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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자기혁신 없는 보수정당

입력
2018.05.14 18: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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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집에 험담 보태는 것 같아 민망하지만 요즘 보수 정당, 특히 자유한국당은 눈 뜨고 못 봐줄 수준이다. 당 대표의 만담 같은 독설 말고 눈길 줄 일이 없다. 과연 저 정당이 10년 가까이 집권당이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한국당의 현안 대처 능력을 보면 지방선거 득표율이 이런저런 여론조사 결과와 거의 비슷하게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기둥뿌리까지 망가진 정당이라면 적어도 광역 자치단체장 후보 중 두세 명이라도 새로운 희망을 품을 만한 후보를 찾아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나같이 기존 아니면 퇴물 인상을 주는 후보들이다. 인물이 없어서일까, 찾지 않아서일까? 예나 지금이나 인물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찾지 않은 것이다. 안 찾았다면 홍준표 대표의 무능을 보여 주는 것이다.

물론 홍 대표가 과거 어떤 당대표보다 힘든 처지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일대 반전을 일으키는 데서 큰 정치인의 능력이 드러나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홍 대표는 남 탓만 했지 스스로의 책임에 대해 조금도 정직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많던 보수가 불과 1년 만에 다 어디로 갔지?라고 묻는다면 가장 큰 책임은 홍 대표다. 단순히 말 실수나 투박한 스타일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 지도자로서의 능력이 안 되는 것이다.

당 밖의 나 같은 사람에게 보일 정도면 당내 중견 정치인들은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러나 홍 대표의 말투나 문제삼지 대표로서의 무능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드는 의원들은 볼 수가 없다. 그런 정당에 눈길이 간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좌우 이념 대결에서 우파 혹은 보수 일변도였던 적도 없을 것이다. 유럽 주요국 모두 보수 지도자가 이끌고 있고 미국 일본 심지어 중국도 넓은 의미에서 보수정권이다. 이념 자체의 지형도만 놓고 보면 사실 좌파는 설 자리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나라만 좌파 정권이 우뚝 선 이유는 뭘까?

독보적으로 유능한 좌파, 혹은 진보 정권이어서일까? 그보다는 이명박, 박근혜 9년의 부패와 무능이 지긋지긋한데다 친이 친박 어쩌고하면서 그나마 유능한 인재들을 다 내쫓고 무능한 아첨꾼들이 보수 정당을 장악한데서 일어난 일이라 볼 수밖에 없다.

홍 대표의 국제감각 결핍 또한 여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국민 모두가 과연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최소한의 대화라도 가능할까 걱정할 정도였다. 그만큼 두 사람 사이는 멀어 보였다. 그러나 지금 두 정상은 믿기 어려울 정도의 공조(共助)를 보이고 있다. 물론 북핵 문제는 살얼음판 걷듯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보수 정권 9년과는 다른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국민적 생각이 커갈 때 이런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선에 출마했던 정치인이라면 이 변화의 중요성을 간파했어야 한다. 대한민국 제1야당의 지도자가 ‘희망 사고’에만 갇혀 있다면 그것은 누가 봐도 지지하는 사람을 떠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솔직히 지난 대선에서 개인만 놓고 보면 문 대통령은 사람만 좋은 아저씨, 홍 대표는 좀 못됐기는 해도 똘똘한 아저씨 같았다. 그런데 1년 새 홍 대표에게는 무능 이미지가 씌워졌고 문 대통령은 일을 풀어갈 줄 아는 유능한 이미지를 갖추게 됐다. “5% 떨어져서 78%”라는 문 대통령 지지율에는 집권 초반과 달리 이 같은 유능함의 이미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야당으로서는 더 힘든 상황이다. 야당은 더 긴장하고 더 혁신했어야 한다. 로펌 이미지까진 안 바라지만 대서소, 복덕방 같은 이미지로 2018년 6월의 선거에 임해서야 되겠는가? ‘논어’에 있는 공자의 말이다.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유능하지 못함을 걱정해라.”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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