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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루키’ 박성현은 LPGA데뷔 첫 승도 ‘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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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루키’ 박성현은 LPGA데뷔 첫 승도 ‘남달라’

입력
2017.07.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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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이 17일 막 내린 US여자오픈에서 우승 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베드민스터=AP 연합뉴스
박성현이 17일 막 내린 US여자오픈에서 우승 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베드민스터=AP 연합뉴스

‘남달라’ 박성현(24ㆍKEB하나은행)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총 상금 500만 달러)에서 정상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회장을 찾은 가운데 한국 선수들은 톱10에 8명이나 진출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한국은 박성현의 우승으로 US여자오픈에서 통산 9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남다른’ 인연도 이어갔다. 1998년 박세리를 시작으로 2005년 김주연, 2008년과 2013년 박인비, 2009년 지은희, 2011년 유소연, 2012년 최나연, 2015년엔 전인지가 주인공이었다.

박성현은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내셔널 골프장(파72)에서 열린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적었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아마추어 고교생 최혜진(18ㆍ학산여고)에 2타 차 역전 우승을 거뒀다. 우승 상금 90만 달러(약 10억 원)는 여자 골프 사상 최고 액수다.

지난해 첫 출전해 공동3위에 올랐지만 이번 대회 중반까지만 해도 박성현의 우승을 점친 이는 많지 않았다. 1라운드를 1오버파로 출발한 박성현은 2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공동 21위에 머물며 컷 탈락을 면한 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3라운드부터는 평균 256.09야드(2위)의 강력한 드라이버 샷을 앞세워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페어웨이 안착률 75%(공동 35위), 그린 적중률 73.6%(공동 7위), 평균 퍼팅 1.58개(공동8위) 등 정확도에서는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였지만, 공격적인 스타일로 선두그룹을 제쳐 나갔다.

최종일 15번홀에서 7m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시켜 단독 선두로 나선 박성현은 18번홀에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박성현은 지난해 이 대회 18번 홀에서 볼을 워터 해저드에 빠뜨린 아픈 기억이 있다. 1년 뒤 우승을 눈앞에 두고 다시 만난 18번 홀에서 세 번째 샷이 그린 뒤로 넘어가,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안정적인 어프로치 샷을 선보이며 파로 막았다. 우승 경쟁을 벌이던 펑샨샨(28ㆍ중국)은 같은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해 공동 5위까지 추락했다.

박성현의 우승에는 만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캐디 데이비드 존스(북아일랜드)의 역할도 컸다. 당초 미국 무대 진출 당시 박성현의 첫 캐디로 낙점 받은 이는 콜린 칸(영국)이었다. 칸은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박세리 등의 캐디를 맡았었고 이후 폴라 크리머(미국)와도 12년간 호흡을 맞춘 베테랑이었다. 하지만 박성현은 세심한 스타일인 칸보다는 자신의 공격적인 성향을 살려줄 캐디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지난 달부터 데이비드 존스와 함께 필드에 나섰다. 박성현은 경기 직후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 캐디가 농담 한마디를 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공을 돌렸다. 특히 2타 차로 앞서 있던 18번 홀 세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간 위기에서 ‘항상 연습하던 거니까 믿고 편하게 하라’고 조언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캐디 데이비드 존스와 포옹하는 박성현. 베드민스터=AFP 연합뉴스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캐디 데이비드 존스와 포옹하는 박성현. 베드민스터=AFP 연합뉴스

초등 2학년 때 골프에 입문한 박성현은 “성공하려면 남달라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남달라’라는 별명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캐디백에도 ‘남달라’라는 문구를 적어놓고 있다. 이와 함께 박성현에게는 ‘슈퍼 루키’라는 별명도 따라 붙었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에서 13억3,000만원의 상금을 쌓아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달성한 뒤 이번 시즌 LPGA무대에 진출해 꾸준한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대회 전까지 올해 13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 없이 준우승 1회, 3위 1회, 4위 2회 등을 기록했고 신인왕 포인트 1위, 평균타수 부문 4위에 오르는 등 정상급 실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4라운드 직전까지 내내 선두를 달리다 미끄러진 펑샨샨은 “박성현의 우승이 전혀 놀랍지 않다”고 치켜세웠다. 펑샨샨은 대회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매우 강하고 긴 샷을 구사할 뿐 아니라 쇼트게임에서도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그의 약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박성현은 이번 우승으로 많은 수확을 얻게 됐다. LPGA투어 신인상 포인트 997점을 기록해 1위 자리를 굳혔다. 2위 에인절 인(미국ㆍ359점)과 두 배 가까운 격차를 보여 사실상 신인상 수상을 예약했다. 상금 랭킹도 유소연(27ㆍ메디힐)에 이어 단숨에 2위로 올라섰고 세계 랭킹도 5위권 수준으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US여자오픈이 박성현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람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베드민스터=USA투데이 연합뉴스
US여자오픈이 박성현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람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베드민스터=USA투데이 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회 2~4라운드를 직접 관전해 이목을 끌었다. 이에 일부 갤러리들은 ‘트럼프 물러가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평소 성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경기장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여자골프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항의였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미국 선수들은 자국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서 단 한 명도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 한 채 고개를 떨궜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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