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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상징에도 최순실 입김? 발표 19일 앞두고 급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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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상징에도 최순실 입김? 발표 19일 앞두고 급수정

입력
2016.11.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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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순실, 평소 오방낭 등에 관심”

사업단이 비중 두지 않던 디자인

자문회의서 오방색 활용 지적 후

유력 시안서 변경된 형태로 확정

2. “차은택이 사업 주도” 의혹도

국가 브랜드 사업 등 갑자기 추진

개발추진단 공동단장, 車씨 은사

문체부 “오방색, 흔한 표현” 부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공개한 '대한민국 정부 통합 상징'. 광복 70년을 맞아 시작한 이 상징 개발사업은 개발비용이 약 5억원, 상징 교체 예산이 60억~76억원으로 추산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공개한 '대한민국 정부 통합 상징'. 광복 70년을 맞아 시작한 이 상징 개발사업은 개발비용이 약 5억원, 상징 교체 예산이 60억~76억원으로 추산된다.

대한민국 정부 로고 디자인이 공개 발표를 불과 19일 앞두고 흰색과 남색의 태극 문양에서 빨강과 남색 태극 디자인으로 바뀐 것이 확인됐다. 당초 계획보다 개발 일정을 늦춰가며 자문회의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친근한 적ㆍ청색이나 오행사상의 오방색’과 ‘태극 위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결과다. 사업단이 거의 비중을 두지 않았던 디자인을 청와대에서 찍어줬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핵심인 최순실씨는 평소 오방낭 등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상징체계 개발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광복 70년을 맞아 정부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담은 상징을 개발하고 모든 정부기관에 일괄 적용하자는 취지로 2014년 시작했다. 문체부의 당초 개발 일정은 지난해 3월 개발 계획 수립, 12월 디자인 개발, 올해 3월 시범 적용, 4월부터 중앙행정부처 등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이 계획에 따라 문체부는 정부 상징 디자인을 지난 2월 25일 최종 확정해 3월 15일 발표했다. 그런데 최종 확정 디자인은 사업단에서 적극 추천한 것과 다른 것은 말할 것 없고 장관 보고를 거쳐 유사디자인ㆍ특허 검토를 시작한 유력안과도 차이가 났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12월 끝냈어야 할 디자인 개발이 해를 넘겨 2월까지 이어져 발표일을 불과 19일 앞두고 유력 시안에서 변경된 형태로 최종 확정된 것이다.

2015년 정부 상징체계 개발 사업단 선정 심사 당시 1위(왼쪽)와 2위에 선정된 디자인.
2015년 정부 상징체계 개발 사업단 선정 심사 당시 1위(왼쪽)와 2위에 선정된 디자인.

2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정부상징체계 시안에 따르면 논의의 기본이 된 최초안은 개발업체 D사가 지난해 9월 전문가 심사에서 각각 1, 2위의 점수를 받은 두 가지 로고다. D사 개발진은 이 심사 결과를 토대로 로고 개발을 이끌 사업단에 최종 선정됐다. 1위 안은 청색 바탕에 무궁화와 태극기를 융합한 금빛 문양을 그린 로고로 “무궁화와 태극의 조화가 좋다” “기존 (무궁화)상징을 자연스럽게 계승했다” “색상 등은 추가연구가 필요하다” 등의 평가를 받았다. 2위 안은 단순한 금빛 태극 무늬 모양이었다.

사업단은 1, 2위 안을 토대로 수정안을 개발하는 한편 추가 디자인을 만들어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말과 11월 초에는 당시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회의가 열렸고 직후 유사디자인 및 특허 검토도 진행됐다.

2015년 11월 장관 보고를 위해 정리된 정부 상징 디자인.
2015년 11월 장관 보고를 위해 정리된 정부 상징 디자인.

하지만 이 디자인들은 11월 중순 열린 자문회의에서 지적을 받았다. “만물의 근원을 의미하는 태극이 좋다” “이번 프로젝트는 태극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게 핵심” 등의 의견이 나왔다. 또 “물질세계를 뜻하는 흙색 말고 하늘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전통을 생각해 청색을 써야 한다” “국민이 애용하는 붉은색, 청색이나 오행사상을 뜻하는 오방색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구(球)로 보여 우주적 개념이 느껴진다” 등의 말도 나왔다.

2015년 11월 전문가 자문회의가 참고한 정부 상징 디자인.
2015년 11월 전문가 자문회의가 참고한 정부 상징 디자인.
2015년 11월 실시된 색상 테스트 디자인.
2015년 11월 실시된 색상 테스트 디자인.

이후 개발자들은 실제 오방색을 도입한 다양한 시범 시안을 만들어 보고했고, 다른 색을 추천하기도 했다. 각종 테스트와 보고를 거치며 여러 시안이 오갔고 결국 2월 17일께 지금 정부 상징으로 적용 중인 디자인이 부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디자인은 사업단 선정 때 “기시감이 드는 느낌은 지양하고 같은 소재라도 새롭게 해석하라”는 심사위원들의 주문에 부합하지 않는다. 공통으로 태극의 적ㆍ청색을 모티프 삼은 디자인을 출품했던 업체들은 사업단 최종 심사 때 탈락했다.

이와 관련 “문체부와 전문사업단은 1년 가까이 진행된 보완 작업을 통해 정부협의체와 국민자문단의 의견을 거쳐 최종 시안을 확정하고 청와대에 보고했다”며 “하지만 청와대는 문체부가 올린 최종 시안 대신, 지금의 태극문양 디자인을 찍어서 최종 로고로 결정했다”고 노컷뉴스는 보도했다. “갑자기 정부 상징 체계와 국가 브랜드 사업이 추진됐고 나중에 보니 모두 차은택씨가 주도한 것이었다”(전 문체부 1급 공무원)는 말도 나왔다. 김종덕 장관은 차씨의 대학원 지도교수이자 차씨가 근무한 광고제작사 대표였다.

2016년 1월 11일(왼쪽부터), 1월 27일, 2월 17일 기준 핵심응용체계 디자인.
2016년 1월 11일(왼쪽부터), 1월 27일, 2월 17일 기준 핵심응용체계 디자인.
2016년 2월 25일 기본형 변경으로 수정된 핵심응용체계 디자인. 해당 안은 19일 뒤인 3월 15일 정부통합 상징으로 공개된다.
2016년 2월 25일 기본형 변경으로 수정된 핵심응용체계 디자인. 해당 안은 19일 뒤인 3월 15일 정부통합 상징으로 공개된다.

하지만 문체부는 이런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오방색은 최순실씨의 고유 용어가 아니라 디자인계에서 오래 전부터 흔히 쓴 표현”이라며 “자문회의에 디자인계와 인문학계 전문가 20여명이 참석해 4명이나 오방색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적ㆍ청색 태극이 최종 디자인이 된 것일 뿐 주술적 해석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11월 자문회의에 참석했던 한 사립대 교수도 “오방색은 동아시아 문화권 전반의 것이라 주술적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느낌은 없었다”고 말했다.

무궁화에서 적청 태극으로 67년만에 바뀐 정부 상징은 개발비용으로 약 5억원이 들었다. 3월 말부터 시작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정부기관 로고 교체 예산은 모두 60억~76억원으로 추산된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바로잡습니다]

한국일보는 10월 29일자 ‘유진룡 축출 후 문체부 장악, 인사ㆍ사업ㆍ예산 전횡’ 기사와 11월 3일자 ‘정부 상징 디자인에도 최순실 입김? 발표 19일 앞두고 급수정’ 기사에서 장동련 홍익대 교수를 차은택씨의 은사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장 교수는 차씨의 홍익대 영상대학원 재학(2011~2013년) 동안 영상대학원 강의 및 연계 강의를 진행한 적이 없어 차씨의 은사가 아님이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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