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학
논설위원

등록 : 2018.04.05 17:54
수정 : 2018.04.09 18:40

[논ㆍ담]최대집 의협 회장 당선자 “문재인 케어는 포퓰리즘… 감옥 갈 각오로 투쟁”

등록 : 2018.04.05 17:54
수정 : 2018.04.09 18:40

비급여 개선 통한 보장성 강화는

보험 범위만 확대하는 것은

보장성 강화 아닌 재정 낭비

文케어 결국은 땜질식 정책

최대집(46) 대한의사협회 제40대 회장 당선자를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회의실에서 만나 ‘문재인 케어’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그는 “5월부터 본격적인 문재인 케어 철회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케어는 포퓰리즘이며 의료계를 쥐어짜는 정책인 만큼 의료를 멈춰서라도 결사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3년 임기를 마친 뒤 제도 정치권에 뛰어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배우한 기자

“3년, 5년 감옥 갈 각오로 투쟁하겠다.” 요즘 보건의료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삭발은 물론, “의료를 멈춰서라도” 문재인 케어를 저지하겠다는 최대집(46) 후보가 대한의사협회 제40대 회장에 당선된 까닭이다. 각 시도의사회장 선거에서도 투쟁을 예고한 후보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전국 13만 의사들이 강성 지도부를 통해 문재인 케어와 정면 충돌할 태세다.

문재인 케어는 미용ㆍ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료행위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5년 간 30조6,000억 원을 투입, 3,800여 비급여 항목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계획이다. 특정 의사에게 진료받을 때 냈던 선택진료비는 올 초 이미 폐지됐다. 이달부터 간, 췌장 등의 상복부 초음파 검사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7월부터는 4인실까지 적용되던 입원 병실료가 3인실과 2인실까지 확대된다.

국민은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려는 문재인 케어를 적극 지지한다. 가장이 큰 병이라도 나면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0%)에 크게 못 미치는 63.4%. 반면 국민 의료비 부담률은 36.8%로 OECD 2배에 달한다. 국민 여론이 의료계에 호의적일 리 없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70%를 넘나든다. 이런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강경 투쟁에 나선다면 제 밥 그릇 챙기려 한다는 비난만 받기 십상이다. 그럼 최 당선자는 무슨 생각과 복안으로 옥쇄투쟁을 얘기한 걸까. 그를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만나 문재인 케어에 대한 입장과 투쟁계획 등을 들어봤다. 분위기는 차분했으나 ‘논담’이라기보다는 ‘논쟁’에 가까웠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비급여 개선을 통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다. 반면 의협 주장의 핵심은 ‘비급여는 그대로 두고 건강보험 수가를 높이라’는 것이다. 의사 자율성과 의료의 질을 위해 비급여가 필요하다면, 건강보험과 비급여 공존보다는 건강보험을 아예 없애라고 주장하는 게 솔직하고 논리적으로도 일관되지 않나.

“의협이 주장하는 바는, 필수적인 의학적 비급여를 단계적 점진적으로 급여화하자는 것이다. 동시에 초저수가로 유지되는 건강보험 진료비를 정상화하라는 뜻이다. 대한민국 의료계는 건강보험 강제지정이라는 제도를 통해 자유를 제한 받고 있다. 모든 의료행위를 건강보험이 담당한다는 것은 일종의 망상이다. 비급여는 피할 수 없으며, 또 현실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의료계는 수가 인상 주장하는데

극소수 의사만이 비급여 의료 남용

환자-의사 간 자유계약 인정해야

‘고소득’ 인식도 현실과는 큰 차이

-의료계는 국가가 의료의 질이나 원가와 무관하게 수가를 통제하다 보니 비급여 항목으로 적자를 보전한다고 애기한다. 물론 전문적 판단에 따라 꼭 필요한 비급여 항목도 있겠지만 낮은 수가를 커버하기 위해 불필요한 비급여 처치를 남발한다는 느낌도 든다.

“극소수 사례에서 비급여 의료행위를 남용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침소봉대해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환자에게 위해를 끼치는 의료행위 등에 해당하는 경우 법적 규율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해당 의료행위가 환자에게 이익을 주고 유해하지 않으며 의사와 환자 간 자유로운 계약에 의해 성립하는 것이라면 규율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의료계는 지금도 의료수가가 낮은데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병ㆍ의원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다. 하지만 보건당국도 저수가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만큼 대화를 통해 풀어갈 수 있다고 본다. 이낙연 총리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료수가 조정 협의를 계속하면서, 보장성 강화는 그것대로 이행해가는 것이 국민 건강을 위해 옳고 의료 본래 목적에도 맞다. 의료계의 대승적 협력을 믿는다”고 했다. 이런 투트랙 협의는 불가능한가.

“이미 국민건강수호비대위와 보건복지부 간 9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하면서 이른바 보장성 강화정책에 대해 협의를 지속했고, 의료수가 문제 역시 논의했다. 그런데 정부는 의료계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보장성 강화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의료수가 개선 문제 역시 그간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공언과는 달리 인상하려는 의지를 거의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미 ‘투트랙 협의’는 실패했다.”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의사는 여전히 고소득 전문직으로 꼽힌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의사 전체 평균임금은 월 1,304만원(연봉 1억5,600만원)으로 추정됐다. 중소병원 근무 의사는 월 1,996만원 수준이었다. 의사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국민 인식이 수가 인상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강한데.

“통계에 나오는 의사의 평균 임금은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일상적 경험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통계 내용을 상세히 검토해야 정확성과 의미를 알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의사들의 근로시간, 업무강도 등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편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당선자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면 손가락 세 개가 잘려 응급실로 가도, 한 번에 두 개까지는 급여로 치료가 되지만 나머지 하나는 비급여로 붙여달라고 환자가 요구해도 불법이어서 안 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고 했다. 정부는 ‘예비급여’를 도입하더라도, 의료행위 횟수에는 제한이 없어 의협이 거짓 주장을 한다고 해명한다. 누구 말이 맞나.

“내 말이 맞다. 정부가 예비급여를 도입해도 의료행위 횟수에 전혀 제한이 없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현재 모든 급여항목은 급여기준에 의해 횟수 제한을 받고 있다. 사후심사와 삭감도 이뤄진다. 현 예비급여 제도는 수개월에서 1~2년 정도 통계자료 수집과 비급여에 대한 평가를 위한 한시적 장치다. 급여화된 의료행위를 횟수 제한 없이 모두 급여로 인정한다는 것은 건강보험제도의 본질상 불가능하다. 일시적으로 횟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한시적인 통계자료 확보 등을 통해 적어도 1~3년 내 최근 급여화된 비급여 항목도 횟수 제한을 받거나 사후심사 삭감을 통해 결국 횟수 제한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

‘예비급여’는 비용 및 효과성 검증이 부족한 의료행위를 비급여로 남겨두는 대신 건강보험 체계로 편입해 정가를 매기고 환자 본인 부담을 80~90%로 높게 잡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제한하는 비급여 통제 방식이다. 정부는 부르는 게 값인 비급여를 권해도 환자가 거절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의료계가 단순히 수가 문제만으로 접근하면 국민 지지를 받기 힘들다고 본다. 예컨대 지난해 북한군 병사 귀순으로 중증외상센터와 중환자실의 열악한 실태가 드러났다. 사실상 국가가 필수의료 운영에 따른 재정 손실을 민간에 떠넘겨온 것이다.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은 중환자 사망률이 병원 간에도 30% 가까이 격차가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큰 틀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에 동의하되, 의료전달 체계의 개선이나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응급의료 중증외상센터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영역에서 국가의 책임성과 적극적인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식의 투쟁이 더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정부가 땜질식 정책을 추진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필수의료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수가를 책정한다면 굳이 공공의료 운운할 필요도 없다. 고 위원 지적처럼, 우리는 국가의 책임성과 재정지원 확대를 줄곧 요구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케어는 이런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질문 자체가 의료정책을 땜질식으로 대처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보수 강경 행보를 보여온 최 회장의 등장에 보건당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과거 태극기부대 활동이 조명되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고 우려의 시선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 의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6명 모두 문재인 케어를 반대했지만, 최 회장이 가장 강경한 대정부 투쟁을 공약했다.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투쟁하기보다는 총파업 등 극한투쟁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내가 당선된 것은 의사 회원들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내 개인적인 주장이 아니라 의사들의 주장이다. 왜 기득권이라 인식되는 의사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지 정부와 언론은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합리적 대안을 충분히 제시했다.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문제다. 상복부 초음파 건만 해도 새 의협 집행부가 내달 출범하면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하자는 거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방적으로 고시를 발표했다. 행정절차법에 어긋나게 예고기간도 지키지 않았다. 과연 누가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인가.”

향후 투쟁 계획은

투표율 낮았지만 압도적 회장 당선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양보 못해

문케어 철회 안 하면 의사 총파업

-문재인 케어가 싫은 건가 문재인 대통령이 싫은 건가. 박근혜 정부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추진했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와 선별급여 도입이 대표적이다. 만약 보수 대통령이 똑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 정책을 펴도 반대할 텐가.

“당연하다. 보수 대통령이 해도 반대한다. 의료계는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의료영리화를 일관되게 반대했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다. 문재인 케어의 기본적인 취지에는 동감한다. 그러나 의사협회와 제대로 된 논의와 합의 없이 진행되는데다 국민 건강에 도움이 안 되는 게 문제다. 의협 정책이 정권 성격에 따라 찬반을 오가는 일은 없다.”

-최 당선자는 4만4,012명 선거인 중 2만1,547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6,392표(득표율 30.01%)를 얻었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2016년 기준 11만8,024명이다. 지금은 1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협회 회비를 내야만 투표권이 있다지만, 최 회장이 얻은 표는 전체의사의 5% 수준으로 대표성이 다소 떨어져 보인다. 낮은 득표율이 전문가집단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의사들의 일치단결을 끌어내는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그럼 이전 회장들은 몇 %나 득표했을 것 같은가. 나만큼 압도적으로 승리한 회장은 없었다. 의료 현안에 관심 있는 의사들은 거의 다 투표했다고 보면 된다. 상당수 의사들이 회비를 내지 않는 건 그만큼 분노와 좌절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 회원들을 보듬고 좌절을 희망으로 바꾸는 회장이 될 것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주치의 등 의료진 3명이 어제 구속됐다. 대한소아과학회는 정확한 감염 경로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 의사를 구속한 것은 과잉수사라고 반발하는데.

“당연하다. 이 사건으로 많은 대학병원 의사들이 좌절감을 토로하고 있다. 구속된 조수진교수는 유방암 3기 환자다. 계속 항암제를 맞아야 한다.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 그런 의사를 구속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앞으로 외과 계열 등 생명과 직결된 과들이 더 방어적으로 의료행위를 수행하고 진료영역도 축소해나갈 것이다.”

-전국의사 궐기대회를 비롯해 집단휴진과 같은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향후 투쟁계획이 궁금하다. 의료계 총파업을 해도 정부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그 다음 카드는 무엇인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와 예비급여 제도의 철폐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다. 이달 중 경고성 의미의 궐기대회를 열고, 새 집행부가 취임하는 내달부터 집단휴진 등 문재인 케어 철회 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 그래도 정부가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마지막 카드는 ‘전국 의사 총파업’이다. 의약분쟁 당시 3~4개월 간 단속적인 총파업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강도가 더 셀 것이다. 너무 파괴적인 내용이어서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4선인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의협 회장 경력을 발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직업 정치인이 되고 싶은 꿈이 있나.

“공중보건의를 마친 2003년부터 사회운동을 해왔다. 현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제도 정치권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지금 자유한국당은 국가의 위기를 구해낼 역량이 안 된다. 자유주의 시장경제, 국가안보, 자유민주주의라는 중요한 가치를 이념적으로나, 실천적으로 구현할 수 없는 정당이다. 신당을 만들거나 무소속으로 6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케어가 불거졌고 기존 의협 집행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회장 선거에 나선 것이다. 3년 임기를 마치면 총선 등 제도 정치권으로 뛰어들 생각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 당선자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전문의 자격을 따지 않은 일반의로, 경기 안산시에서 의원을 운영 중이다. 난치성 통증 등 정형외과, 내과 환자를 많이 봤으나 겸직 금지 조항으로 곧 문을 닫는다. 당초 기초의학(약리학)을 전공해 의대 교수가 되려고 했으나 20대 후반부터 정치활동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임상의가 됐다. 1946년 결성된 극우 반공단체 ‘서북청년단’의 정신 계승을 주장하는가 하면, 동국대 강정구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 제기에도 앞장섰다.

최대집 의협 회장 당선자가 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불구속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인터뷰=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정리= 이성택 기자, 이우진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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