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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은 정말 트로피를 부러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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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은 정말 트로피를 부러뜨렸나?

입력
2017.02.1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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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침과 상단부가 나사 연결

아델이 돌려서 뺏을 가능성

합금이라 충격에 약하기도

한국에서 최초로 그래미상을 두 번이나 탄 엔지니어 황병준 사운드미러 코리아 대표가 15일 나팔 스피커와 축음기 모양의 밑받침을 분리한 그래미상 사진을 보내왔다. 황 대표는 "직원들이 부러진 줄 알고 기절했다"며 웃었다. 황병준 대표 제공
한국에서 최초로 그래미상을 두 번이나 탄 엔지니어 황병준 사운드미러 코리아 대표가 15일 나팔 스피커와 축음기 모양의 밑받침을 분리한 그래미상 사진을 보내왔다. 황 대표는 "직원들이 부러진 줄 알고 기절했다"며 웃었다. 황병준 대표 제공

제59회 그래미어워즈(그래미)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두 개로 나눠진 영국 가수 아델의 트로피였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올해의 앨범’ 주인공이 된 아델이 가수 비욘세와 상을 나누기 위해 트로피를 ‘반으로 쪼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트로피 쪼개기는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그래미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아델이 “‘올해의 앨범’ 주인공은 비욘세”라며 정작 그래미가 외면한 동료 음악인에 공을 돌리는 모습은 훈훈함을 전하며 전세계 음악팬들 사이에서 사흘 넘게 회자되고 있다.

음악 팬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그래미 트로피’로 옮겨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트로피가 사람 손으로 저렇게 쉽게 쪼개 지는 거였어?’(한국일보 페이스북 독자 김 모씨) 등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트로피가 어떻게 만들어졌기에 여성 음악인이 손쉽게 부러뜨릴 수 있었을까라는 호기심이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그래미상을 받은 엔지니어 황병준(위 사진)과 올해 시상식을 휩쓴 영국의 디바 아델.
한국에서 유일하게 그래미상을 받은 엔지니어 황병준(위 사진)과 올해 시상식을 휩쓴 영국의 디바 아델.

부러뜨렸을까, 분리 했을까

아델은 정말 트로피를 부러뜨렸을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그래미 트로피는 축음기 모양의 받침과 나팔 스피커 모양의 상단부가 ‘분리’ 가능하다. 트로피는 나팔 스피커의 밑이 나사 형식으로 마무리 돼 받침에 돌려 끼고 뺄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한국일보가 한국인 최초로 그래미상을 두 번이나 받은 엔지니어 황병준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에 요청해 15일 실험해 본 결과다. 아델이 무대 위에서 트로피 받침대와 나팔관을 양손에 따로 쥐고 있는 사진을 봐도 ‘부러진 흔적’을 찾기 어렵다. 힘을 가해 부러뜨렸다면 트로피의 절단 부위가 불규칙하거나 날이 서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아델이 식후 행사에서 ‘트로피를 부러뜨렸다’고 미국 주간지 타임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해외 언론이 보도했지만, 아델이 왼손에 든 나팔관 모양을 보면 돌려서 뺀 정황에 더 힘이 실린다.

물론 그래미 트로피가 튼튼한 건 아니다. 아연과 알루미늄을 녹여 만든 합금에 도금(24K)을 해 물리적 충격에 약하다. 황 대표는 “상의 무게는 2.5㎏ 정도로 묵직한 데 축음기 받침과 나팔 스피커를 연결하는 이음 부문이 약해 힘을 주면 부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컨트리 음악의 여신’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래미에서 손에 든 상을 떨어뜨려 트로피가 두 동강이 났고, 미안한 마음에 ‘Ooops’(웁스)란 메모를 적어 그래미 측에 전하기도 했다.

시상식 당일 받는 트로피는 ‘미완성 본’

황 대표에 따르면 시상식 당일 수상자들이 받는 트로피는 ‘완성본’이 아니다. 트로피에는 수상자 이름이 적혀 있지 않고, 생방송 중계가 끝나면 무대 뒤에서 행사 주최 측 트로피를 모두 회수한다. 수상자들은 시상식이 끝난 뒤 몇 달이 지나서야 ‘진짜 트로피’를 손에 쥘 수 있다. 그래미 측이 수상자 이름을 트로피에 새긴 뒤 수상자 주거지로 상을 개별 발송하기 때문이다. 그래미 트로피에는 진품 확인을 위한 일련번호도 새겨져 있다.

그래미는 축음기란 뜻의 그래머폰(gramophone)에서 비롯된 말이라, 시상식 트로피는 나팔 스피커가 부착된 축음기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올해 그래미를 생중계한 미국 방송사 CBS에 따르면 그래미 트로피는 ‘그래미맨’이라 불리는 존 빌링스(71)란 장인이 40여 년 동안 만들어 왔다. 트로피 하나를 완성하는 데 15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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