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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보다 가치 우선” 안희정 소신… 공약 재원부터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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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보다 가치 우선” 안희정 소신… 공약 재원부터 연구

입력
2017.03.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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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캠프가 당과 정부 점령군 돼선 안돼”

실무형 캠프 지향… 의원들도 외곽지원 절충

‘선의’ 발언 사과보다 진의 설명 먼저

상대방 공격하는 네거티브 메시지는 ‘퇴짜’

“뻔한 거짓말 안 된다” 묵힌 자료도 수두룩

安 “참모는 함께 비전 만들어가는 동지”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는 안 지사의 이른 바 ‘선의’ 발언 이후 급전직하하는 지지율 때문에 속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고 있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 참석에 앞서 안 지사가 여의도 캠프에 들른 2일도 분위기는 한껏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팀장급 참모 회의가 진행 중인 캠프 사무실로 들어선 안 지사의 얼굴은 환했다고 한다. 안 지사는 “지지율에 좌고우면 말고, 우리가 걸어왔던 길로 뚜벅뚜벅 갑시다”는 짧지만 묵직한 말을 남기고 홀연히 토론장으로 향했다. 안 지사의 한 마디에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쏙 들어갔다고 한다. 권오중 정무특보는 “지지율과 가치를 맞바꿀 수 없다는 안희정의 소신이 캠프의 최고 목표가 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치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치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캠프가 집권하는 게 아니다”

여의도 국회 앞 동우국제빌딩 8층에 위치한 안희정캠프 사무실에선 아침마다 치열한 자리 경쟁이 펼쳐진다. 70명 남짓한 캠프 실무진이 230㎡(약 70평)가량의 공간에 모여 있다 보니 의자 한 개도 추가할 여력도 없을 정도로 비좁기 때문이다. 캠프 관계자들은 “교수들도 정책 제안만 받겠다고 돌려보내고, 의원들도 캠프에 합류시키지 않고 있다”면서 “사람 쫓아내는 게 하루 업무 중 주요 일과”라고 말할 정도다. 안 지사가 “선대위는 꾸리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캠프는 실무형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추가로 합류 의사를 밝히는 의원들의 경우 공개 지지선언 이후 캠프 외곽에서 지원하는 식으로 절충한다는 방침이다.

전 ㆍ 현직 의원들에게 각종 직책을 나눠주고, 900여명의 교수진 등 유명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며 매머드급 진용을 꾸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 캠프와는 정반대다.

의도적으로 스몰 캠프를 지향하는 이유는 “선거는 캠프가 아니라 당이 치러야 한다”는 안 지사의 소신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이른바 ‘금강팀’을 이끌었던 안 지사가 역설적으로 캠프를 최소화하고 당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캠프 관계자는 “특정 후보 캠프가 집권 이후 당과 정부를 점령군처럼 접수해 행세할 때 야기되는 국정운영의 폐해와 한계를 누구보다 절감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 스스로 캠프 멤버들에게 “일렬종대로 사람 세우는 순간 다 총맞아 죽는다”거나 “인연이 아니라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희정은 소신 독재자”

안희정 캠프는 사실 “안희정의 개인기가 80%다”고 말할 정도로 후보 역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최근 논란이 된 선의 발언 수습 과정은 안 지사의 소신론과 캠프의 현실론이 맞부딪힌 대표적 사례다. 캠프에선 선한 의지 발언 직후 당장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찌감치 분출됐지만, 논란 초반 안 지사는 ‘발언의 진의를 온전히 대중에게 설명하는 게 먼저다’라며 소신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캠프 관계자는 “밖에서는 계산이니 정략이니 해석하지만, 그냥 안희정의 스텝대로 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일종의 ‘안희정 바이블’도 거론되고 있다. 메시지팀의 경우, 상대방을 공격하는 포인트를 포기할지언정 ‘네거티브’는 지양한다. 안 지사가 경쟁 후보를 노골적으로 깎아 내리는 듯한 비교 표현을 꺼려서다. 출마선언 전후로 캠프에선 ‘더 좋은 정권교체’라는 슬로건이나 ‘문재인은 힐러리, 안희정은 오바마’ 등의 메시지를 띄웠으나 안 지사의 거부로 사장됐다고 한다. 결국 안 지사는 표현 자체는 밋밋하지만 가치를 부각시킬 수 있는 ‘한번 더 생각하면 안희정’ 과 ‘정권교체 그 이상의 가치’를 택했다. 관훈클럽 토론회 모두발언도 70% 이상을 본인이 직접 수정하는 등 안 지사는 스스로 체화된 말이 아니면 용납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정책팀은 ‘뻔한 거짓말은 안 된다’는 안 지사의 소신에 맞추느라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안 지사가 “최고지도자는 방향만 제시하면 된다”거나 “구체적 수치화는 금물이다”는 식의 주문을 강조하는 탓에 묵혀두는 자료가 수두룩하다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정책 우선순위와 재원 상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안 지사의 피드백을 결코 넘어설 수 없다”고 했다.

캠프 식구들은 이런 풍경을 두고 ‘안희정의 소신 독재’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프가 굴러가는 것은 안 지사가 캠프 식구들을 참모가 아니라 동지로 대하기 때문이다. 실제 안 지사는 참모를 봉건적 군신관계가 아니라 ‘민주주의 시민사회에서 공적 발전을 위해 같은 가치와 목표를 향해 일하는 동지’로 보고 있다. 2002년 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참모들을 ‘민주화 역사의 전선으로부터 나한테 파견된 사람들이다’고 소개했던 데 감명을 받은 뒤 생긴 태도라고 한다. 서누리 정책팀장은 “안 지사가 젊은 참모들에게 곧잘 하는 말이 ‘당신들의 꿈과 신념을 나에게 투영하라’는 얘기다”며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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