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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무언” “망신주기” 술렁이는 서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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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무언” “망신주기” 술렁이는 서초동

입력
2017.05.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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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 자성론과 당혹감 뒤섞여

2012년 ‘검란’ 때보다 더 어수선

“인적쇄신 아닌 인적청산” 반발도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을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류효진 기자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을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류효진 기자

이른바 ‘돈 봉투 만찬’이 불러온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법무부ㆍ검찰 수뇌부의 사의 표명과 갑작스런 청와대의 파격 인사가 잇따르자 검찰 내부에선 자성론과 당혹감 등이 뒤섞여 복잡한 속내를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일부에선 청와대 조치가 과도하다며 반발의 조짐도 보였다.

19일 김주현 대검 차장검사와 이창재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의 사의 표명,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소식을 전해 들은 검사들은 풀이 죽은 모습이다. 특히, 김 차장검사와 이 권한대행의 사의 표명은 청와대의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조치에 대한 반발로 해석되면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삼삼오오 모여 얘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이번 주 내내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 어안이 벙벙하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2012년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대검 중수부 폐지 방침을 내놓자 핵심 참모들이 반발했던 ‘검란(檢亂)’ 때보다 더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한다. 일부에선 “검사회의라도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완규(56ㆍ23기)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은 이날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갑작스러운 인사인 데다가 감찰이 시작되자마자, 조사가 행해지기도 전에 직위 강등 인사가 있어 그 절차나 과정이 궁금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검사 보직은 법무부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며, 이 경우 장관은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다”고 정한 검찰청법 조항을 제시한 뒤, 현재 공석인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직무대행자가 제청과 의견 제시를 제대로 했는지 등을 물었다. 표면상 질문이지만, 부적법한 절차에 따른 인사 아니냐는 반문으로 읽힌다.

대개는 이번 사태를 몰고 온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의 부적절한 회동에 대해 반성하는 분위기다. 한 고참 검사는 “우리는 ‘격려금’이라 하지만 언론 등에서 ‘돈 봉투’라고 하는 걸 보고 검찰 문화를 보는 내부와 외부의 시선이 너무 다르다는 걸 절감했다”며 “항변하고 싶어도 명분이 없다”고 했다. 재경지검의 또 다른 검사는 “내부에선 검찰 특유의 문화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일반 국민들이 청산해야 할 적폐로 보고 있다는 것에 충격 받았다”고 탄식했다.

이번 사태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특수활동비의 투명성 문제나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공소 유지 같은 현실적 문제에 대해서도 말들이 오가고 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검사는 “수사 기밀 유지 등을 위해 일반 예산으로 처리할 수 없어 사비를 들여 수사하는 경우가 왕왕 있고 이를 선배들의 격려금으로 보전해 오던 관행이 절대적인 악습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 지방 검찰청 간부는 “만찬에 참석한 부장검사들이 국정농단 재판의 주무 검사들인데 이번 사태에 휘말려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재판이 제대로 진행될지 걱정”이라고 했다.

청와대 조치가 ‘인위적 물갈이’ ‘과도한 망신주기’라며 일부 검찰 고위급 간부들이 반발하는 조짐도 감지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잘못을 인정하며 무릎을 꿇은 사람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검찰 개혁에 앞서 인적 쇄신이 아닌 인적 청산을 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호위무사’가 되겠다며 사표를 던진 김윤상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조만간 있을 인사로 퇴장시키면 될 것을 이렇게 ‘똥바가지’를 씌워 부패집단을 만들고 개혁의 동력으로 삼는다면 다들 얼어붙지 누가 마음을 열고 개혁에 동참하겠는가”라며 “과유불급. 잘 나갈 때 좀더 신중하고 자제하며 당하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야 될 텐데...”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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