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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건강기능식품으로는 예방과 치료에 도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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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건강기능식품으로는 예방과 치료에 도움 안돼”

입력
2016.12.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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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호르몬 생산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 폐경이 되면 골다공증, 복부비만뿐만 아니라 심하면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여성호르몬 생산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 폐경이 되면 골다공증, 복부비만뿐만 아니라 심하면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나 아무래도 폐경인가봐. 여자로선 끝인 거 같고, 이제 그냥 사람인거야.”

많은 폐경기 여성 시청자가 공감하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최근 종영한 TV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 여주인공(김희애 분)이 한 말이다.

폐경은 여성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만큼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폐경은 노화된 여성의 난소가 기능이 떨어져 배란과 여성호르몬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현상이다.

폐경은 40대 중ㆍ후반 시작되며 평균 폐경 연령은 49.7세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여성의 기대수명은 85.2년인데, 결국 인생의 3분의 1 이상 폐경 상태로 보내게 된다. 2030년에는 전체 여성의 43%가 폐경기 여성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대다수 폐경 여성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있다. 대한폐경학회(회장 이병석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2015년 45~65세 여성 2,330명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폐경을 질환으로 인식하면서도 70%가 산부인과를 찾지 않았다. 이들 여성은 식이요법과 운동(36.5%), 호르몬 대체요법(19.7%), 건강기능식품(11.4%) 순으로 증상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폐경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학회의 견해다.

폐경기 여성 70%, 안면홍조 경험

폐경기가 되면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수면장애, 안면홍조, 가슴 두근거림, 발한, 배뇨장애, 성교통, 관절통, 근육통 등이다.

특히 안면홍조는 가장 흔한 폐경기 증상이다. 폐경기 여성의 70%가 이 증상을 경험한다. 얼굴을 붉히는 수준에서 심하면 잠에서 깰 정도다. 또한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감소로 뼈 흡수가 점점 빨라져 골량이 많이 손실되면서 골다공증이 생긴다. 질(膣)이 좁아져 성교할 때 아프고 요도 점막이 위축돼 다양한 배뇨증상이 나타난다. 우울감을 느끼거나 흥분, 감정의 심한 기복이나 자신감 상실, 집중력 저하, 고독, 불안, 신경과민, 권태감 등도 생길 수 있다.

여성 호르몬이 결핍되면 체중도 늘어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폐경 후 여성의 복부비만 유병률이 폐경 전 여성보다 12.4% 높다. 박은정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폐경기 여성은 기초대사량이 줄고, 체지방 중 내장 지방이 늘면서 허리둘레도 증가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자연 폐경이 아닌 수술에 의한 인위적인 폐경이라면 이런 변화가 더 심각해지므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성 호르몬을 보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호르몬 영향으로 발생하는 고혈압으로 인해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져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도 발병할 수 있다.

폐경 여성이 선택하는 치료법<자료: 대한폐경학회>
폐경 여성이 선택하는 치료법<자료: 대한폐경학회>

“호르몬 대체요법, 최고 치료법”

대표적인 폐경 치료법은 호르몬 치료다. 대한폐경학회는 “올바른 폐경 치료법으로 호르몬 대체요법을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안”이라고 권고했다.

부족한 호르몬을 투여하는 호르몬 대체요법은 폐경 증상을 완화하고 비뇨생식기계 위축과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호르몬 대체요법은 폐경 후 피부 탄력과 두께를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고, 대장과 직장암 발병률을 줄인다. 다만 60세를 넘긴 여성에게는 골절 예방 목적으로만 호르몬 대체요법을 시작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호르몬 대체요법은 그 동안 에스트로겐 단독요법,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 병용요법 등 다양한 방법이 쓰여져 왔다. 최근 기존 치료제 부작용을 줄인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SERMㆍ듀아비브)도 새로운 치료옵션이 되고 있다.

한 때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 병용요법을 5년 이상 지속한 환자에서 유방암 위험이 유의미하게 늘었다’(2010년 미국의학협회저널(JAMA))는 등의 연구결과로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북미폐경학회(NAMS)는 지난 10월 “60세 이하 또는 폐경 후 10년 이내 여성에서 호르몬 대체요법은 실보다 득이 많다”고 결론을 내렸다.

NAMS위원장인 조앤 핀커턴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는 “2012년부터 발표된 호르몬 대체요법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고 학회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과거에 비해 호르몬 대체요법이 더욱 안전해졌다”고 했다. 핀커턴 교수는 “호르몬 대체요법과 유방암, 골다공증, 인지기능 등의 연관성을 알아본 연구결과를 분석해보니 호르몬 대체요법만으로 유방암 등의 질환위험이 높아진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감소한다”고 했다.

서석교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3~5년, 혹은 5~7년과 같이 기간을 정해 놓고 호르몬 대체요법 사용을 권고했던 전과 달리 증상이 있으면 기간에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추세로 변했다”고 했다. 서 교수는 “다만 3~5년 이상 호르몬 대체요법을 쓰면 유방암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고려해 ‘1년마다 재평가해 환자에게 도움이 될 때 기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최근 지침”이라고 덧붙였다.

“건강기능식품, 폐경 예방ㆍ치료 안돼”

폐경 치료에 대한 인식이 없거나 호르몬 치료 거부감을 가진 여성은 건강기능식품을 선호한다. 하지만 대한폐경학회는 “건강기능식품은 폐경 증상 강도를 약간 완화해 줄 수 있을지는 있지만 예방과 치료는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현태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은 먹으면 증상이 좋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입증이 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폐경 증상을 완화하려면 호르몬 대체요법과 함께 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도움이 된다. 정윤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약간 땀이 날 정도로 하루 30분 정도 걷기 운동을 1주일에 3회 정도 하는 게 좋다”고 했다.

또한 하루에 3회 규칙적인 식사, 칼슘, 비타민 D 섭취, 현미 및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 과일, 콩류 위주의 식단의 식이요법도 건강한 폐경 나기에 도움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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