치하는 등 군사적 압박도 풀지 않고 있다. 초강경 매파인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역시 군사옵션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만약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고 과거처럼 전 세계를 기만한다면 SNS시대의 특성상 이번 회담의 환호 이상으로 분노가 퍼져 나갈 것이다. 반대로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신뢰를 보여 줄 때 그의 생명은 물론 북한 인민생활의 향상과 우리 민족 전체가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다. 한반도의 봄은 김정은의 신뢰성 있는 실천에 달렸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