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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 기자의 축구화] 선수들은 “내 탓”이라는데 축구협은 “남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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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 기자의 축구화] 선수들은 “내 탓”이라는데 축구협은 “남 탓”

입력
2018.07.07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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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긴 독일전은 선수들이 잘해서 이긴 거고 패한 스웨덴, 멕시코전은 우리가 잘 못 해서 진 거다.”

지난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홍명보 축구협회 전무 중 한 사람은 이런 말을 하며 고개를 숙일 줄 알았다.

그러나 정 회장은 “멕시코 팬들의 광적인 응원, 끝까지 국기를 흔들며 성원을 보내는 독일 팬들이 인상 깊었다”며 “우리는 선수, 감독에 대한 비난이나 조롱이 너무 심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월드컵 열기가 예전 같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의 첫 답은 “남북정상회담 등 정치적인 대형 이슈”라는 것이었다.

간담회 말미 “3명의 해설위원(안정환, 이영표, 박지성)은 4년 동안 아무 것도 안 하다가 갑자기 마이크를 잡고 인기리에 해설을 한다. 그들이 쓴 소리만 해서 팬들의 인기를 얻는다면 이게 축구 발전을 위한 길이냐”는 한 기자의 질문이 나왔다.

홍 전무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듯 이런 대답을 내놨다.

“1986년, 90년, 94년, 98년 등 한 번도 ‘증명’하지 못한 선배들이 있어 2002년의 성공이 나왔다. 해설위원 3명은 젊은 나이에 처음 나간 월드컵이 성공을 하고 그 다음에도 성공을 하고, 다른 사람이 못하는 것에 대해 이해가 떨어지지 않나.”

“현장의 꽃은 지도자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따라 연주가 달라지듯 해설위원들도 감독 경험을 했으면 해설이 좀 더 깊게 나올 수 있을 거다.”

“해설위원 3명 모두 대한민국에 많은 혜택을 받았는데 현장이 얼마나 어려운 지 경험을 했으면 한다. 언제든지 문은 열려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

포털의 댓글을 통해 쏟아지는 인신공격성 비난과 조롱은 분명 ‘사회악’이다. 하지만 이건 축구 뿐 아니라 스포츠 전 영역을 넘은 사회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또한 저열한 댓글은 차치해도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기구인 축구협회에 대한 여론이 수년 째 싸늘한 건 분명한 현실이다. 미디어는 ‘팬심’을 반영하기 마련이고 월드컵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 것에 대해 언론과 해설위원이 쓴 소리하는 것도 당연한 현상이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러시아월드컵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런 진단을 내놨다.

“우리는 2010년에 체력적으로 준비가 잘 됐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경험했고 또 반대로 2014년에 체력적으로 준비가 잘 안 됐을 때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경험했다. 그런데 두 대회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게 아쉽다. 우리는 도대체 과거에서 무엇을 배운 건가”

“자꾸 어렵다고 말하지 말고 어려워도 하는 것, 그런 결단이 없으면 앞으로 100년, 200년이 걸려도 한국 축구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월드컵에서 성공만 맛봐 이해도가 떨어진다거나 현실의 어려움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로 해설위원들을 몰아세우기에 앞서 이런 조언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게 축구협회 전무가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 아닐까.

선수들은 축구협회 임원들과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을 보였다.

“(달걀 세례에 대해) 인간이니까 감정적으로 섭섭하지만 국가대표라는 자리가 충분히 그런 것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기성용. JTBC 인터뷰)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니까 비난은 충분히 이해하고 교훈으로 삼겠다.”(김영권. YTN 인터뷰) “실수를 통해 배웠다면 그것 또한 성장이다.”(장현수. 스포츠동아 인터뷰)

사전 캠프지인 오스트리아부터 한 달 이상 대표팀을 취재했지만 미디어나 팬들의 비판에 불만을 드러낸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사실 죽어라 뛴 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나. 정작 선수들은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는데 책임을 통감해야 할 어른들은 자꾸 ‘남의 탓’을 하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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