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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망신주기 식 폭로는 MB 수사의 본질만 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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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망신주기 식 폭로는 MB 수사의 본질만 흐린다

입력
2018.01.21 17: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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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국가정보원 특별활동비 수수와 명품 구입 논란으로 뜨겁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MB 최측근) 김희중 전 부속실장이 받은 국정원 특활비 중 3,000만~4,000만원 정도가 2011년 미국 국빈 방문 때 김 여사의 명품 가방 구입 등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영길 의원도 “김 여사가 미국 출장 길에 명품을 샀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김 전 실장의 (검찰) 진술이 나온 것을 확인했다”고 했고, 송 의원은 “김 전 실장 측근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한국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국정원에서 받은 돈을 김 여사 측 여성행정관에게 줬다”면서도 “검찰에서 (명품 구입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으며, 나는 모르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검찰도 “현재까지 확인된 건 없다”며 “그런 말을 한 국회의원들에게 물어보라”고 피해갔다. MB 측은 “9년 전 권양숙 여사 ‘논두렁 시계’에 대한 보복성 망신주기”라며 두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논두렁 시계 사건은 2009년 권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1억원짜리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이다. 당시 야당은 노 전 대통령 부부 흠집내기이자 인격모독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어찌 보면 김 여사 명품 구입 논란은 논두렁 시계 사건 판박이다.

검찰은 현재 MB 정권 국정원과 군의 정치 개입, 국정원 특활비 수수, MB가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다스의 120억원대 비자금 사건 등을 수사 중이다. 이에 대해 MB 측은 사실관계에 대해선 함구한 채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정권 간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정치인들이 확인되지도 않은 명품 구입설을 제기하며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것은 사건 본질을 흐리고 MB측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 중인 내용을 거론하는 건 피의사실 공표로 범죄 행위다. 문재인 대통령은 책 ‘운명’에서 MB 정권이 확인되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를 망신주기로 활용한데 대해 “검찰은 중계방송 하듯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렸다”며 분개했다. 문 정부는 그동안 잘못된 과거 관행과 적폐를 일소하는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그렇다면 적폐청산 방식도 사법정의에 부합하게 이뤄져야 한다. 여권은 묻지마 식 폭로를 자제하고 검찰 수사를 차분히 지켜보기 바란다. 그래야 MB 관련 수사가 정쟁으로 변질되지 않고 사실관계에 의해 엄정히 규명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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