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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시리아와 이라크의 전쟁 달인들

입력
2016.11.0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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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리아 알레포와 이라크 모술에서 일어난 비극은 중동 인근 지역 국가들을 비롯해 이를 포괄하는 국제사회가 기본적으로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국제질서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으니 이러한 물리적 충돌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무척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시리아의 피비린내 나는 분쟁이 마침내 끝이 난다 해도 승리에 도취된 행진은 없을 것이다. 국가적인 카타르시스의 순간도 없을 것이다. 그 자리에는 십중팔구 정치적 타협이 있을 확률이 높다. 대립하는 세력들이 현재의 경계선을 유지할 것이고 지역마다 자치가 이뤄질 것이다. 최소한 당분간은 다양한 민족적ㆍ종교적 집단끼리 서로 신뢰하지 않은 채로 지내면서 서로 간의 차이를 드러낼 것이다. 어느 한 쪽도 만족할 만한 상황에 이르진 못할 것이다. 시리아에는 시민국가를 이룰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데다 주도적으로 사회적 합의나 법 제도를 만들 기관도 없다.

이처럼 일반적인 원칙들이 갖춰지지 않는 한 전쟁이 끝난다 해도 진정으로 끝이 나는 게 아닐 것이다. 휴전은 여러 대립 세력들이 국제사회가 합의한 원칙들을 바탕으로 자국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제대로 작동하고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다.

중동 지역에서 시리아 전쟁과 유사한 전례가 없었던 건 아니다. 레바논 내전(1975~1990)은 심지어 더 길었다. 사상자와 난민 숫자는 시리아 전쟁과 비슷했다. 모든 게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휴전이 실패했던 횟수도 비슷했다. 그런데 시리아 전쟁은 평화를 이루기 위해 레바논이 애써야 했던 기간의 절반도 아직 못 채웠다. 서로 대립하고 있는 세력들이 전쟁으로 인해 지친 기색도 전혀 없다.

시리아 내전이 국제사회가 주는 영향은 레바논 내전보다 훨씬 클 듯하다. 해외 여러 국가에 주는 충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난민들이 처음 쏟아져 나올 땐 요르단, 레바논, 터키, 심지어 이라크 등 이웃 국가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난민들은 유럽과 세계 전역으로 흘러갔다. 중동 갈등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들에서도 이 때문에 정치적 긴장이 고조됐다. 유럽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는 대규모 난민은 세계화 시대에 사는 유럽인들을 분노하게 하는 그 어떤 것에 대한 상징이 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들은 알레포 공습 즉각 중단 등의 내용을 담은 ‘시리아 결의안’ 채택에 실패했다. 이처럼 시리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제사회가 합의하지 못하면서 현장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중동 인근 국가들은 실리에 따라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이든 반군이든 이슬람국가(IS)든 쿠르드족이든 특정 세력을 지원하면서 전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가 직접적으로 내전에 끼어들면서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돕기 위해 러시아가 끼어들자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이는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일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아직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방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우리는 케리와 라브로프가 협상 테이블에 나타나 시리아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국제사회는 물론 시리아 내부의 다양한 세력들까지 동의할 수 있는 원칙들에 합의했다는 발표를 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휴전은 대립 세력들이 전쟁 이후 미래에 대해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을 때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이미 알고 있는데도 마지막까지 죽도록 싸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이라크 모술에서 일어난 전투는 내전이 아니다. 대립하는 세력들 사이에 거래가 있어야 하는 시리아와 달리 모술에서 IS에 대항해 싸우는 건 전멸할 수도 있는 전쟁이다. 러시아ㆍ시리아의 대규모 알레포 공격과 대조적으로 이라크의 아랍족과 쿠르드족 그리고 그들에게 충고하는 미국인들은 분명 전투를 시작하기 전 앞으로 생길 문제들을 예측하고 확실히 승리할 수 있도록 수개월간 애를 썼을 것이다.

하지만 IS 제거보다 모술 탈환 작전에 위험 요소가 많다는 건 이미 분명해졌다. 이 작전이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 이라크가 여러 종파가 공존하는 국가가 될지, 여러 종파와 민족들이 배타적으로 분리돼 지내는 나라가 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아파가 지배적인 바그다드 정부에서 수니파는 어떤 것도 원치 않는 듯하다. 쿠르드족과 함께 이라크 군대가 IS와 전투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라크 내부의 수니파-시아파 갈등이 충분하지 않았던 걸까. 훨씬 더 심각하고 까다로운 균열이 등장했다. 다른 나라들이 그어놓은 국경을 놓고 터키가 불만을 계속 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한때 오스만 투르크의 영토였던 니네베주(모술이 주도인 지역)와 맞닿아 있는 100년 된 남쪽 국경을 아직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라크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터키가 이런 발언으로 인해 그렇게 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중동 사람들은 터키인들이 이라크 내 소수 민족인 투르크맨족과 수니파 아랍족을 보호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오랫동안 의심해왔다. 에드로안은 이것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그로 인해 이라크에서 더 많은 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알레포와 모술에서 전투가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질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미국,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에 평화를 가져올 원칙들을 도출하기 위해 힘을 모으지 못한다면 학살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조세프 코벨 국제대 학장ㆍ국무부 전 차관보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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