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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개혁 여정 시작돼… 신자유주의에 물든 교회, 이기주의를 사랑의 가치로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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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개혁 여정 시작돼… 신자유주의에 물든 교회, 이기주의를 사랑의 가치로 포장”

입력
2014.10.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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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이민 1.5세대 해방신학자 " 교황은 교회법보다 인간 우선"

경제와 종교 연관 비판한 저서 '시장, 종교, 욕망' 방한 맞춰 출간

해방신학자인 성정모 브라질 상파울루감신대 교수는 최근 바티칸의 움직임을 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전통 교리와 결별을 시작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성 교수는 8살 때 브라질로 이민, 한국말이 서툴러 인터뷰는 홍인식 멕시코장신대 교수의 통역 도움을 받았다. 한주형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년)
해방신학자인 성정모 브라질 상파울루감신대 교수는 최근 바티칸의 움직임을 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전통 교리와 결별을 시작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성 교수는 8살 때 브라질로 이민, 한국말이 서툴러 인터뷰는 홍인식 멕시코장신대 교수의 통역 도움을 받았다. 한주형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바티칸이 출렁이고 있다. 동성애자나 이혼자도 포용하자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의 중간보고서가 일으킨 파동이다. 보수파의 반대로 최종보고서에는 실리지 못했지만 성정모(57) 브라질 상파울루감신대 교수는 “교황이 긴 개혁의 여정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브라질 이민 1.5세대인 성 교수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해방신학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라틴아메리카주교회의 의장이던 2007년 브라질 아파레시다 회의에서 ‘교회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승인할 때도 옵서버로 초청받아 강연했다.

최근 방한한 성 교수를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된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단체의 요청으로 강연을 마친 뒤였다.

성 교수는 주교 시노드의 중간보고서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가톨릭이 전통적 교리와 결별하기 시작했다고 봐서다. 성 교수는 “가톨릭에서는 늘 교회법이 판단의 최우선 기준이었지만 교황은 목회를 해야 할 대상이 교회법보다 먼저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가톨릭 교리는 동성애나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성애자, 이혼자, 동거 커플 등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목회 현장에서 부닥칠 수 밖에 없는 중대한 현실적 고민이다. 성 교수는 “가톨릭 교회의 가정에 대한 사목 지침이 바뀌고 있음을 중간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해방신학과 궤를 같이하는 관점이다. 해방신학은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답을 구하려는 시도에서 태동했다. 신학과 교회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이 뒤따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성 교수는 “예수가 안식일에도 배가 고파 일을 하는 이들을 옹호한 건 법도 인간을 위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며 “주교 시노드의 중간보고서에서 보인 교황의 생각이 이와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중간보고서의 ‘파격’이 최종보고서로 이어지지는 못했으나 성 교수는 이것 자체로 교황의 개혁이 시작됐다고 본다. 올해 주교 시노드는 임시총회로, 내년에 정기총회가 예정돼있다. 성 교수는 “교황이 주교 시노드를 2년에 걸쳐 길게 잡은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복잡하고 논쟁적인 주제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토론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종교가 직면한 또 하나의 과제는 신자유주의의 여파다. 성 교수는 이번 방한에 맞춰 욕망과 경제가 종교와 어떤 연관이 있고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를 짚은 ‘시장, 종교, 욕망’(서해문집)을 펴냈다. 과거 출간한 ‘욕구와 시장, 그리고 신학’을 대폭 개정 증보한 책이다. 17살 때 파라과이로 이민 간 뒤 한국과 아르헨티나에서 공부한 해방신학자 홍인식 멕시코장신대 교수가 번역했다.

성 교수는 “모든 걸 시장에 맡기는 신자유주의 이론이 종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빈자를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을 돕는 게 아니고 시장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라는, 즉 시장의 이기주의자가 되라는 논리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이기주의가 사랑인 것처럼 전도된 현실이 지금 기독교회가 맞닥뜨린 과제”라며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회복하는 것이 바로 도전에 대한 답”이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방한 때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고 노동자를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을 거부하라”며 “부유한 이들을 위한 부유한 교회, 잘 나가는 이들의 교회가 되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성 교수는 “교회가 자신의 사명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가 던지는 비판에 귀를 닫고 스스로 개혁하는 데 소극적인 기독교회들에 성 교수는 이런 조언도 전했다.

“구원은 사역의 결과가 아니라 하느님의 작업입니다. 교회가 자신을 아주 중요한 존재라고 여기거나 구원자라고 생각해선 안됩니다. 교회의 사명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하느님의 행위를 보여주고 밝히는 일일 뿐입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성 교수는 연단을 통해 대중과 만난다. ▦20일 오후 1시 서울 장신대, 오후 4시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최) ▦21일 오후 1시 서울 감신대 ▦22일 오전 11시30분 서울 한신대 ▦23일 오전 9시 광주 호신대, 오후 3시 광주가톨릭대 ▦24일 오후 1시 성공회대 등이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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