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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분쟁 도화선 될 북한 미사일 발사

입력
2017.09.2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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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민간 항로와 어업수역 위협해

위험이 확산되지 않도록 조기 차단해야

중층적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 더욱 시급

워싱턴과 하와이에 있는 미국 안보관련 기관을 방문하기 위해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비행기의 항로를 따라 가면서 내내 지울 수 없던 생각은 북한 미사일 도발의 심각성이었다.

지난 8월29일 북한이 발사한 화성-12형 미사일은 30분 동안 비행하면서 2700㎞ 떨어진 북태평양 해역에 떨어졌다. 9월15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된 같은 급의 미사일은 최고 고도 770㎞를 찍으면서 보다 장거리인 3,700㎞를 날아가 홋카이도 동북방 해역에 낙하하였다. 고도는 다르지만 민간 비행기의 항로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북한 중장거리 미사일의 항로와 낙하해역은 한국적을 포함한 민간 비행기들의 항로 및 어선들의 어업 수역을 위협할 만하다. 2012년 12월 북한이 발사해 필리핀 동북 해상에 떨어진 미사일의 궤적도 위험했다. 민간 비행기와 어선 만이 아니다. 서태평양을 무대로 ‘자유의 항행 작전’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이나 여타 동맹국들의 군함이나 군용기를 위협하는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

만일 북한 미사일이 미국이나 일본, 다른 나라 항공기나 선박을 직격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해당 국가는 자위권 발동을 포함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것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 때마다 일본 정부가 긴급경계명령(J-Alert)을 발동하고, 민간 어선들이나 항공기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사상 전쟁을 이런 우발적 사건이 빚은 예는 많다. 1914년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청년이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태자를 암살한 사건이 제1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했다. 1964년 통킹만에서 미국 군함이 월맹의 포격을 받은 사건으로 베트남 전쟁이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도 자칫하면 대규모 한반도 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나라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나 국제해사기구(IMO)에 미사일 발사 등의 훈련구역을 사전 통보할 의무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구들의 회원국이기도 한 북한은 최근 아무런 사전통고 없이 미사일 발사를 자행하고 있다. 그래서 우발적 분쟁의 발발 위험성이 더욱 크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무분별한 미사일 발사가 갖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위험성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나 국제해사기구 등 관련 국제기구와의 협의 속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고, 적절한 국제법 절차와 규정을 준수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또한 무분별한 미사일 발사 시 그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미국 및 일본과 긴밀히 협력해 대응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은 한반도 공역이나 대기권 상공을 비행해 일본이나 필리핀 방면으로 향하겠지만, 단거리 미사일은 2분30초 이내에 한국 영토 및 영해를 직격할 수 있다. 이 두 가지에 대비해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KAMD가 완성되는 2020년을 기다릴 것 없이, 일본이 미국과의 협력 하에 배치한 SM-3나 PAC-3, 혹은 이스라엘이 실전 배치한 아이언돔 체계 도입을 조속히 검토하여 미사일 방어망을 중층적으로 강화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들이 한반도 분쟁 비화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9월19일의 유엔 총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및 동맹국이 위협받을 경우 북한에 대한 완전 파멸을 언급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극히 이례적으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직접 언명했다. 덧붙여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미국 전략폭격기의 비행을 선전포고로 주장하고 있다. 군사적 긴장이 최고도로 고조되고 있는 이 시기에 북한의 “초강경 대응조치”로 인한 후폭풍이 한반도를 휩쓸지 않도록, 총체적 외교ㆍ군사전략을 짜야 한다. 군사적으로는 중층적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이 가장 시급한 과제의 하나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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