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 기자

등록 : 2018.08.10 13:38
수정 : 2018.08.10 16:39

‘아름다운 숲길’ 제주 비자림로 공사 무기한 중단

등록 : 2018.08.10 13:38
수정 : 2018.08.10 16:39

도, 환경파괴 논란 유감 표명

삼나무 훼손 최소화 방안 마련

환경단체 등 전면 중단 촉구

주민들은 즉각 공사 재개 요구

9일 오후 제주시 비자림로 삼나무숲이 도로 확ㆍ포장 공사로 삼나무가 잘려져 나가 속살을 벌겋게 드러내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로 선정된 제주 비자림로 도로건설공사가 무기한 연기됐다. 공사 과정에서 삼나무 수백그루가 잘려나가면서 경관 훼손 논란이 일자 제주도는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키로 했다.

안동우 도 정무부지사는 10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자림로 확장공사로 삼나무숲 훼손 논란을 불러오게 돼 유감스럽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삼나무숲 훼손 최소화 등을 포함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될 때까지 지난 7일부터 중단된 공사를 재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도는 도민과 도의회,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최종 계획안을 마련해 도민에게 발표하고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대안 마련까지 1~2개월 가량 소요되고, 이후 설계 조정 등을 감안하면 공사 재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도는 보고 있다. 다만 이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주 비자림로(대천~송당) 도로건설공사는 제주시 조천읍 대천교차로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구간을 기존 2차로에서 4차로로 확ㆍ포장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지역 주민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동부지역에 급증하는 교통량을 해소하기 위해 2013년 5월 도로정비기본계획에 반영돼 추진해 오고 있다. 2014년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데 이어 2016년 3월 도로구역 결정 고시를 거쳐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 6월 공사가 시작됐다. 도는 공사 구간에 포함된 삼나무숲 가로숫길 800m 양쪽 부분에 있는 삼나무 총 2,160그루를 벌채할 계획이며,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915그루를 잘라냈다.

9일 제주시 비자림로 삼나무숲 가로수 나무들이 도로 확장 공사로 인해 잘려져 쌓여 있다. 뉴스1.

하지만 비자림로를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로 선정되게 한 삼나무를 무더기로 베어내면서 환경 훼손 논란이 빚어졌고, 환경단체들은 공사 전면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곶자왈사람들, 노동당ㆍ정의당 제주도당, 제주녹색당은 이날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연경관을 제1의 가치로 지닌 제주에서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사업”이라며 “비자림로 공사가 공분을 사는 이유는 제주만의 자연경관을 파괴하기 때문”이라며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또 제주도의회에 이번 공사 문제에 대해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해 진실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앞서 9일에는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성명을 통해 “이 공사로 우수한 경관자원은 물론 절대 보존 가치를 지닌 오름 사면까지 훼손될 위기”라며 “도는 한번 파괴된 자연환경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교훈을 잊지 말고 사업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비자림로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청원이 이날 오후 1시 현재까지 26건이나 올라왔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비자림이 파괴되지 않게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2만3,700여명이 참여하는 등 비자림로 확장 공사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게 불고 있다.

반면 성산읍이장협의회와 성산읍주민자치위원회 등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주민들은 이날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사 재개를 촉구했다.

주민들은 이날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과 제주시를 연결하는 비자림로는 지역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로”라며 “의료ㆍ교육ㆍ문화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리적 조건과 농수산물의 물류이동 활성화를 위한 기반시설로써 필요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번 공사는 지역주민 의견수렴절차 등 공론화 절차를 거친 지역 숙원사업”이라며 “사업의 이해관계와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시급히 추진돼야 하고, 자연환경보존을 빌미로 지역주민의 생존권을 짓밟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