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아침을 열며] 순간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한다

입력
2015.09.17 11:01
0 0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이런 전자 제품 광고 문구가 있었다. 선택의 순간, 결정의 순간은 찰나에 불과할지 몰라도 한번 결정되면 그 영향은 길게 남는다. 그렇지만 선택은 쉽지 않다. 미래가 불확실한 경우 선택은 점점 어려워진다. 불행히도 우리가 선택을 해야 하는 대부분의 문제에서 미래가 확실한 경우는 없다. 주식을 사거나,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학교를 선택하거나, 배우자를 결정하거나, 그 어떤 문제도 그 순간의 선택이 어떤 미래를 담보할지 확신을 갖기는 어렵다. 전자제품은 다시 사면 되지만, 대부분의 문제들은 그 복구가 쉽지 않다.

우리 외교는 9월과 10월 몇 가지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주변의 정세가 우리의 선택과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 선택에 대한 우리의 부담은 훨씬 덜하다. 냉전 시대에 우리의 고민은 크지 않았다. 적과 우군이 명확히 갈렸다. 진영을 선택하는 데 고민이 없었다. 냉전시대가 막을 내린 이후 한동안 우리의 선택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더 이상 한 쪽 진영을 선택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외교 상황이 바뀌었다. 문제는 주변의 정세와 우리의 입장이 충돌하며 현재의 선택과 장기적 목표가 일치하지 않아 발생한다. 그럴 경우 결정은 힘들어진다. 중국의 전승 기념일 행사에 참석하느냐의 여부는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과 큰 이해가 달린 중국과의 관계가 순조롭기만 한 것이 아니어서 결정이 쉽지 않았다.

결정이 내려지면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따라야 한다. 선택의 결과물이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후속 조치를 통해 부정적 충격은 완화하고 긍정적 영향은 확대해야 한다. 대통령의 전승 기념일 행사 참석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도 있지만 우리가 완화해야 할 부정적 충격도 분명히 있다. 북한 문제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 형성이 우리에게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선택을 악화된 대일 관계의 부산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함을 인식해야 한다. 외교에 관한 우리의 의사 결정이 오직 한일관계만을 준거점으로 하고 있다는 외부의 인식에 대처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워싱턴에 존재하는 한국의 중국 경사론은 미국이 중국을 보는 시각이 많이 변화한 데 기인하기도 하지만 악화된 한일 관계가 더 두드러지게 한 측면도 있다. 한일 문제의 올바른 해결은 매우 중요하다. 일본이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외교가 한일 문제를 기준으로 모든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고 인식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지 미국이 주목하는 이유이다.

10월에는 북한 문제 역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최근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가능성을 연일 시사하고 있다.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로 한 북한의 도발은 올 초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런 북한과 10월 20일부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합의가 되어 있다.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우리는 합의에 따른 확성기 방송 중단을 더 이상 지킬 의무가 없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은 고민을 안겨준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상황에서 예정대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여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인정하고 정당화할 수 있다.

북한이 바라는 바는 그것일 것이다. 만약 우리가 북한의 도발을 이유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취소한다면 북한은 또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며 정치 선동을 할 것이다. 또한 비확산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인도주의적 문제라고 하더라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용인하는 듯이 보이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바로 그 사이에 있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떠한 입장을 선택해야 할 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약 한 달간 우리의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